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자보심사위원, "현지조사 결과 75% 사전 일괄조제"
“첩약 심사 강화 조짐 보여…엄격한 관리 필요” 강조
정부가 교통사고 환자에게 처방되는 첩약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환자별 증상에 맞춰 조제·탕전 돼야 하지만 대다수 한방 의료기관들이 일률적으로 조제·보관해 온 탕약을 환자에게 투약하는 현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동차보험 현지 확인 심사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 자동차보험심사센터 김경호 자동차보험심사위원은 지난 8일 서울 굿모닝시티 에머랄드홀에서 열린 대한한방병원협회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은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오랜 기간 보험 분야 업무를 맡았으며 지난 43대 집행부에서 보험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김 위원은 “최근 첩약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고 있다. 중요한 핵심은 환자 개별 증상에 맞춰 변증을 해내고 개별적인 조제·탕전을 거친 약을 첩약이라고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하루 분에 1만4,720원으로 수가가 높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환자들에게 맞추지 않고 진찰 받고 나면 15분 있다가 처방 내주는 식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첩약에 대한 현지 확인 조사를 재작년부터 해서 150건 정도 사례가 쌓였는데 75%가 사전 일괄 조제로 이뤄지고 있는 상태”라며 “그럼에도 이 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기적이다. 어쩔 수 없이 칼을 들어야 할 때다. 첩약은 (심사에 대해) 강하게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대로 써 달라”고 했다.
김 위원은 “한의계 쪽만 자보에 대한 심사 압박이 심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난해 한방의 자동차보험 진료비가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자보에서 요구하는 책임의 강도도 달라지는 것”이라며 “(심사에서도) 진료 하나하나 항목에 대해 보겠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또 자보가 한의계가 받아들여야 하는 큰 기회라고 했다. 건강보험 급여권 진입에 앞서 테스트 베드가 될 수 있는 곳이 자보라는 것. 심평원의 2022년 자동차보험 진료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의과 자보 총 진료비는 의과보다 4,197억원 더 많은 1조4,63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01% 증가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김 위원은 “자보에서는 첩약, 약침, 물리요법 등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들도 대부분 보장하고 있다”며 “수술이나 코마 또는 세미코마 환자를 관리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손상에 있어 특히 근골격계 손상 환자는 (건보) 보장성만 제대로 된다면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자보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제 사회에게 이 진료비 수준과 비급여 수준을 급여화 했을 때 관리 가능한 툴이 있는가를 보여줘야 한다. 스스로 적정 수준의 진료비와 관리 기능이 없다고 판단하면 건보는 죽어도 못 간다”며 “조금 더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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