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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꼬 튼 ‘1형 당뇨’ 지원 강화 논의…환자 눈엔 여전히 갈 길 멀어

이재혁 기자 / 기사승인 : 2024-02-01 08: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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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월부터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지원 확대
전 연령층에 대한 지원 확대 및 중증난치질환 지정 촉구
▲ 이달 초 발생한 태안 일가족 사망사건이 '1형 당뇨'를 앓고 있는 자녀를 돌보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1형 당뇨 환자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DB)

 

[메디컬투데이=이재혁 기자] 이달 초 발생한 태안 일가족 사망사건이 1형 당뇨를 앓고 있는 자녀를 돌보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1형 당뇨 환자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지난 1월 9일 충남 태안군에서 1형 당뇨를 앓는 어린 딸을 둔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날 보건복지부는 조규홍 장관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당초 3월 말 시행 예정이던 소아당뇨 관리기기 부담 완화 정책을 한 달 앞당겨 2월 말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해당 정책은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1형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당뇨관리기기를 기능별로 세분화하고 급여 기준액을 신설, 본인부담률을 기존 30%에서 10%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밀인슐린펌프 구입시 가장 고기능 모델인 복합폐쇄회로형의 경우 기존 381만원 수준의 부담이 45만원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며, 월 19만원 수준인 연속혈당측정기 등의 환자 부담도 월 10만원 수준으로 인하된다.

문제는 이 같은 당뇨관리기기 지원 확대 혜택을 1형 당뇨 환자 가운데 19세 미만의 환자들만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1형 당뇨는 비교적 어린 소아청소년 시기에 발병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 ‘소아 당뇨’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정작 유병 환자 10명 중 9명은 성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6월 30일 기준 1형 당뇨 유효 환자등록 수는 총 3만378명, 이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3013명의 소아청소년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2만7365명의 19세 이상 환자는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없다.

이에 환자들은 유병인구의 90%에 해당하는 성인 환자의 의료비도 소아청소년 환자의 의료비 수준으로 낮춰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지난 15일 긴급기자회견에서 “1형 당뇨는 완치가 되지 않기에 경제적 부담과 관리의 어려움은 전연령층이 동일하다”며 “성인이 된다고 관리가 수월해지는 질환이 아닌만큼 지원 대상을 연령이 아닌 중증도로 판단해 달라”고 전했다.

또한 환우회는 단편적으로 관리기기 비용을 경감한다고 해서 1형 당뇨 환자들이 처한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건강보험으로 연속혈당측정기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주고 있지만, 지금까지 국내 1형 당뇨 환자들의 연속혈당측정기 사용 비율은 10%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인슐린자동주입기 사용 비율은 이보다 낮은 5%에도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환우회는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1형 당뇨를 중증난치질환으로 지정하고 산정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환우회는 “중증난치질환 지정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이용에 재한 없이 전문 교육팀으로부터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이를 위해 현실적인 치료‧관리수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유관 학회도 환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재택의료 시범사업과 당뇨관리기기 지원 확대는 1형 당뇨 관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평생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1형 당뇨인과 췌도기능장애 당뇨인들은 저혈당과 고혈당을 오가는 병의 경과로 높은 합병증 발생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학회는 “이들은 올바른 인슐린 주사 교육과 전문적인 진료·교육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경제적 부담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연속혈당측정기와 센서연동 인슐린펌프가 1형 당뇨의 효과적인 관리, 합병증 감소와 의료비 절감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입증됐음에도 체계적 교육과 지원이 부족해 국내 확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회는 전 연령층에서 발생하는 1형 당뇨를 난치성 질환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환자들의 주장에 힘을 싣는 한편, 체계적인 교육 및 관리 시스템 구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1형 당뇨를 중증질환으로 인정해 산정특례를 적용하는 것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단 게 정부 측의 입장이다.

우선 중증질환 산정특례제도의 경우 심장‧뇌수술은 30일, 암 등은 5년 등 치료기간을 한정해 특례로 적용하기 때문에 평생 관리가 필요한 1형 당뇨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취지다.

복지부는 “중증질환 산정특례 지정 요구는 소아당뇨 지원대책의 의료비 부담 완화 효과와 치료기간을 특정해 운영하는 산정특례제도 취지를 고려해 지정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그간 정부 측은 1형 당뇨가 진료비 본인부담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중증난치질환 지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만큼 앞으로 얼마나 전향적인 변화를 보여줄 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31일 통화에서 “지난 19일 복지부 간담회에서 환우회가 호소문에 담은 각 항목에 대해 복지부나 공단의 실무 담당자가 세부적으로 환우회 및 전문가와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언급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단편적인 대책으로는 1형 당뇨 환자들의 투병 환경 자체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태안 사건에 대해 예견된 일이란 말도 많이 했고, 사건 이후로 환우분들도 굉장히 힘들어 하신다. 이런 사건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면 더 이상 뭔가를 해볼 수 있는 힘도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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