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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20)
[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20)
  • 의사신문
  • 승인 2023.09.0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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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석 서울시의사회 총무·법제부회장(옴므앤팜므 성형외과의원 원장)
‘불합리한 수가 협상의 개선방안’

※우리나라 공보험 제도의 역사는 한 마디로 규제의 강화라는 도전과 자율성을 지키려는 의료계 응전의 역사이다.

쉬운 건보 이야기 20번째 이야기는 ‘불합리한 수가 협상의 개선방안’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는 2024년도 환산지수 협상에서 의원의 환산지수 인상률을 2008년 유형별 협상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하의 수치인 1.6%로 확정하였습니다. 

본론에 앞서 먼저 간략하게 대한민국의 요양급여비용 계약의 역사를 되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요양급여비용 계약의 역사는 [1]‘수가 협의제’(1963년~1977년) : 진료비 수가를 의료법 제51조의 규정에 정해진 의료보수를 기준으로 보험자와 협의하여 결정, [2]‘수가 고시제’(1977년~1999년) : 정부가 관련 기관의 의견 및 수가 인상 관련 연구결과를 근거로 하여 재정경제부와 협의하여 수가를 고시, [3] ‘수가 계약제’(2000년~2006년) : 정부가 정한 수가를 기준으로 수가를 산정하되 최종 수가는 각 단체와의 계약체계에 따르는 형태, [4] ‘유형별 수가 계약제’(2007년~현재) : 7개 요양기관 유형별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수가 계약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매년 건보공단(공단)의 이사장과 의약계를 대표하는 7개 단체장이 계약 당사자가 되어 환산지수로 계약을 하게 되며, 매년 5월 31일까지 계약이 체결된 경우는 재정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하게 되나, 계약이 결렬된 경우는 6월30일까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심의·의결한 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하게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유형별 수가 계약이 시행된 이후 의원급의 수가 협상은 총 17회 중 10회가 협상이 결렬되었으며, 이후 건정심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고시하고 있는 것이 암울하지만 우리의 현실입니다.

<표 - 최근 연도별 의원급 수가 계약 추이>

그리고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헌신한 의원 유형에게 역대 최하위인 1.6% 수가 인상으로 응답한 정부에 대하여 의료계 전체에서는 하나 된 목소리로 분노를 표시하였으며, 노예계약과 다름없는 수가 계약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12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개원의협의회 2023 심포지엄에서는 '불합리한 수가 협상 개선방안'을 주제로 의료계의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8월12일 열린 대한개원의협의회 2023 심포지엄>

현재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SGR 모형에 의한 결과물을 토대로 수가 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SGR 모형은 ‘지속 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Sustainable Growth Rate)을 의미하는 미국의 SGR 시스템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현실을 반영하여 수정한 모형으로 SGR 모형의 메커니즘은 기준연도부터 해당 연도까지 목표진료비와 실제 진료비를 각각 합산하여 비교함으로써 진료비 목표를 수립하는 누적개념의 모형으로, 진료비의 목표치를 정하고 실제치를 목표치에 근접시킬 수 있도록 환산지수를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즉, 미리 목표치를 설정하고 수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적용기준 시점을 언제로 하느냐에 따라 환산지수 값의 격차가 발생하고, 공급자나 가입자들이 유불리에 따라 기준연도를 달리하자는 주장으로 환산지수 산정에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또, SGR 모형이 거시지표를 활용하므로 경영수지분석보다 자료의 논란이 적지만, 계산식에 어떤 거시자료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환산지수의 값이 달라질 수 있으며, 누적값을 사용하므로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 과대 또는 과소 편향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그 밖에 SGR 모형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꼽히는 GDP 성장률의 경우, 미국은 실질 GDP 성장률뿐 아니라 물가수준의 안정으로 MEI(메디케어 경제지수)도 안정적인 상황이지만,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으며 더욱이 보장성 확대라는 명목의 문재인 케어는 우리의 보건의료환경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SGR 모형의 여러 가지 문제점보다도 더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SGR 모형을 개발하였고 우리나라와 달리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지표를 가진 미국에서조차도 2015년 4월 SGR 모형이 폐기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불안정하고 비관적인 지표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SGR 모형을 고집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매우 잘못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재정운영위원회 구성 및 운영방식의 문제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수가 협상은 재정 당국이 국내 GDP 대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재정지출 증가율을 설정하면 그에 따라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추가소요재정(밴딩) 상한선을 결정하고, 그 상한선에 따라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들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밴드 결정이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되기보다는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감과 1조 정도의 미리 정해진 심리적 상한선이 존재하여 매년 2% 이내에서 통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수가 계약의 중요한 권한을 가진 재정위는 직장가입자대표(10명), 지역가입자대표(10명), 공익대표(10명)로 구성되어 계약 당사자인 공급자 측이 단 한 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고 있으며, 가입자 대표들은 보험재정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보험료 인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쥐꼬리만 한 밴딩 폭조차도 수가 협상 직전에야 알 수 있는 등 깜깜히 모르는 협상 구조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계약이라는 것은 당사자 의사 합치를 의미하며, 계약 체결 여부와 그 내용은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므로, 협상이 결렬되면 당사자의 의사 합치가 없으므로 계약은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귀결되는 것이 계약의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 협상이지 “협상이라 쓰고 고시라 읽는다”라는 자조적인 표현처럼 협상은 없고 일방적인 고시로 일관되고 있는 수가 협상의 현장에서 매년 반복되는 건보 수가 계약 결렬은 불가피한 상황이며, 이로 인해 수가 계약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불합리한 수가 협상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1)재정위에 계약 당사자인 모든 유형별 공급자대표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고 2)별도의 수가 협상 인상률 결정에 대한 재량권 부여 등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실질적 권한 확보 3)협상 결렬 시 건정심 심의 의결 전 별도의 중재 기구 신설 4)불합리한 페널티 구조개선 5)밴드 규모는 최소한 협상 전까지 결정하는 등 합리적 운영방식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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