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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차이가 상당해 보이는 남녀 모델이 등장하는 가운데 ‘의사는 어떤 여자와 결혼할까’라는 멘트가 담긴 한 결혼정보회사(결정사)의 광고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면서 의사 혐오 조장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광고를 낸 결정사가 “해당 이미지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광고 이미지는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3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외과전문의 A씨는 “필수의료분야에 몸 담으며 여태 수술방과 병원을 지켰는데 마치 의사가 되면 딸뻘 되는 여성과 결혼이 가능하다는 것 같은 광고 사진을 보자마자 허탈감이 몰려왔다”며 “생과 사를 오고가는 환자를 치료하는 데 인생을 바치는 의사는 명예로 먹고사는 직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비뇨기과 전문의 B씨도 “의사는 60대가 돼도 20대와 결혼할 수 있다는 듯 보이는데 평소 의사들은 도둑놈이라고 여기며 왜곡된 생각을 갖고 있는 대중의 정서가 그대로 반영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분노감을 표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상승혼 야망의 중심에 놓여 있는게 의사인데 그 왜곡된 집착을 가장 잘 사용하는 게 결정사”라고도 비꼬았다.
공공병원 C 교수도 “14만 의사들이 종사하는 전문과목과 직역, 근무상태가 천차만별인데 광고는 의사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이성과 결혼할 수 있는 것처럼 의사 직역 전체를 왜곡하고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진료와 수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많은 의사에게 불편함과 불쾌감을 주는 광고”라고 지적했다.
이들 전문의가 지목한 사진은 최근 SNS를 통해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는 결정사 홍보 사진이다. 60~70대로 보이는 남성 두 명 앞에 20대 추정 여성 한 명이 서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광고 멘트는 ‘의사들은 누구랑 결혼할까, 대한민국 1%의 결혼’이라고 표기됐다. 이를 두고 의사가 젊은 여성들을 성적대상화하고 있다는 왜곡된 이성관이 투영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D종합병원 외과 과장은 “남자의 속성이 젊은 여자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관점인데 왜 하필 특정 직업군을 ‘의사’로 대입한 것이냐”며 “매우 씁쓸하다”고 털어놨다.
본지는 ‘의사’를 테마로 한 다른 결정사 광고 사진을 찾아봤지만 유사한 내용의 광고는 없었다. 결정사 등은 ‘의사’라는 직업을 전문직의 대명사처럼 활용하곤 한다.
전문의 배우자 E씨는 결정사가 의사 직종에 대한 그릇된 환상을 주고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부모가 금수저가 아닌 이상 대부분 1억 안팎의 연봉을 받는 페이닥터로 근무하고 아이까지 낳으면 맞벌이는 필수”라며 “나도 맞벌이를 하지만 주변 의사 와이프들 중 남편이 공공병원 교수이기에 보험상품을 다루는 이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의사가 돈 잘 번다는 건 모두 옛말”이라며 “결정사들이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 여성에게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모욕적이고 왜곡된 광고 시안”이라며 “상위1% 재력을 가진 이들을 의사라는 특정 집단에 묶어 놓고 여성소비적 모습을 그려낸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보통 결정사는 특정 기술을 가진 전문직군 중에 특히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만 고정 관념을 조성하고 수입 혹은 연봉 등만 부각해 광고 이미지를 창출하는데 이런 것 자체가 의사 직종에 대한 위화감을 조장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광고를 낸 결정사 관계자는 “대행사가 만든 광고이고, 앞으로 이런 이미지의 노출이 없도록 하겠다”고 본지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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