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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보험사-건보공단 시스템 연계해 실손보험금 중복지급 막는다
금융위, 복지부·건강보험공단·금감원과 TF 꾸려
보험사-건보공단 간 일괄 정산 프로세스 추진
보험업계, 실손보험금 누수 방지·비용 감축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를 통해 진료비 일부를 환급 받은 가입자들이 이중으로 실손보험 의료비를 지급받는 행태가 원천 차단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와 건강보험공단 간 연계 시스템을 만들어 가입자에게 주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을 아예 보험사한테 지급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다만 보건복지부와 건보가 소극적인 자세여서 난항이 예상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 사후정산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해 보험사와 건보공단 간 일괄 정산 프로세스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 20일 킥오프로 시작된 TF에는 복지부, 금융감독원, 건보공단, 신용정보원, 생명·손해보험협회, 9개의 주요 보험사가 참여하고 있다.

TF에서는 보험사가 본인부담상한 초과액을 선지급하면 건보공단에서 이듬해 8월에 각 보험사에 선지급액을 일괄 정산해주는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부 가입자들이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를 통해 건보공단에서 환급 받고, 이중으로 실손보험금도 지급받는 문제가 있으니 아예 보험사가 선지급하면, 건보공단이 환급금을 고객이 아닌 보험사에 정산해주는 방식이다.

본인부담상한제는 예상치 못한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건강보험 가입자가 낸 의료비 본인부담금이 매년 일정 금액을 넘으면 그 초과분을 건보공단에서 돌려주는 제도다. 소득 분위에 따라 1분위는 125만원, 10분위는 582만원 등 총 7단계로 상한액을 정해놨다.

보험사는 실손보험금 지급 범위에서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을 제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재는 보험사가 고객의 소득분위를 알 수 없어 본인부담상한제로 환급금을 받은 가입자가 실손보험금을 청구해도 고스란히 지급해왔다.

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달 18일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실손의료보험 지급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촉발했다.

앞서 대법원 1부는 A씨가 보험회사 B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부분까지 보험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실손보험 누수 막을 수 있는데…“소득정보 못 줘” 버티는 건보공단

이번 판결로 보험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이중으로 보험금을 수령하던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보험업계에서는 실손보험 손해율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손보험금을 청구 후 보험금을 수령하고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까지 이중 수령하는 사례가 생겨나면서 실제 지출한 의료비 이상으로 초과이익을 챙기는 문제가 있었다.

해당 시스템이 작동되면 보다 체계적인 보험금 지급이 가능해 이중수령이 차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필요한 행정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고객에게 본인부담상한액 산정을 위한 소득 파악 목적으로 건강보험 납부확인서 등을 제출받고 있는데, 시스템이 구축되면 일일이 서류를 받을 필요가 없게 되는 이점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고객들의 소득분위를 알 수 없어 본인부담상한액 산정을 위해 소득파악 목적으로 건강보험 납부확인서 제출을 요구하거나 환수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했는데, 이 과정에서 서류 제출을 거부하는 등 민원이 다수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스템화되면 불필요한 행정비용 등을 줄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소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어 보험사와 건보공단 간 시스템 연계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고객 소득분위 정보를 내놓기를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는 고객의 진료내역 등 민감정보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소득분위 정보만 필요할 뿐인데 과도한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소득분위 정보는 보험사가 직접 받지 않고, 신용정보원을 통할 예정이며 고객 동의도 전제로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본인부담상한제는 소득분위 1~2분위인 극소수에 해당하는 일인데, 모든 고객에게 서류를 받아야 하는 절차는 불필요하다”라며 “부수적인 비용 발생을 막는다면 실손보험금 누수를 방지해 장기적으로는 보험료 인하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감사원에서도 실손보험금 이중수령을 지적한 만큼 복지부와 건보공단도 협조를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여러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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