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1:13 (일)
대한외과醫 "수술지연 이유로 의사 형사처벌 확정···파행 불가피"
대한외과醫 "수술지연 이유로 의사 형사처벌 확정···파행 불가피"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9.04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 얼마나 자르면 범죄자 되나? 앞으로 재판부가 치료범위도 정해라"
"안전 보장 없는데 수술하는 외과 의사 없을 것···파탄은 법원에 있어"

대한외과의사회(이하 의사회, 회장 이세라)가 수술지연을 이유로 외과의사에게 내려진 형사처벌 확정에 대해 “대한민국 의료의 파행이 불가피하다”며 비판 성명을 3일 발표했다.

의학적 판단에 따라 수술을 늦춘 결과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의사업무상 주의위반 정도가 가볍지 않고 이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당히 중한 상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여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 8월 이에 대한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외과의사를 최종적으로 범죄자로 확정했다.

의사회는 “이제 2023년 8월부터 대한민국에서는 외과의사가 본인의 의학적 판단으로 내린 결정이 범죄가 될 수 있으며 본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음을 공식적으로 확인받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외과의사는 칼을 들고 타인의 신체에 생리적 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었으나 그것은 업무에 따른 정당행위로 그 위법성을 조각시켜 그것을 범죄로 만들어 처벌하지는 않았다. 또한 의사는 처음부터 일부 신체기능의 손상을 감수하더라도 환자의 전체 신체의 건강을 회복시키고 유지시키려는 목적을 가진것으로 건강을 훼손하려는 고의가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범죄로는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은 의사의 의료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악결과에 의사에게 잘못과 책임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곳에 문제는 발생했지만 그것이 범죄는 아니라는 뜻이었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건은 6개월전에 난소암치료 받은적이 있었던 환자가 장유착과 장꼬임을 이유로 병원에 내원하며 시작됐다. 의료진이 장꼬임으로 인한 장폐색증상에 대해 보존적 치료를 하던중 환자가 혈변증상을 보였다. 의료진은 장괴사에 대해 응급수술을 시행했고 이후 추가적인 2차 수술을 진행하여 환자가 회복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사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가볍지 않고 이로 인해 환자에게 상당히 중한 상해(傷害)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에 의사회는 “이제 재판부는 장꼬임 증상이 있으면 무조건 개복수술을 해서 장을 잘라야 한다는 뜻인가? 혈변증상이 있으면 무조건 개복수술을 해서 장을 잘라야 한다는 뜻인가?”라며 “그렇다면 얼마만큼의 장꼬임 증상이 있어야 하는가? 얼마만큼의 혈변증상이 있어야 하는가? 얼마만큼의 장을 자르면 범죄가 되지 아니하고 얼마 만큼이면 범죄자가 된다는 말인가? 의사의 판단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곳이 재판부라면 의사가 범죄자가 되지 아니할 수 있는 그 증상과 치료 범위까지도 재판부에서 정해주는 것이 옳지 아니한가?”라고 반문했다.

의사회는 “모든 수술에 대해 같은 비용을 받아야하는 대한민국 의료의 당연지정제 체계안에서 외과의사들이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그 수술을 하고 있거나 혈변을 보는 환자를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서 따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었던것이 아니었다. 수술없이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했던 것이고 환자도 그것을 함께 원했고 그러한 희망을 품었다는 이유로 외과의사는 범죄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형벌은 그 처벌로 인하여 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교화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그 형벌로 인하여 이제 외과의사들은 수술을 하는 대신 감옥에 가지않고 의사면허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렸다. 외과의사들은 수술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이제 살 수 있는 희망이 있었던 환자들의 가능성에 눈감게 만들어 놓고 그나마 몇없는 수술하는 외과의사들 마저 범죄자로 만들어 강제로 수술방 밖으로 끄집어내어 형사처벌의 감옥에 넣어 버리고 있으니 대한민국 의료계의 파행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판결로 인하여 마음 놓고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의사는 사라졌다. 더 이상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는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것은 국민들의 목숨뿐이며 앞으로 발생할 모든 파탄의 책임은 오롯이 법원에 있음을 엄중히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