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안 돼” 보험사 ‘영양 수액’ 손사래…소아환자 부모 분통

비타민 수액, ‘의사 소견서’에도 지급 거절
환자 “처방에 따른 치료” vs 보험사 “치료 아닌 피로회복”

기사승인 2023-11-09 06:00:06
- + 인쇄
“지급 안 돼” 보험사 ‘영양 수액’ 손사래…소아환자 부모 분통
서울의 한 아동병원 전경. 사진=박선혜 기자

최근 비타민 수액에 대한 실비·손해보험 처리가 안 돼 곤혹스럽다는 환자·보호자들의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특정 환자의 탈진, 영양부족 등을 고려해 치료에 따른 부담을 덜도록 보장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반박한다.

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소아, 영유아를 중심으로 독감, 수족구 등 바이러스 질환 발생이 증가하면서 고열, 탈진 증세를 완화하고자 비급여인 비타민 수액을 처방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가능했던 보험사의 실손 처리가 부결되면서 환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6세 자녀를 둔 김희재(가명·39세)씨는 “아이가 독감에 걸려 고열에 목통증까지 호소해 밥을 먹지 못했다. 소아과의원에서 비타민 수액을 권유해 처방을 받았는데 진료비와 검사비를 합해 20만원 정도 들었다”며 “처방 당시에는 병원에서 실손보험이 될 거라고 했는데 보험사가 거절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조유진(가명·30세)씨도 최근 5세 아들이 독감에 걸려 의사소견서를 받고 비타민 수액을 2차례 처방 받았다. 이후 실비를 청구했지만 보험사로부터 비타민 검사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며 관련 검사 결과를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조씨는 “1년 전만 해도 같은 서류를 내면 보험 처리를 해줬는데, 심사 기준이 강화돼 지급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다른 보험사에 가입한 지인은 우리와 같은 수액을 처방 받았음에도 소견서를 통해 돈을 돌려받았다고 해 어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의 영양상태가 나빠 수액을 맞은 거고, 실상 비급여 항목은 오남용이랄 것도 없는데 기준이 까다로워진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수액 실비 청구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의사소견서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는 반면, 영양 수치 등의 저하를 보여주는 피검사 결과서를 냈다는 경험담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편도가 약한 아이라 열이 자주 나는데, 제대로 음식을 넘기지 못하고 잠만 자다가 탈진 증상을 보여 종종 수액을 맞는다”면서 “8월까지만 해도 진료비 상세내역서, 진료비 계산서, 진료 확인서를 제출하면 지급이 됐는데 이젠 관련 검사 기록지까지 제출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료부터 별도 검사까지 22만원이나 냈지만, 보험사에 서류를 다 제출하고서도 예상 지급액의 절반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급 안 돼” 보험사 ‘영양 수액’ 손사래…소아환자 부모 분통
아동병원 원장 A씨가 보여준 비타민 수액 처방 의사 소견서. A씨는 비타민 수액이 치료에 필요하다는 근거에 대해 설명했지만 보험사로부터 실비 청구를 거절 당했다고 전했다. 독자 제공

의료계 역시 실손보험 심사 강화로 적극적인 치료가 어려워졌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에서 아동병원을 운영하는 원장 A씨는 “장염, 폐렴, 고열 같은 증상은 비타민C 요구량을 증가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며 “특히 아이들의 경우 고열 증상에 따라 탈진, 영양부족, 면역력 감소가 일어날 수 있어 비타민 수액을 통한 빠른 상태 회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최근 보험사들은 검사 결과지를 요구하며 부모에게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이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해도 돈 때문에 처방을 꺼리는 추세”라고 했다. A원장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은 약 6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현재는 비타민 종류에 따라 피검사를 한 뒤 그 결과를 가져가야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소아과의원 원장 B씨도 “비타민은 종류가 많고 검사도 번거롭다”면서 “당장 영양상태가 좋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는 환자에게 피검사 결과가 비정상일 때만 수액을 맞게 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환자가 제출할 소견서에 비타민의 면역력, 영양 증진 효과에 대한 논문이 수백 건에 달한다는 내용까지 담아 보냈지만, 보험사는 또다른 증거를 가져오라고 한다. 일부 의사들은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업계는 영양 수액의 경우 실손보험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손보험은 질병이나 상해로 인한 치료를 보장하자는 취지인데, 영양 수액은 치료가 아닌 피로회복 수준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일부 병원에서 치료 목적이 아님에도 청구가 가능하도록 병명을 바꾸거나 그럴 듯하게 의사 소견서를 작성해 환자들이 보험비를 돌려 받도록 했다”며 “이는 곧 의료비 과다 지출, 오남용 등의 문제로 변질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보험사들도 비타민 수액의 오남용 사례를 파악하고 있고 금융당국에서도 이에 대한 시정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들었다. 현재 영양 수액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가이드라인을 명료화할 필요는 있다”면서 “앞으로도 비타민 등 영양 수액은 보상 기준 강화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지급 안 돼” 보험사 ‘영양 수액’ 손사래…소아환자 부모 분통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