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비대면 진료…"정부가 전자처방전 시스템 구축해야"

약계, 국회 토론회서 '국민 안심처방전달체계' 도입 촉구
미국·영국·독일 등 해외 사례와 비교…'우편함 모델'이 대안
"디지털 시대 전자처방전 서비스는 환자의 기본권"

신동혁 기자 (s**@medi****.com)2023-07-14 06:02

[메디파나뉴스 = 신동혁 기자] 정부 차원의 전자처방전 시스템 도입을 촉구하는 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이를 수용하고, 민간 영역에서의 불완전한 비대면 진료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13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국민 안심처방전달체계'의 도입을 촉구하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해외에서 운영 중인 전자처방전 시스템을 검토하고, 국내 의료기관 생태계를 고려해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전자처방전과 관련된 문제가 아직 충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시범사업에서는 특정한 약국으로 발행된 처방전을 팩스나 이메일로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권영희 서울시약사회 회장은 "표준화된 전송 방식이나 운영·관리 주체 등이 마련되지 않고 처방전달시스템을 제공하는 민간 업체가 증가하면서 갈등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의료기관과 약국 간 담합을 조장하고 전송서비스의 수수료를 약국에 전적으로 부담시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대진 동국대학교 약학과 교수<사진>는 미국·영국·독일·호주·일본 등 5개국의 전자처방전 시스템을 소개했다. 

해당 국가들은 모두 주도적으로 디지털 헬스 정책을 추진해왔다. 또한, 직접 시스템의 표준화와 인증 관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전자처방전 시스템을 도입한 독일, 일본 등은 환자의 정보를 한 곳에 집약시키는 '우편함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이렇게 저장된 정보는 다양한 곳에 응용될 수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김 교수는 "디지털 시대의 전자처방전 서비스 제공은 환자의 기본권"이라며 "정부가 직접 각종 표준과 인증체계를 마련하고 있다는 게 이 국가들의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시스템을 최근에 도입한 독일, 호주, 일본의 사례를 보면 모두 우편함 사례를 채택하고 있다"며 "심평원만 봐도 보안에 대한 우려는 크게 되지 않는 상황으로, 우리도 경험이 충분히 쌓여있는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처방전의 세부 이력은 의사와 조제약사만 조회할 수 있다. 제3자에 의해 환자의 개인정보가 전달되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이는 전자서명 없이 이미지 형태로 처방전을 전송하는 식으로 운영되는 국내 시스템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미국은 지난 2003년 '메디케이션 현대화' 법률을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전자처방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전체 처방전의 94%가 전자상으로 전송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정부가 민간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정 업체(Surescripts)가 95%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처방전을 환자 지정 약국으로 직접 전송하는 '집배원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먀약류가 포함된 전자처방전 전송할 때에는 별도로 더 강력한 기준이나 표준을 준수해야한다. 마약단속국(DEA)이 운영하는 승인 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하는 등 추가적인 요구사항이 존재한다.

영국은 정부가 직접 전자처방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연간 처방건수는 약 1억 건에 달한다. 1차 처방에 해당하는 GP 처방전의 95%가 전자상으로 전송되고 있다.

환자는 전자처방전을 보낼 약국을 지정할 수 있으며 필요 시에는 변경도 가능하다. 도입 초기에는 의사, 약사들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처방전 코드를 환자에게 토큰(QR코드) 형태로 주고, 약국을 지정하지 않은 환자들도 전자처방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시스템에 접속하려면 의료인 ID와 전자서명이 필요하다. 

독일 정부는 2021년부터 'e-헬스 전략'의 일환으로 전자처방전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인구와 연간 처방전 건수가 비슷한 국가다. 

단, 개인정보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높아 유럽에서 전자처방전 도입이 가장 늦은 편이다. 지역 단위의 시범사업을 거쳐 이달 1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의원 및 병원급을 포함한 전체 의료기관과 약국이 전자처방 시스템에 연결된 상황이다. 디지털헬스전담기구가 따로 있는데, 이 기구에서 소프트웨어 공급자를 직접 인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QR코드 없이도 카드로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으며 접속코드는 공공앱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듬해 1월부터 전자상으로 모든 의약품 처방이 가능하게끔 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호주는 지난 2008년부터 국가 전략을 통해 전자처방전을 도입 시기를 물색해왔다. 2020년 정식으로 해당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영국과 유사한 세금 운영 방식을 채택했다.  

조달 입찰을 통해 4년간 국가 전자처방전을 운영할 수 있는 민간업체를 선정해 위탁을 맡기는 방식이다. 선정된 업체는 정부가 시행하는 적합성 평가를 통해 전자처방 등록부에 등재된다.

특이점은 처방전 한 장당 한 품목의 의약품 처방 QR코드만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5개의 약물을 처방받기 위해서는 5개의 QR코드가 필요한 셈이다. 

일본은 올해 9월부터 전자처방전 시스템을 운영할 방침이다. 해당 시스템은 공익법인인 국민건강보험중앙회에서 운영하며, 민간기업에 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이다. 민간 기관의 승인은 정부가 담당한다.

소프트웨어 공급자도 정부가 승인한 민간기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QR나 확인코드를 환자 본인이 받아서 직접 약국에 가져가는 형태다.

김 교수는 "정부는 하루 빨리 전자처방과 관련된 인증체계나 표준을 마련하기 위해 시범사업에 착수해야한다"며 "정부의 주체적이고 책임있는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 사업은 기존에 없던 사업"이라며 "플랫폼 기업들이 비대면 진료 예약 서비스를 통해 웹팩스 형식으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서울시약사회가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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