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보험사가 요양시설 임대를?‥"돌봄 정책에 역행"

정부, 임차인도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검토 중
노조·시민단체 단체 반발‥"민간 참여 독려보다 공공 부문 인프라 확충이 먼저"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7-28 11:5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앞으로 '돌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대비해 정부가 임차인도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방향에 대해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심지어 요양시설 운영자까지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사회통합 돌봄 정책'에 역행하는 꼴이라는 비판이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 규칙에 의하면 10명 이상의 노인 요양시설은 '건물·토지를 소유한 사업자'만 설치할 수 있고 임차는 허용되지 않는다. 임차는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한 건물·토지에 대한 공공 임차만 가능하다.

그런데 지난 4월 보건복지부는 현 노인복지법 시행 규칙을 개정해 타인 소유의 사유지나 건물을 임대해도 설치·운용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어 지난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관련 공청회를 개최됐다.

이 날 발표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 신 노년층은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나 현행 표준화 서비스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서비스의 다양화 차원에서 민간 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이 제시됐다.

정부가 발표한 연구용역은 현 임차 규제를 풀어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과 연결된다.

노조와 시민단체 측은 재벌 및 보험사가 토지·건물의 소유권이 없어도 요양시설을 임대해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꼬집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재벌보험사·금융자본이 요양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줄기차게 정부에 요구해 왔던 내용이다. 이와 같은 행보는 현 정부 사회보장제도의 시장·민영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이유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수단이다. 건강증진과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가족의 부담을 덜어줘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현재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보편적 사회보장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개인이나 가계의 부담을 떠나 국가책임을 통한 제도이다.

하지만 장기요양보험의 양적인 성장과 달리, 서비스의 질 향상과 수급자의 욕구 반영 등 수많은 개선 사항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장기요양기관의 '공공성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장기요양기관의 비율은 민간이 99%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 중심으로 편향돼 있으며, 2021년 기준 입소시설 5988곳 가운데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전체 시설의 0.01%인 118곳뿐이다.

대다수 장기요양시설 입소자와 가족들은 쾌적하고 안정된 환경이 보장되는 공공 요양시설에 입소하기를 희망한다.

일례로 '건강보험공단 서울요양원'의 경우 150명 정원에 현재 대기 인원이 1000명이 넘어 2019년에 신청한 대상자가 5년 만에 입소하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국공립 시설입소 대기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노조는 "노인 돌봄 서비스에 민간 참여를 독려하기보다 공공부문 인프라 확충이 선행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돌봄 시장화가 강화될 경우, 소득에 따라 양극화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질 격차도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조는 오히려 노인장기요양보험 보험료 인상이나 국비 지원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등 재정이 충분치 않은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돌봄서비스 질이 낮은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할 대책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KB손해보험, 대교 등의 기업들은 장기요양 시장에 진출했다. 뒤이어 타 민간보험사들도 시장 진출을 빠르게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초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에서 국가가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보다는 민간의 장기요양 시장 진입을 더욱 쉽게 열어줘 대기업 이윤추구 장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곧 대기업 보험사가 운영하는 시설, 보험상품 등을 이용가능한 집단과 그러지 못한 집단의 차별적 환경에 내놓여지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또한 노인들의 차별적 돌봄을 비롯한 고액의 돌봄비용으로 노후 대부분의 자산이 보험회사의 요양시설 입소 비용이라는 블랙홀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애초부터 영리를 추구하는 보험회사가 노인 돌봄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단순히 돈 때문이다. 자본이 풍부한 보험회사가 굳이 건물이나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 임대 방식으로 진입을 하려고 한다. 과거 건강보험의 비급여를 보장해 주겠다며 실손보험의 진입했던 것처럼 노인장기요양보험 비급여 항목에 다양한 보험 상품을 끼워 팔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노조와 많은 시민단체는 대기업의 민간 요양시설 활성화가 아닌, 단 1%도 채 되지 않는 국공립요양시설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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