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0.31 06:03최종 업데이트 23.10.3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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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 앞두고 의사 수 늘리기에 혈안된 여야…국감 집어삼킨 '의대 증원' 결과는?

윤석열 정부, 전 정권이 추진한 '의대정원 확대' 재 추진 확정…2025학년도 입시 반영될 '규모' 놓고 논쟁 커질 듯

10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10월, 의과대학 정원 확대 이슈가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를 잡아 삼켰다. 

국민의 뜻이라며 의사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와 국회의 압박 속에서 홀로 의사 수 증원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외로운 싸움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논의가 정권심판론으로 이어지고 있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맞물려 여야 신경전이 치열하게 진행된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는 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가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진행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의료계는 의대 정원 논의가 소모적인 정쟁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우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 국정쇄신 카드 의혹 속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약속…구체적 규모는 연말에 발표

의대 정원 이슈의 시작은 10월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첫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필수의료 의사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총공세를 하면서부터다.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부터 논란이 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대표적인 의료 문제들을 지적하며 이 원인이 '의사 부족'에 있다고 주장하며 복지부에 의대 정원 확대 및 의대 신설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부도 필수의료지원 대책, 소아의료 대책과 병상 수급 대책 등을 발표했지만 부족하다는 평가가 굉장히 많다. 대한민국의 의료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정 의사 수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고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있었던 날이었다. 같은 날 진행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마무리되면서 여당은 패배를 삼켜야 했고, 이는 곧바로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심판론으로 이어졌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여당은 의대 정원 확대를 당론으로 추진하며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할 계획이라는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의대 증원 규모도 애초 300~500명에서 1000명에서 많게는 5000명 이상까지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주 주말, 당사자인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의대 정원 논의는 '의정협의체'를 통해 의정 간 합의가 필수임에도 이러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재의 필수의료 문제는 절대적인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의사불균형의 문제이므로 '의사 재배치'를 위한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대 정원 확대를 이대로 강행한다면 당장 의사 파업을 비롯한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강경파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특히 의료계를 포함한 보수층은 전 정권인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했던 의대 정원 확대를 새롭게 정권을 잡은 윤석열 대통령이 동일하게 추진한다는 데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기로 한 의대 정원 확대 발표는 잠정 연기됐고, 대학병원장 출신이 수장을 맡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도 '의대 정원'이 화두에 올라 두 수장은 현 정권에 대한 충성도를 시험받아야 했다.

이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충북대를 찾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서울대·충북대학교 총장, 10개 국립대 병원장 및 소비자, 관련 분야 전문가 등과 함께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의 뜻을 직접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지역 필수 의료를 살리고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 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조건"이라며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 분야에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법적 리스크 부담을 완화하고 보험 수가를 조정하고 보상 체계의 개편이 아울러서 뒷받침돼야 하며,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소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이 발표에는 의대 증원 '규모'와 구체적인 '추진계획'에 대한 내용이 빠지면서 야당 의원들은 마지막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를 통해 현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가 내년 4월 총선을 위한 것이 아니냐며 따져 물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이 시기를 전후해 당 혁신위원장으로 연세의대 인요한 교수를 지명하는 등 총선을 의식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판 속에 조규홍 장관은 26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이행하기 위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복지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의학교육점검반'을 꾸려 41개 의과대학의 증원 수요와 수용역량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의대 증원 규모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 장관은 "의대 정원 확대 규모는 현장 수요 조사, 의료계와의 협의, 사회적 의견 수렴 등 관련 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해 최대한 빠르시일 내에 결정하겠다"며 2025학년도 입시에 반영하기 위해 연말 안에는 발표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전했다.

개원의 중심 단체들의 반대 불구 지역 의과대학선 증원 요구 빗발…총선 앞두고 철회 힘들 듯
 
10월 19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필수의료 혁신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실 올해 초 의정협의체가 '의료현안협의체'의 형태로 재개됐을 때부터 의사 증원이 논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복지부와 의협은 2020년 의료총파업을 계기로 '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한다'는 9.4 의정합의문을 작성한 바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안정화 선언과 맞물려 진행된 '의료현안협의체'의 정례화는 9.4 의정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정부의 포석이 됐다.

하지만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복지부가 원하는 의대 증원 등의 논의가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정부는 결국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산하에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와 '필수의료확충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최근까지 5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의협은 의대 증원에 합의한 적 없다는 입장이며, 관련해 정부와 논의를 진행해야 할 의료현안협의체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포함될 ▲의료사고 부담완화 ▲보상 강화 ▲근무여건 개선 등의 세부적 내용만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의대 증원 논의는 어떻게 될까?

개원의들이 주가 된 의사단체들의 반발과 달리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는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전체 의대 3분의 2가량은 증원을 희망하고 있다. 정원 확대 여력이 있는 미니 의대만 17곳에 달해 총 증원 요구 규모는 1000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와 지역대학들은 의대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창원대, 목포대, 순천대, 인천대 등은 지역에 의대가 없음을 주장하며 지역과 여야 의원들이 힘을 합쳐 지역 의대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파장은 전 사회에 미치고 있다. 입시 시장에는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진학 붐이 점쳐지고 있고, 당장 재수 학원가는 의대 입시를 노린 재수생들로 유례없는 성황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당장 내년도 4월 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지역 주민에게 표를 얻어야 하는 국회의원이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긴 어렵다. 지역구 주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의 대표주자가 바로 지역의대, 지역병원 설립이다. 이미 여야 당 지도부 모두 의대 증원을 총론으로 잡았고, 앞으로는 세부적인 규모를 가지고 싸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당 관계자는 "당장 의대 정원이 늘어도 의사가 배출되는 것은 10년 뒤이기에 현재 의료체계에 엄청난 변화를 주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후 우리나라 의료체계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OECD 국가 중 의사 수가 가장 적다면서도, 의료접근성은 1위라는 모순된 우리나라에서 의사 수가 늘어나면 현재의 왜곡된 의료체계는 더욱 막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한 가지 변수는 의사 내부에서도 개원의, 봉직의, 교수, 전공의, 병원장 등 직역과 지역에 따라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결사반대를 외치는 개원의 등과 달리 교수와 봉직의들은 다소 온건한 입장이며 병원장 등은 이를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이 정부의 주장대로 실제 '낙수효과'를 일으켜 필수의료 의사 수를 늘리고 의료비를 줄이는 등 순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 상태라면 12월에 있을 전공의 모집부터 위축될 전망은 분명해 보인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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