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0.05 06:36최종 업데이트 23.10.0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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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의료 후속대책에 쏟아지는 비판…"전공의 때 100만원 받고 의료소송으로 10억 쓴다"

핵심 빗나간 대책, 젊은의사들이 소청과 선택하게 할 유인 안 돼…"조삼모사 정책에 불과" 비판 커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올해 2월에 내놓은 '소아의료 개선대책'이 의료 현장과 괴리된 정책이라며 뭇매를 맞으면서 최근 의료계 목소리를 반영한 후속대책이 공개됐다. 

이번에야말로 소아의료 공백을 막겠다던 정부의 자신감 있는 태도와 달리 의료계는 정부가 아직도 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서 다가올 소청과 진료 인력급감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소청과 의사 탈출 러시 속 후속대책 발표…야간·휴일 보상 강화, 100만원 수련보조수당

5일 의료계 의견을 종합하면, 보건복지부가 '부모와 아이 모두 안심할 수 있는 소아의료체계 개선'을 하겠다며 22일 발표한 2차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에 대한 비판이 많다. 

앞서 2월 22일 발표된 1차 소아의료 개선대책 역시 구체적인 수가 지원 재정 규모와 조달 방법, 전공의 인력 유입과 지방으로의 인력분배에 대한 정책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소청과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특히 해당 개선대책이 발표됐음에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3월 소청과 폐과를 선언하고, 노키즈 존으로의 탈출을 위한 학술대회를 실시하는 등 소아의료 현장은 이미 탈출 러시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1년차 전공의들이 3명이 수련을 중도 포기했고, 지난 7월 27일 마감한 하반기 상급년차 전공의 모집에서 빅5 병원을 포함한 주요 대학병원 모두 2~4년 차 소청과 전공의를 단 한 명도 채우지 못했다.

이에 임현택 소청과회장은 현 상황을 보다 못하고 직접 '복지부 박민수 2차관에 대한 경질 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대책을 촉구했고 정부는 2차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대책은 공공전문센터에 대한 예산지원 확대와 소아 입원진료 보상 확대, 야간·휴일 소아진료 보상 강화 및 전공의에 매월 100만원의 수련보조수당 지급,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방안 검토 등의 내용이 골자다.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 방안 없어…"정부가 소아의료 붕괴 넋 놓고 있다"

이번 발표에 대한의사협회는 즉시 '환영'의 뜻을 밝히는 등 정부의 소아진료 개선에 대한 의지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일선 소청과의사들은 이번 개선대책 역시 아동병원과 대학병원에 유리한 정책이라는 점,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소청과 진료 인력급감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정부가 제시한 100만원의 수련보조수당이 터무니 없이 낮고, 의료계가 우려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대책도 '검토' 수준에 그쳐 전공의들이 소청과를 선택할 유인이 되지는 못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차관 경질을 요구하는 등 반발하니까 급하게 대책을 내놓은 것 같은데 의료계가 진정으로 요구한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며 "소아의료 붕괴를 넋 놓고 쳐다보겠다는 태도다"라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이 정도의 대책으로는 소청과 전공의들을 설득하기는커녕, 기존의 전문의들도 소아과 탈출에 대한 마음을 더욱 굳힐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정책에 즉각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 놓은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꼬집었다.

그가 이토록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는 미약한 대책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소청과에 대한 보상 재원이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방식으로 마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 정부는 재정 건전화 기조하에 건보재정 효율화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제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서도 종별가산을 폐지하고, 영상·검체 검사 수가를 인하해 확보한 재정을 필수의료인 수술 및 소아과 보상에 사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결국 의료계가 우려한 재정 순증 없는 필수의료 강화 대책이 진행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임 회장은 "그 외에도 정부는 우리나라 의료의 근간을 이루는 내과의 진료 체계를 송두리째 붕괴시킬 수있는 검체수탁법, 위암 등의 내시경적점막절제술 수가, 내시경 재료대의 폭압적 강제 삭감 시도에 이어 급성 심근경색증의 심장 관상동맥스텐트 재료대 또한 보건복지부가 대폭 삭감할 예정이라 한다"며 이렇게 삭감을 통해 마련한 재원이 소청과 등 필수의료 대책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그는 "재료대나 검사료를 깎으려면 의사가 시술하는 행위에 대한 댓가를 제대로 쳐주는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 정상화 노력없이 무조건적 재료대와 검사료 삭감은 사람 살리는 의료를 철저히 망가뜨리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라며 "복지부는 그나마 의사들의 무한한 희생 속에 기형적으로 겨우 돌아가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를 더 이상 망치는 짓을 당장 그만둬야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젊은 의사들 "전형적인 조삼모사 정책" 비판…"매달 100만원 지원에 미래 거는 의사 없다"

전공의들과 향후 전공의가 될 의대생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타과를 선택한 A 전공의는 익명을 요구하며 "전공의 때 매달 100만원 더 받고 나중에 10억짜리 의료소송에 걸리면 그게 수지타산이 맞는 것이냐"며 "향후 내 인생을 결정지을 전공을 선택하는 데 당장 100만원을 더 주는 게 얼마나 큰 메리트가 있을지 우습다"고 비판했다.

해당 전공의는 "의사들이 전공을 선택하는 데 있어 수입도 분명 중요한 요소다. 문제는 당장 돈 몇 푼을 더 받는다고 해서 미래에 수입이 보장되는 게 아닌데 전공의에게 100만원을 더 준다는 정책은 전형적인 조삼모사 정책으로 의사를 바보로 아는 게 아닌가 싶다"고 강하게 비꼬았다.

실제로 의대생 SNS에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 월 100만원 수당 지급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모 대학병원 임상조교수 B씨는 "젊은 의사들이 최근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수입이 전부가 아니다. 일과 삶의 균형도 몹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래서 환자를 최대한 대면하지 않는 과목을 선택하거나 당직이 없는 전공을 선택하려는 의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소아의 경우 야간과 주말 당직에 대한 부담도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젊은 의사들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씨는 "현재 소청과는 수년째 전공의 충원이 너무 안 돼 업무 강도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에 젊은 의사들이 내년에 소청과로 전공을 선택할 경우, 당직 등 본인의 업무 강도가 너무 강할 것을 우려해 소청과 선택을 포기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소청과는 이미 개원의부터 폐과를 선언하며 피부와 미용 등 타과 수련을 받고 있고, 보호주와 관련한 각종 민원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도 많이 전해지면서 단순한 지원책으로 젊은 의사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관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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