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 대란 '재현' 조짐…배출량 '급증'
일회용기저귀 제외 효과 무색…소각→"멸균분쇄 처리방식 전환" 제기
2023.09.08 12:50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일회용기저귀 제외로 안정세를 보였던 의료폐기물이 다시금 증가세로 돌아서며 ‘제2 의료폐기물 대란’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은 13곳에 정체돼 있어 이 추세라면 수년 전(前) 촉발됐던 폐기물 처리 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작금의 의료폐기물 처리방식을 소각이 아닌 멸균분쇄 방식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대수 의원(국민의힘)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의료폐기물 배출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연간 23만8000톤에 달하던 의료폐기물은 일회용기저귀가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2020년 19만5000톤으로 감소하며 한시름을 덜었다.


하지만 2021년 21만8000톤으로 다시금 20만톤을 넘어섰고, 2022년에는 22만1000톤으로 다시금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 추세라면 올해는 역대급 배출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처럼 최근 의료폐기물 배출량 증가가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처리시설은 십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은 단 13곳으로, 그 중 5곳은 용량 대비 100%를 초과한 폐기물을 소각 중이며, 120%를 넘는 곳도 3곳에 달한다.


전체 의료폐기물 배출량의 30%를 차지하는 서울과 전북, 강원, 제주는 아예 소각시설이 없어 권역 외에서 처리되고 있다.


환경부는 소각시설 부족 현실을 감안해 지난 2020년 환자의 일회용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전환시키는 한편 신규 소각장 설립을 추진 중이지만 지역주민 반발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병원계는 작금의 상황을 타개할 최적의 대안으로 병원이 직접 의료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멸균분쇄시설’에 주목하고 있다.


물론 현행법에도 병원들은 자체적인 멸균분쇄시설을 설치하고 의료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 돼 있지만 설치 기준이 과도하게 제한돼 있어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는 ‘의료폐기물 배출자가 설치하는 멸균분쇄시설 처분능력은 시간당 100kg 이상 시설’로 명시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적어도 700병상 이상 대형병원 정도는 돼야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일반 종합병원이나 중소병원들은 원천적으로 설치가 불가하다는 얘기다.


대형병원들 역시 기준에 부합하기는 하지만 대형 멸균분쇄시설 설치를 위해 적잖은 공간이 필요한 만큼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현재 국내 의료기관 중에 멸균분쇄시설을 가동하는 곳은 분당서울대병원과 용인세브란스병원, 시화병원, 가천대길병원 등 총 5개에 불과하다.


병원 내 멸균분쇄시설을 설치, 운영하면 기존 의료폐기물 처리비용의 최대 70%까지 절감할 수 있음에도 과도한 진입장벽으로 저변화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유해 쓰레기인 의료폐기물의 친환경적 처리방식에 몰두하는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계 의료폐기물 처리방식은 기존 ‘소각’에서 ‘멸균‧분쇄’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환경계획(UNEP)는 멸균분쇄시설을 통한 처리를 권고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심지어 개발도상국들도 의료폐기물의 일정 비율을 멸균분쇄 방식으로 처리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폐기물 멸균분쇄방식 기준이 30년 가까이 변하지 않고 있어 관련 환경기술 산업경쟁력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글로벌 핵심 의제인 탄소중립 및 순환경제 촉진, 병원 ESG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서라도 의료폐기물 멸균분쇄 방식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