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내년 코로나검사·싱그릭스 등 가격공개 의무화 검토

A씨는 열과 함께 감기 증상을 보이는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소아청소년과의원을 방문했다. 의원에서 의사는 "실비보험이 있느냐"며 "독감과 코로나19 검사를 하겠다"고 했고 A씨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가격은 진료가 끝나고 결제를 한 뒤 진료세부내역서를 받아보고야 알게 됐다. 비급여 진료인 코로나19 검사의 비용은 3만5000원, 독감검사 비용은 4만원으로 모두 건강보험으로 지원이 안 되고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돈이었다.

앞으로는 A씨처럼 가격을 모른 채 코로나19 검사 등 비급여 진료를 받는 경우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내년부터 코로나19 검사비용, 대상포진 예방 백신인 '싱그릭스' 등을 비급여 가격공개항목에 포함시켜 가격공개를 의무화하는 안을 검토해서다. '비급여 가격 공개 제도'에 따라 비급여 진료 등 가격공개항목에 포함되면 의료기관은 해당 진료의 내용과 가격을 환자에게 미리 설명해야 한다. 현재 가격공개항목은 565개인데 내년에는 600개 초반대로 확대될 예정이다.


7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다음달 말 비급여 진료 등 공개항목을 확대하고 이를 반영해 고시를 개정할 예정이다. 현재 비급여 진료비용 등 공개항목은 인플루엔자 A·B 바이러스항원검사(현장검사), 크라운·임플란트 등 치과의 보철료, 인플루엔자·사람유두종바이러스감염증·폐렴구균 등 예방접종료 등 565개다.

여기에 복지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비용, 대상포진 예방백신 중 지난해 12월 국내에 출시된 GSK의 '싱그릭스' 접종 비용 등을 추가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공개항목은 600개 초반대까지 확대하는 안을 계획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격공개항목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코로나19 검사, 싱그릭스 등을 포함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연말에 비급여정책관리협의체를 통해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가격공개항목이 정해지면 복지부는 각 의료기관으로부터 해당 항목에 포함되는 비급여 진료의 가격 정보를 제공받아 해당연도의 9월쯤 복지부 산하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이후 소비자는 이 홈페이지에서 의료기관별로 비급여 진료의 가격을 비교해볼 수 있다.

사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내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화면 캡처

비급여 진료 등 가격을 공개하는 제도는 2016년 국민의 알 권리 확대 등을 위해 관련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의료법 45조에 따른 비급여 진료 등 가격공개항목은 2017년 107개였다. 이후 2018년 207개, 2019년 340개, 2020년 560개, 2021년 616개로 꾸준히 확대됐다. 다만 지난해에는 565개로 줄었는데 비급여 진료 내용을 보고하도록 한 비급여 보고제도 도입 준비, 일부 비급여 진료의 급여화 등으로 공개항목이 축소됐다. 또 2021년부터 비급여 가격공개항목 제도 적용이 의원급을 포함한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됐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비급여 가격공개항목을 전체 비급여 진료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국장은 "가격공개항목에 대해서만 사전에 환자에게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소비자 권리를 위해 모든 진료에 대해 환자에게 사전에 설명해 선택권을 줄 필요가 있다"며 "가격공개항목을 전체 비급여 진료 항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가격공개항목을 전체 비급여 진료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서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격공개항목에 포함되는 비급여 진료 내용에 대해 환자에게 사전에 가격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면 의료법 위반으로 복지부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시정명령이 두 번 내려지면 해당 의료기관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