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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보다 인프라 먼저”…의료소외지역 주민·의료계 ‘반발’(종합)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는 의·정 신뢰 깨질 수 있어”
“의료비 증가만 부추길 뿐…병원 확충이 우선돼야”

(전국=뉴스1) 이윤희 기자, 양희문 기자, 김혜지 기자, 전원 기자, 박민석 기자 | 2023-10-16 19:20 송고 | 2023-10-16 22:09 최종수정
의사단체가 정부의 국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단순히 수를 늘려서는 필수의료 공백 사태를 막을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의과대학의 모습. 2023.10.1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의사단체가 정부의 국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단순히 수를 늘려서는 필수의료 공백 사태를 막을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의과대학의 모습. 2023.10.1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정부가 2025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의료소외지역 주민들과 의사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16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필수 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전체 의대 정원에서 1000명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오는 19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이 확정되면 현재 고2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의료시설이 낙후된 지역 곳곳에선 반발 움직임이 거세다.

일부지역에선 2020년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 규모로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에 반발, 전공의 집단휴진(파업) 사태로까지 번진 의·정 갈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구지역 의사단체는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는 "의·정 신뢰가 깨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을 강행할 경우 2020년 전공·개원의 파업 때보다 반발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구시의사회 등 대구의 의사단체는 기본적으로 정원 확대에 반대하면서도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현재까지 별도의 성명이나 입장문은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의 구체적 입장 등이 나오면 투쟁 일정 등 궤를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한 개원의는 "의대 정원 확대를 이야기하기 전에 필수의료 수가를 개선하고 현실화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면 의·정간 어렵게 쌓은 신뢰가 깨져 더 큰 사회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매년 최소 1000명 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나오고 있다.  2023.10.1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매년 최소 1000명 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나오고 있다.  2023.10.1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충남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남대의대에 재학 중인 김모씨(20대)는 “문제는 지방과 비인기과에 가려는 인력이 없다는 것인데,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지 모르겠다”며 “주변만 봐도 대부분 될 수 있으면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인턴을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 탄방동의 한 정형외과 의사 유모씨(40)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건보) 통계에서 작년 한 해에만 외래진료를 3009회를 받은 대구 사람이 있는 걸로 드러났다. 하루 평균 8곳의 병원을 돌아다닌 셈”이라며 “불필요한 건보 재정 지출을 막거나 의료 수가는 조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다면 의료비 증가만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소외지역 주민들사이에서도 반대여론이 거세다. 정원 확대보다 병원 확충이 시급하다는 게 해당 지역 주민들의 주장이다.

경기 가평군의 경우 종합병원이 단 1곳도 없다. 응급실을 갖춘 병원도 가평읍(의원급), 설악면(병원급) 2곳에 불과하며, 군의 보조금 지원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도 전무하다.

양평군도 마찬가지다. 양평에는 전문의 2명, 간호사 10인 이상의 규모를 갖춘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없다. 양평읍 일원 양평병원 한 곳이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으나 당직 의사가 1명밖에 없어 제대로 된 진료나 수술이 어렵다. 이 탓에 양평과 가평지역 주민들은 왕복 3~4시간 거리에 있는 타지역으로 원정진료를 떠나야 한다.

이 지역 주민들은 공공병원의 확충 및 신규 설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병원이 있어야 늘어난 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또 의대 정원 확충과 함께 의료진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평군 관계자는 "의대 정원 확충이 전체적인 의료인 부족 현상을 해결해 줄지는 몰라도, 병원이 없는 지역과는 별개의 일인 것 같다"며 "정부 차원에서 의료소외지역에 공공병원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의료진이 지역에 남게 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북 지역 의료계와 대학에서도 기존 인프라 체제에서 정원만 확대하는 것은 수업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고, 필수 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도내 한 의대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안을 발표하기 전에 대학에서 이를 수용할 만한 인적, 물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며 "40명이 정원인데 갑자기 100명으로 늘면 강의실 수용, 실습 진행 과정 등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안 그래도 정시 확대로 재수생이 늘고 있는데 의대 정원까지 확대되면 결국 'N수생 쌓기' 문제가 심화하지 않을까 싶다"며 "더 많은 의대생들이 배출되더라도 이들이 필수 진료과를 택할지, 지방에서 근무할지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나. 이는 법적으로도 제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사단체가 정부의 국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 추진에 대해 단순히 수를 늘려서는 필수의료 공백 사태를 막을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의 의료진의 모습. 2023.10.1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의사단체가 정부의 국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 추진에 대해 단순히 수를 늘려서는 필수의료 공백 사태를 막을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의 의료진의 모습. 2023.10.1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전남도는 정부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의대 정원 확대 뿐만 아니라 신설이 이뤄져야 지역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건의하고 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목포시)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필수 의료인력을 양성하고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오는 지방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단순히 의사 인력을 늘린다고 해서 두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 졸업생 중 50%가 넘는 비율이 수도권에서 취업하는게 현실이다"며 "자체적으로 의사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국립의대 신설 등 체계가 마련돼야 지방의료 격차 해소, 필수 의료 인력 양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광역시의사회도 16일 성명서를 내 '의대 정원 확대를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울산시의사회는 "이미 배출된 필수의료인력은 차고 넘친다"며 "다만 필수의료분야에서 소신있게 진료할 의료환경 여건이 부재해 인력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국민보건건강을 위한다면 필수의료가 왜 기피되고 지원자가 없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서 그에 맞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전시의사회 등 대전의 의사단체도 기본적으로 정원 확대에 반대하면서도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김영일 대전의사회장은 “정원 확대보다 중요한 게 배치다. 현재 있는 의사들도 의료수가와 소송으로 제대로 된 진료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1000명을 늘리면 현재 정원의 3분의 1 수준인데, 이들을 교육할 인프라는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곧 나올 정부의 공식 발표를 지켜보겠지만, 대규모 정원 확대가 현실이 된다면 파업 투쟁까지도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l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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