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9.13 06:06최종 업데이트 23.09.1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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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붕괴, 의협의 대책은? …'필수의료기금',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안

의협, 필수의료 지원대책 국회 토론회 개최…자연분만 수가 미국의 10분의 1, 개두술 일본의 5분의 1 수준으로 '열악'

9월 12일 열린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필수의료 붕괴 위기의 큰 축으로 꼽히는 '저수가'와 '의료과오 형사처벌화 경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가 기존의 수가 인상, 공공정책수가 활용에 더해 별도의 '(가칭)필수의료지원기금' 설치와 '필수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을 주장했다.

12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하는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저수가‧불합리한 상대가치점수 등 ‘저보상’ 해결 관건…공공정책수가, 기금화로 재정지원

이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최근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사건으로 대변되는 소아진료와 응급의료의 붕괴,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을 설명하며 그 원인으로 저수가와 불합리한 상대가치점수를 들었다.

실제로 미국 자연분만 수가는 1만1200달러인 반면 한국은 10분의 1에 해당하는 1040달러에 불과하고, 뇌지주막하출혈을 치료하기 위한 '뇌 혈종제거를 위한 개두술' 수술료는 일본이 662만원인데 비해 한국은 142만원으로 일본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우 원장은 "저수가도 문제지만 불합리한 상대가치점수도 필수의료를 붕괴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며 "상대가치점수가 낮은 의료행위 항목은 진료를 하면 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로 돼 있어 진료를 기피하게 되는데 필수의료 분야 처치나 수술도 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국가의 진찰료(초진‧재진료)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는데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의 초진료는 7.9배, 캐나다는 4.3배, 프랑스는 2.1배, 일본은 1.8배 높았다. 재진료는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은 7.45배, 캐나다는 2.97배, 프랑스는 2.96배 높았다.

그런데도 일부 정부와 국회는 지역에 의과대학 및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것을 필수의료의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 원장은 "의료 수요가 많으니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단순한 개념은 위험하다. 의사 수 증대는 곧바로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기 떄문"이라며 "오히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30%에 육박한 일본은 오히려 의대정원을 줄일 계획이다"라고 비판했다.

결국 우 원장은 의료계 내외의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전문과목 안에서 고난이도 시술 및 수술 분야와 배후 진료를 담당하는 협력 진료 분야에 대해서도 수가를 인상하고, 정부가 약속한 공공정책수가 및 건강보험재정 외 별도 기금이나 예산을 통해 국가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필수의료 분야의 장기적이고 안정적 지원을 위해 별도 기금을 설치해 필수의료 인프라 확충, 필수의료 분야 인력지원, 필수의료 강화 관련 사업 등에 사용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행위의 본질과 특수성을 무시한 처벌 경향…"필수의료사고 형사상 처벌 면제해야"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

뒤이어 발제에 나선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최근 우리나라 의료과오의 형사처벌 경향을 지적하며, 필수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법제이사는 "중증환자나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처한 환자는 의사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환자가 사망이나 상행의 결과에 이를 개연성이 상존하다. 그럼에도 현행법은 이와 같은 의료행위의 본질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요구가 지나치게 빈번하게 제기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우봉식 원장 역시 "최근 의료행위의 형벌화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의사의 정당한 의학적 판단에 따른 의료행위라 할지라도 예측하기 힘든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런데 단지 행위의 결과를 보고 의사를 구속하거나 형사처벌을 한다면 그 의사의 진료를 받고 있는 또 다른 환자의 진료권을 박탈하는 선의의 피해를 유발하는 문제가 발생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이 의료사고로 기소하려면 형사법상 행위 요건인 고의의 의도가 있어야만 한다. 선의의 의료행위를 단지 결과가 나쁘다고 해 형사기소를 하진 않는다. 선의의 의도를 갖고 한 의료행위를 처벌하기 시작할 경우 의료인이 시행하는 진료와 치료 행위가 위축되고 그 소극적 의료행위의 피해는 결국 환자가 감당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 법제이사는 "필수의료의 안정적인 제공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현행과 같이 처벌 일변도의 규제 위주 정책보다 고위험진료 및 필수의료 분야 특수성을 감안해 일정한 요건 하에 형사소추의 특례를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전 이사는 "의료행위의 목적은 타인의 지병과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선의의 구현이며 의사가 최선을 다해 진료하더라도 사망과 같은 악결과를 피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 의료행위의 본질적 한계임에도, 진료 과정에서 고의가 아닌 오진이나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등에 자동차 운전과 동일한 형법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의료행위의 본질과 특수성을 무시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거나 합리적 배상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민사적 배상을 얻고자 의료인에 대해 형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의료분쟁 발생 시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법의 선행법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인데, 이 법의 목적은 운전자의 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형사면책을 허용해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사회적 분쟁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전 이사는 "이 법은 운전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 역시 동일한 취지의 입법목적을 갖고 있다. 중증질환과 위험도 높은 수술, 응급의료행위, 분만이나 신생아 진료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사고에 대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환자 동의를 받지 못한 의료행위를 제외하고 형사상 처벌을 면제하는 특례를 통해 필수의료 제공환경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국민의 진료받을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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