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빈번한 칼부림 범죄···정신건강 인프라 붕괴 따른 '후폭풍'이다
빈번한 칼부림 범죄···정신건강 인프라 붕괴 따른 '후폭풍'이다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8.24 15:0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안심입원제'라는 명칭으로 입원 절차 개선 필요해
기존 정신과 병원 병상 간격 넓히라는 정책 시행, 폐업 부추겨
'방화' 위험 중증질환자 민원에도 인권위 조사관 병원 방문
최상철 서울시醫 이사 "정신질환자 인권 위한 길은 치료로 회복시키는 것"

최근들어 사회 도처에서 중증정신질환자들의 흉악범죄가 일어나는 것과 관련해 사법입원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역시 '국민안심입원제'라는 명칭으로 입원 절차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묻지마 칼부림 범죄가 일어나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피의자 조선(33)의 변호인은 그가 피해망상을 겪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에서도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 최원종(22)은 1명을 살해하고 13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그는 2020년 조현병 직전 단계인 조현성 인격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최근 3년간 자의에 의한 판단으로 치료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19일에는 홍대입구역에서 합정역 방향으로 진행 중이던 지하철 2호선 열차 안에서 50대 남성 A씨가 소형 다용도 공구로 2명의 시민을 공격하여 찰과상과 자상을 입혔다. A씨는 과거 조현병 진단을 받았지만 2019년 1월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중증정신질환자들의 최근 범죄행위를 잘못된 법률 도입으로 인한 입원절차 개악의 후폭풍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신질환자 입원은 2016년 5월 19일 제19대 국회에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 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 처리되며 크게 어려워졌다. 이 법은 동년 헌법재판소가 본인 동의 없는 정신병원 강제 입원을 위헌으로 판결한 것을 계기로 제정됐다.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키기 위해서는 2명 이상의 보호자 신청,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담고 있다.

최상철 서울시의사회 섭외이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2005년경 정신과 전문병원에 근무하던 시절에도, 정신과 환자가 인권위 등에 민원을 넣으면 인권위 직원들이 병원에 찾아왔던 일들이 있었다. 이 법이 결정적으로 정신질환자 입원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당시 민원을 제기했던 환자는 퇴원해서 병원을 나가면 집에 불을 지르겠다던 중증질환자였다”라고 설명했다.

최 이사는 “법안의 취지는 강제입원이라는 인권유린으로부터 정신과 환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오히려 다른 국민들과 일부 중증정신질환자의 중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이사는 “과거 정신병원 입원 기간 중에는 치료 목적으로 보호자와의 연락을 제한 했었다. 환자가 진정 상태로 가려면 안정적으로 입원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휴대전화를 쓸 수 있게 해 준다. 이로 인해 입원하자 마자 보호자에게 퇴원시켜 달라고 환자들이 전화를 한다. 보호자가 그 때 무너지면 퇴원하는 거다. 입원도 어려운데 입원한 환자도 금방 퇴원되는 악순환이 생긴 것이다.

최 이사는 “예전에는 입원한 후 안정이 된 다음 보호자를 만났는데, 지금은 입원하자마자 만나니 보호자가 감당을 못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민주 교수는 2012~2016년 경찰청 범죄 통계 자료와 심평원의 통계치를 바탕으로 조현병 범죄율을 일반인 범죄율과 비교 분석한 결과, 조현병 환자의 전체 범죄율은 낮지만 살인, 방화 등의 중범죄 비율은 일반인의 다섯배에 달하는 결과를 국제학술지 'BMC정신의학(BMC Psychiatry)'를 통해 과거 밝히기도 했다.

전체 범죄율에서 조현병 환자는 1만명 당 90.3명, 비조현병은 361.9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살인은 조현병 환자가 1만명 당 0.5명으로 비조현병 환자 0.1명의 5배에 달했다. 방화는 조현병 환자가 1만명당 1.7명, 비조현병 환자가 0.2명이었다. 통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전체적인 범죄율은 낮으나 중범죄 위험도는 크게 올라가기 때문에 정신질환자는 더욱 세심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이사는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려면 자해와 타해의 위협이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런데 자·타해 기준이 애매하다. 누군가를 해하기 전까지는 입원을 시키기가 어렵다. '해칠 것 같은'으로는 안된다. '해치면'이 입원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정신과 병원의 병상이 부족한 것도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신질환자 입원을 어렵게 하고 있다.

최 이사는 “정신과 병원은 침대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공간이 적게 필요하다. 그런데 기존 정신과 병원 병상 간격을 일반 병원 병실처럼 넓히라는 정책이 시행됐다. 그렇게 되니 낮은 수가로 병원 운영을 못하게 되고 정신병원들이 문을 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3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공포·시행했다. 정신의료기관의 병상 간 이격 거리를 1.5m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법에 따르면 입원실 당 병상 수를 최대 10병상에서 6병상 이하로 줄여야 한다. 복지부가 2020년 11월 같은 내용의 법을 입법 예고했을 때도 의료계에서는 현장을 모른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재영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장은 “단순 계산해도 현재 전체 입원환자 4만4000여명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1만8000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사실상 강제퇴원 돼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이 같은 조치로 기존 6만2000여개였던 우리나라 정신과 병상은 5만1000개 수준으로 17.7% 감소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병상 부족으로 정신과 응급입원 신청 대비 반려 비율은 2019년 2.83%에서 계속해서 증가해 2022년 9.88%로 3.5배까지 늘어나고 있었지만 정부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었다.

최 이사는 “필수의료뿐만 아니라 정신과 응급실 뺑뺑이도 문제다. 요새 입원할 병실이 하나도 없다”며 “정신과 환자의 진정한 인권은 치료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전문 치료를 받아 건강한 삶을 회복케 하는 것이다. 환자를 심한 정신증 상태로 방치했기에 그 역효과가 사회에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류창욱 2023-08-27 12:46:56
https://blog.naver.com/ryu8689/223177837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