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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월 1000원 내세요" 소아과 예약 '똑닥' 앱 유료화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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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10월 환자로 붐비는 한 소아과 의원.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환자로 붐비는 한 소아과 의원.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최근 ‘오픈런’까지 벌어지는 소아과 진료 예약에 유용하게 이용된 병원 예약 앱(애플리케이션) ‘똑닥’이 유료화를 결정하면서 작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똑닥은 30, 40대 부모들의 소아과 예약에 자주 활용된 무료 서비스로 누적 가입자가 1000만 명에 달한다. 지난달 “오는 9월부터 서비스를 멤버십 전용으로 바꾼다”며 유료화를 선언했다. 월 1000원 혹은 연 1만원을 내고 병원 예약·접수 서비스를 이용하는 식이다. 똑닥 운영사 비브로스의 관계자는 15일 “지난해 적자만 70억~80억원인 상황에서 적자 폭을 줄이고 최소한의 운영비용이라도 벌 수 있는 건 멤버십 제도라고 판단했다”고 유료화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육아 필수 앱’ 똑닥 1000원 유료화에 맘카페 술렁

갑작스러운 발표에 온라인 맘 카페는 술렁이고 있다. 저출산과 의료 수가 문제 등으로 동네 소아과가 줄어들면서 소아과 오픈런을 해야 할 때 똑닥 앱이 부담을 많이 덜어줬기 때문이다. 현장 대기 시간을 줄이는 실용성을 인정받아 똑닥은 2017년 출시 이후 누적 가입자 1000만 명, 월간 실사용자는 100만 명이라는 성과를 냈다. 앱과 제휴 된 전국 병·의원은 1만여곳 정도로 추정된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동네 소아청소년과가 차츰 없어지고 접근성이 떨어지게 되니 오픈런이 생기고 똑닥 이용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과 간판.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소아청소년과 간판.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온라인에선 “저출산 문제 심각한 나라에서 애들 아플까 봐 노심초사하는 부모들 지갑 털 생각만 하느냐”는 유료화 반대론, “소아과는 오픈런 아니면 무한 대기인데 아이 키울 때 고맙고 편한 앱이었다. 1000원 정도는 낼 수 있다”는 찬성론이 엇갈리고 있다.

의료 스타트업 업계에선 똑닥의 사정이 예고된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초반엔 관심을 끌면서 투자가 이뤄져 7년간 무료 서비스가 가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된 수익 모델이 나오지 않아 무료 서비스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육아 필수 앱’으로 통하던 인기 앱이 경영 위기를 호소하며 유료화로 전환하는 상황은 전후 사정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에겐 당황스러울 뿐이다. 한 소아청소년과 원장은 “규모가 큰 병원은 자체 대기 시스템이 있지만, 동네 소아청소년과에는 대기에 대한 민원이 많다. 똑닥은 그런 점을 공략해 환자에게 빨리 받아들여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 병원장은 “소아청소년과 예약이 힘든 현실 때문에 똑닥 찾는 소비자가 늘었는데, 유료화가 필요한 현실 때문에 다시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까지 갈등 잠재해 있어

사진 똑닥 블로그

사진 똑닥 블로그

향후 의료 서비스 영역에서 비슷한 현상이 자주 벌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이라는 시대적 변화는 계속되고 법체계는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 법제화도 진료비 책정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서원식 가천대 의료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소아청소년과는 필수의료 영역이기 때문에 규제 등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 공동 대표는 “기술은 계속 발전하는데 과거 의료 시스템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편의를 제공하는 의료 관련 정보기술(IT) 서비스에 추가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라기 때문에 대부분 업체는 똑닥의 행보를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어느 정도 사용자를 확보하면 다양하게 과금하는 의료 상업화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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