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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실수령 400만원…신경외과 전문의 열악한 현실

이한희 / 기사승인 : 2023-10-31 07: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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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문의 “동기들 로컬에서 미용GP 개업, 한 달 억소리나게 벌어”
▲ 필수의료 분야의 저수가‧저인력 문제 등이 시급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와중에 신경외과 전문의의 열악한 현실을 담은 게시 글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사진= DB)

 

[메디컬투데이=이한희 기자] 필수의료 분야의 저수가‧저인력 문제 등이 시급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와중에 신경외과 전문의의 열악한 현실을 담은 글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어느 신경외과 의사의 블라인드 글’이란 제목으로 글이 게재됐다.

본인을 신경외과 전문의라고 소개하는 A씨는 “의료계에는 소위말하는 하면 x되는 외‧흉‧비‧산‧소‧내‧신‧신외라고 의사내부에서 조롱받는 8개 과가 있다”면서 “난 그중에 말단인 신경외과 전문의”라고 말했다.

A씨는 “방금 수술처방과 수술기록지를 쓰다가 내가 방금 한 수술료가 얼만지 문득 궁금해졌다”면서 “뇌 수술가운데 두개골 절제술 및 혈종제거술 수술을 했다. 보험이 되면 160만원,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면 320만원짜리 수술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수술시간은 환자가 수술방 들어오고서부터 나갈 때까지 5시간정도 걸렸다”면서 “환자는 보통 절반인 80만원을 낸다. 그리고 보험공단에서 80만원을 줘서 160만원이 맞춰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일반’으로 적힌 거는 소위 말하는 비보험가인데 건보가 적용이 안되는 사람들에게 받는 비용”이라며 “이런 수술을 받는 환자는 30일간 ‘산정특례’가 적용돼 본인부담금의 10%만 내면 된다. 따라서 이 환자의 수술비로써 환자가 지불하는 돈은 8만원”이라고 밝혔다.

A씨는 “나이 30중반에 자식 둘 있는 외벌이에 한 달 실수령 400만원 조금 넘게 받고 있다”면서 “로컬에서 미용GP로 개업해서 한 달에 억소리나게 버는 동기들보면 가끔 ‘현타’온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그래도 나름 환자, 보호자들한테 살려줘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다 잊혀진다”면서 “동기나 다른 친구들은 가족생각해서라도 나와서 돈벌어라, 안쪽팔리냐 등등 말을 하지만 난 내 스스로 멋진놈이라 생각하고 있고 아직은 낭만이 남아있는 유치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자신의 스승과 나눈 일화도 공개했다. A씨의 스승은 “전문의 되고나서 뭐할꺼냐? 이렇게 어려운거 배우는 거는 네 능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네 앞에 스쳐간 환자들, 스승들, 동료들, 사회시스템이 다 받쳐줘야 된다”면서 “그러면 좀 더 고생한다 생각하고 인류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고생 좀 더 해줘”라고 부탁했다.

A씨에 따르면 A씨의 스승은 1년 뒤에 세상을 떠났다. A씨는 “그 때문인지 나는 더 이렇게 살고있다”면서 “나 혼자라면 못 버티겠지만 주변에 나랑 비슷한 철없고 멍청하고 순진한 바보들이 몇 명 더 있어서 서로 으쌰으쌰하면서 살고있는 것 같다”고 글을 써내려갔다.

끝으로 A씨는 “앞으로 5년, 아니 한 10년만 이렇게 미련하게 살아볼 생각”이라며 “요즘 의사들 이래저래 욕 많이 얻어먹는데 그런 와중에도 나같은 놈들도 제법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이러한 글에 대해 네티즌들은 “지방가면 연봉 4, 5억원 받을 텐데 고작 월 400만원 준다니 의료서비스를 시장논리로만 볼 순 없지만 주요 외과질환 수가는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분들이 진짜 의사 ‘선생님’ 이라 불릴 자격 있는 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메디컬투데이 이한희 (hnhn0414@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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