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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쏟아지는 출생통보 의무화 법안…의협 "강력 반대"
잇단 쏟아지는 출생통보 의무화 법안…의협 "강력 반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4.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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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의무를 의료기관에 전가…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현행법서 출생신고 의무 부담하는데 출생통보 의무 부과는 이중규제
미혼모 등 취약군 의료기관 출산 기피 및 산부인과의 분만 기피 가속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의료기관의 장에게 아이가 출생한 경우 출생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의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지속해서 발의되는 것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강력하게 반대했다.

미혼모 등 취약군의 의료기관에서의 출산을 기피하게 하고, 이중규제로 인해 산부인과의 분만 기피 현상이 가속화 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 3월 4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상정했다.

법무부는 "부모에게 출생신고 의무가 있어 출생신고가 늦어지거나 고의로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출생 미등록 아동이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면서 "모든 출생의 99.5%가 의료기관에서 출생하기 때문에 출생신고의 공백을 최소한으로 메꿀 수 있는 방법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의료기관의 장이 해당 의료기관에서 아이가 출생한 경우 출생 후 14일 이내에 모의 성명 및 주빈등록번호, 출생자의 성별, 출생연월일시 등을 시·읍·면의 장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또 시·읍·면의 장은 의료기관의 장으로부터 통보받은 출생자에 대해 출생신고가 됐는지를 확인하도록 하고, 출생 후 1개월이 자나도록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출생신고의무자인 출생자의 '부' 또는 '모'에게 7일 이내에 출생신고를 할 것을 최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 시·읍·면의 장은 출생신고의무자가 출생신고 최고기간 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의료기관의 장으로부터 통보받은 출생자에 대해 가정법원으로부터 출생사실을 확인을 받은 후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정부 대표 발의 법안에 대해 의협은 강력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미 동 개정안과 대부분 내용이 일치하는 개정안이 제19대 및 제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으며, 당시 미혼모의 사회적 문제와 의료기관에 대한 지나친 의무 부과 문제 등을 사유로 폐기됐다는 것.

의협은 ▲부모에 대한 계도 등 정부의 후속조치 필요 ▲미혼모 등 취약군의 의료기관에서의 출산 기피 ▲산부인과의 분만 기피 가속 ▲이중규제의 문제 ▲행정업무의 의료기관 전가 및 규제 외의 대체수단의 존재 ▲행정규제기본법의 취지와 상반되는 문제를 짚었다.

의협은 "아동이 출생했음에도 출생신고가 없는 경우를 확인하기 어렵다면 이는 근본적으로 부모에 대한 계도·안내, 부모 또는 친권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 등과 같은 정부의 후속조치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지, 의료기관에 대한 의무 부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기관의 출생통보 등으로 미혼모 등 출생신고를 꺼리는 산모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국가가 출산기록을 보유하게 될 경우, 미혼모 등이 의료기관에서의 출산을 기피하게 될 것은 명백하게 예측된다"며 "이는 산모와 태아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터무니없이 낮은 분만수가로 인해 많은 산부인과 개원의들이 분만을 기피해 국가의 분만 인프라가 붕괴해 가고 있는 현실에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은 고사하고 동 개정안과 같은 입법을 통해 오히려 추가적인 규제만 부과한다면 산부인과의 분만 기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의료인 등이 부모가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 후순위로 출생신고 의무를 부담하고 위반시에는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는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추가적으로 출생통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규제의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본 개정안과 관련된 예산의 문제나 통보행위에 대한 지원 없이 모든 부담을 의료기관에 전가시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며, 의사인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출생신고업무는 원칙적으로 국가의 의무와 부모의 권리 및 의무의 영역에 있는 사안"이라며 "그와 같은 업무를 의료기관에 전가할 경우, 부모의 권리행사와의 충돌과 더불어 개인정보보호 문제 및 오류 시 책임소재 등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또 의료기관에 대해 출생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출산 관련 보험급여청구 정보를 모두 확보하고 있으므로, 관할관청이 심평원으로부터 출산 관련 보험급여청구 정보를 직접 송부받아 이를 근거로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의료기관에 행정업무를 전가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를 태만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행정규제기본법 제7조 제1항 제3호는'규제 외의 대체 수단 존재 여부'를 고려할 것을 명하고 있다"며 "대체 수단이 있음에도 의료기관에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행정규제기본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짚었다.

한편, 출생신고 및 통보를 의무화하는 법률 개정안 및 사망신고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과 국민의힘 임이자·양금희 의원도 같은 내용의 가족관계등록법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해 의료계의 비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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