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대 윤석준 교수, 각 나라의 진료지원인력 차이 비교
"PA 갈등 해결 위해선 중장기적 의료자원 관리 전략 수립 필요”

PA(Physician Assistant)로 불리는 진료지원인력의 업무 범위와 역할이 제대로 자리매김하려면 인력과 시설 문제 등 중장기적인 의료자원 관리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는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제사회보장리뷰 최신호에 게재한 ‘진료지원인력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국제 동향 고찰 및 시사점’이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윤 교수는 “진료지원인력의 업무 범위에 따른 우리 사회의 갈등에는 더 중첩적인 이유가 있다”며 “중첩적이라는 것은 단지 양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인력 양성 과정 자체도 문제지만 각 전문직역 간의 업무 영역이 기계적으로 구성돼 있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의료법 2조에 등장하는 ‘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는 문구를 놓고도 의료현장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지도’ 즉, 감독과 지시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를 놓고 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주치의제도와 의료전달체계가 자리잡은 영국과 캐나다, 의료시스템의 지역화·국영화가 이뤄진 스웨덴 등의 사례를 들며 “의료인력 수급에 대해 오랜 기간 고민해 온 나라들에서는 진료지원인력 문제가 국가 단위의 정책 방향과 맞물려 시스템이 반응하게 된다”고 했다.

진료지원인력을 지칭하는 말과 뜻, 역사, 규모, 교육 프로그램 등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진료지원인력을 ‘의사의 감독 하에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기획해 약물처방을 포함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1960년대 듀크대학병원에서 PA 교육과정을 개설하며 발전한 게 지금의 미국 진료지원인력이다.

미국진료지원인력협회(American Academy of Physician Assistants, AAP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의 진료지원인력은 14만8,560명이다. 2021년 7월 기준 277개 이상의 PA 양성 프로그램이 있고 2~3년 동안 교육 과정을 밟는다. 국가인증시험(Physician Assistant National Certifying Exam, PANCE)도 있다.

영국은 진료지원인력을 ‘의료 전문가로 의사와 함께 일하고 다학제팀의 필수적인 부분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2002년경부터 활성화돼 2007년 공식적으로 자격이 부여됐다. 영국의사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PA는 2,500여명으로 추산된다. 31개 대학에서 2년 과정의 PA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는 ‘의료 모델에 대해 교육을 받은 고도로 숙련된 의료 전문가’로 지칭하고 있다. 1900년대 초부터 군의관과 유사한 형태로 PA가 역할 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2019년 캐나다진료지원인력협회(Canadian Association of Physician Assistants, CAPA) 추산 800여명이 PA로 활동하고 있다.

윤 교수는 국내에서 진료지원인력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의사-간호사 공급 불균형을 지목했다.

윤 교수는 “대한민국 의사 인력의 기본 공급축인 의과대학 입학 정원은 20여년째 동결 상태”지만 간호사의 경우 간호대학 입학 정원이 10년 전부터 대폭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의료현장의 필요와 공급이 불일치 상태”라고 진단했다.

또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정책에서 인력과 시설 등 의료자원 정책은 의료기관인증평가와 같이 일부 질적 수준의 개입은 있었지만, 거시적인 차원의 병상 수급 조절이나 인력의 양적 수준에 대한 개입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대한민국의 의료 정책 환경은 다분히 경쟁적이고 배타적이다. 특히 의료 분야의 각 인력 간 배타성은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인력과 시설로 대표되는 의료자원 정책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그 틀에 맞춰 제 길을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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