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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공의단체 "2020년 파업과 상황 비슷…사명감만으론 힘들어"

입력 2024-01-23 11:44 수정 2024-01-23 15:17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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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 인터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지난 22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 86%는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파업 등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오늘 바로 입장을 냈습니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며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엄정하게 집행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에 강한 유감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겁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대전협 박단 회장은 JT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조사 결과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전공의들의 문제의식을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전공의 86% "의대 증원 시 단체행동"


이번 설문조사의 시작은 지난해 12월 열린 전국 전공의 대의원 총회였습니다. 박단 회장은 "일부 대의원들이 각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의견을 모아오기 시작했고, 다른 병원에서도 조사가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제(21일)까지 총 55개 병원에서 4200여명의 전공의가 설문에 참여했습니다. 전체 전공의 1만 5천명의 약 30%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대전협의 공식 설문이 아니라 각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높은 참여율입니다.

"2020년과 비슷한 상황"

설문에 참여한 전공의의 86%가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할 경우 전공의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고 했습니다. 전공의들이 설문에 참여한 병원 중 27곳은 병상 500개 이상의 대형병원이었습니다. '빅5 병원' 중엔 두 곳이 참여했는데, 각각 85%, 80%의 전공의들이 단체행동 참여 의사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한 비수도권 사립 대학병원의 경우 전공의 98%가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박단 회장은 "전공의들이 2020년도에 파업을 했으니 이번에 또 하긴 어렵지 않겠냐는 얘기가 많았지만, 실제론 2020년도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계속 추진하면, 전공의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할 분위기라는 뜻입니다.
 
지난 2020년 거리로 나온 의사들(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거리로 나온 의사들(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대하며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했을 때 개원의의 참여율은 한 자릿수였지만, 전공의들은 80%에 달하는 참여율을 보였습니다. 당시 코로나19 치료가 시급한 상황 등을 고려해 정부는 증원 추진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의사 수 늘린다고 환경 안 바뀌어"


대전협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대한의사협회의 입장과 같습니다. 의대 정원을 늘리기 전에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기피를 해결할 다른 문제부터 손 봐달라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필수의료분야 의료사고 법적 부담 경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필수·지역의료 수가 개선, 건강보험재정 지속 대책 마련 등이 있습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로 근무하고 있는 박단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 게 맞을까 생각을 종종 한다"고 했습니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의료사고 부담 등이 의사들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박 회장은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린다고 지금의 환경이 바뀌지 않는데, 의사 수만 늘리면 그런 환경에서도 일할 사람이 조금이라도 있을 거란 생각은 안이한 발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히 사명감만 가지고 일하기는 힘든 시대"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일부 병원에서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구해지지 않아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상황에 대해선 "누구나 돈만 보고 직장을 선택하지 않듯, 결국 근로 환경과 연관된 문제"라고 했습니다.

전공의 '전수조사' 가능성도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확고합니다. 17년째 3058명으로 변함 없던 의대 입학 정원을 2025년도 입시부턴 늘려가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일정을 언급하지 않아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박 회장은 "정부에서 생각하는 규모가 대체 어느 정도인지 저희도 가늠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보건복지부 정호원 대변인은 지난 18일 "아직 의대 증원 규모와 발표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아예 설 연휴가 지나 발표가 나올 거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대전협은 이르면 이번 달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전체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실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의대 증원을 할 경우 단체행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전수조사' 하겠다는 겁니다.

내일 의료현안협의체 '압박 카드' 될까


대전협은 집단행동 설문조사에 이어 의대생을 대표하는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와도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대응할 방법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서 교류하는 겁니다.
 
복지부-의협,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사진=연합뉴스〉

복지부-의협,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사진=연합뉴스〉


전공의들의 이런 움직임이 내일 예정된 제26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 영향을 줄지 주목됩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총 25번 만났지만,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습니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의료계는 일방적인 정원 확대 반대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단 회장은 "젊은 의사들은 의대 증원이 의료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계속 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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