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수평위 통해 학계 의견 수렴…“비수도권 수련병원 지원책 선행 必”

보건복지부가 올 초 필수의료 지원대책 중 하나로 마련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 5대 5 조정을 오는 2024년도부터 적용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청년의사).
보건복지부가 올 초 필수의료 지원대책 중 하나로 마련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 5대 5 조정을 오는 2024년도부터 적용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청년의사).

보건복지부가 올 초 필수의료 지원대책 중 하나로 마련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 5대 5 조정을 2024년도부터 적용하기 위해 학계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또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확대에 앞서 전공의들이 비수도권 수련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복지부는 각 학회에 ‘2024년도 전공의 정원 책정 방향’을 전달하고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2024년 전공의 정원 책정 방향에는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 50% 배정 ▲평균 충원율 저조‧미충족 정원 규모 등을 고려한 과목별 정원 조정 ▲국립대병원과 필수의료 수행병원 등에 정책적 목적 배정 확대 ▲전공의 수련 여건 미비 기관에 대한 배정 축소 등 수련병원과 기관 효율화 등이 담겼다.

이 중 정부가 올 초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에도 포함됐던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 5대 5 조정’에 대해선 학회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찬성 측에서는 ‘효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정책은 다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반대 측에서는 ‘단순 비율 조정만으로 효과를 낼 수 없다’, ‘비수도권 수련기관 지원책 없이 단순 비율 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피과 중 하나인 외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 5대 5 조정에 대해 일찌감치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한외과학회 신응진 이사장은 지난 5월 ‘2023년 춘계학술대회’ 중 청년의사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는 외과 전공의 지원이 적기 때문에 지방 전공의 정원을 서울에 줘서라도 외과 전공의를 늘리자는 논리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렇게 가면 지방 소멸을 더욱 가중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과학회는 정부가 수도권과 지방 전공의 정원 비율을 5대 5로 맞추는 것에 찬성한다”며 “(지방 전공의 정원을 늘리면) 전공의 지원이 더 줄어든다는 논리도 있는데, 이렇게 시장논리로만 전공의를 배정하면 결국 지방 전공의는 없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은 “소청과는 현재 전공의 지원율이 25%로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 조정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최소 50% 이상 전공의 지원율이 상승될 수 있도록 진료인력환경과 수가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한 관계자는 “지방 전공의가 너무 없어 물리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5대 5로 배정하겠다고 하는데, 제대로 수련도 안된 전공의를 응급실 근무 등을 위해 지방에 강제 배정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5대 5로 배정한다고 전공의들이 서울과 수도권의 수련 질이 높은 병원을 두고 지방에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전공의 수련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방의료가 죽어가니 전공의 배정해서 해결하겠다는 근시안적 정책을 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전공의 정원이 603명에 달하는 내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율 5대 5 정책에 맞춰 내과 전공의 정원을 확대한 후 확대 정원을 비수도권 수련병원에 배정하는 방안을 복지부에 제안한 상태다.

대한내과학회 김대중 교육수련 이사는 “내과학회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을 5대 5로 조정하는 큰 그림에는 동의하지만 현 상황에서 정원을 조정하면 수도권 전공의 60명을 빼서 비수도권에 배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김대중 이사는 “내과는 수련기간을 3년으로 줄였고 노인환자 증가 등으로 인해 내과의사 수요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전공의 60여명을 빼는 것은 수도권 병원들로도 어려움이 있다”며 “때문에 내과 전공의 정원을 670명까지 단계적으로 증원하고 증원하는 인력을 비수도권에 배정해야 한다고 (복지부에) 제안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현재 정원을 그대로 유지한채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을 5대 5로 하라고 하면 (전공의 배정 계획) 제출을 거부할 생각도 있다”며 “전공의 수 증원 없는 5대 5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그래도 내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율이 6대 4 정도지만 7대 3인 학회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5대 5로 비율을 맞추겠다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5대 5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수도권에 정원을 배정했을 때 채울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비수도권에 전공의가 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정책의 당사자인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은 “비수도권에 전공의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곧바로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비수도권 수련 환경을 더 좋게 만들어주는 근로환경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강 회장은 “이 외 수련비용 지원, 급여 보조 등 인센티브가 있어야 실질적인 (전공의의 비수도권) 지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피과목 외 지역 근무도 피하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수도권 비수도권 5대 5 배정으로) 오히려 수도권 인기과 경쟁률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는 오는 29일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개최한 후 30일 전공의 배정 관련 학회 간담회를 진행한다.

수련병원 전공의 배정은 통상 8월 말에서 9월 초 각 학회가 수련병원별 전공의 정원 배정 계획을 마련해 복지부에 제출하면 복지부가 확정해 10월 발표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