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9.04 04:35최종 업데이트 23.09.0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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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서도 "반영구 화장 의료행위 아니야"…문신사법 추진에 영향줄 듯

청주지법, 바늘로 피부 아프지 않을 정도 찌르는 단순한 기술…의협, '침습행위 제거'하거나 '병원 내 시술' 대안 제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반영구 화장을 의료행위가 아닌 미용과 화장 등으로 규정해 비의료인도 가능하다고 판결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긴 해야 하지만 원심에 이어 2심에서까지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면서 문신 시술을 바라보는 사법부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는 반응이다. 

의료계는 판결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향후 국회 내 법제화 과정을 의식한 듯 문신사나 미용사의 침습 행위를 제거하거나 의료기관 내에서 이들이 고용돼 일하는 방법은 고려해볼 수 있다는 대안을 내놨다. 

바늘로 피부 아프지 않을 정도 찌르는 단순한 기술…위해 우려 적다
 
4일 의료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방법원 형사항소1부는 8월 30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2인에 대해 검찰 항소를 기각했다.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청주시에서 미용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2014년 6월부터 5년간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학원에서 눈썹과 아이라인 등을 바늘로 찔러 색소를 입히는 반영구 화장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 판결의 요지는 반영구 화장 등 문신 기술이 고도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비의료인이 시술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도 강조됐다. 

법원은 "신체에 대한 침습은 다양한 위험이 따르지만 극히 일부나마 비의료인이 습득하고 시행할 수 있는 한정적인 의학지식과 기술만으로 예방과 대처가 가능한 영역이 있다"며 "일례로 채혈 혈당측정기가 비의료인을 대상으로 판매되거나 '급체'로 불리는 급성 소화불량 환자를 위해 비의료인을 대상으로 사혈침이 판매돼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은 "반영구 화장 시술은 색소를 묻힌 바늘로 피부를 아프지 않을 정도로 찌르는 단순한 기술의 반복으로 이뤄지므로 그로 인한 위험을 예방하는 데 고도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리라고 보기 어렵다"며 "감염 예방 등에 관한 일정한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면서도 동시에 그와 이질적인 화장기법 등 지식이 상당히 요구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염료로 인한 부작용은 색소 자체의 안전성과 관련된 것이므로 의료인과 비의료인 사이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이는 문신 시술 또는 반영구 화장 시술에 사용할 염료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규율해 통제해야 하는 위험이지 비의료인에게 시술을 금지해 대처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 반하는 첫 사례…국회 내 문신사법 추진에도 영향줄 듯

이번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반영구 화장 등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취지의 첫 판례이기 때문이다. 

현재 문신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고 있으나, 지금까지 대법원 판례는 문신은 바늘로 피부를 찔러 글씨나 그림을 새기는 침습적 행위로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있어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긴 해야 하지만 원심에 이어 2심에서까지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자, 문신 시술을 바라보는 사법부 시각 자체에 변화가 도래했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이 같은 변화는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문신사법, 반영구화장사법, 타투업법 등 관련 법안의 법제화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한진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반영구화장은 워낙 보편적으로 시술을 하다 보니 법률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식이든 법안 통과를 막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 의료체계를 지킬 수 있는 선에서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의 지도 아래 의료기관 안에서 문신사들의 시술을 허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제화 대안 두 가지 '침습행위 제거'하거나 '병원 내 시술' 

의료계는 입장이 난처해졌다. 현재 상황이라면 무조건적인 반대만으로 법안을 막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한의사협회와 피부과학회, 의사회 등은 인체를 침습하는 문신행위가 출혈, 감염, 급만성 피부질환 등 의학적 위험성이 상존하며, 합병증 유발로 환자 건강에 치명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의협 황지환 기획이사(의협 비의료인의 문신 합법화 법안 대응 TF 의무자문위원)는 "위해가 적다는 판결 내용을 납득하기 어렵다. 주사바늘로 필러 하나를 넣어도 굉장히 부작용이 심각하고 비의료인이 시술을 한다고 하면 난리가 난다"며 "사회통념이 바뀌더라도 위험한 부작용 등은 변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다만 구체적인 향후 법제화 대응에 대해선 두 가지 대안 정도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황 기획이사는 "우선 법안 내용 중 1차적으로 침습 행위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 겉 표면에만 칠을 하면 한 달 정도 유지된다. 이렇게 하면 오히려 뷰티산업 측면에서도 시술 횟수가 늘어날 수 있어 먹거리가 더 확대되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간호사나 의료기사처럼 문신 전문 간호사 의료기사를 만드는 것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워낙 침습적인 행위라 의사가 위임 가능한 행위일지 의문"이라며 "문신과 염료 자체의 위해 문제로 문신을 말리고 있는 것이므로 실제 고용할 의료기관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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