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숙원 '분만사고 전액보상'···다음은 '소송'
산부인과 등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절실···조건부 책임 면제 '필수의료지원법' 주목
2023.06.23 05:25 댓글쓰기

의료인면허취소법 통과 파장 후 의료계, 특히 산부인과 숙원이었던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책임제’에 대해 입법부가 보상 측면을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국가가 의료사고 피해 보상 재원의 100%를 부담해 의료기관 부담이 줄어들 전망인 가운데, 향후 필수의료 선택 기피 원인 1위로 지목되는 의료진 소송·형사처벌 책임 완화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사 출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같은 당 이정문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일부개정안’이 압도적 찬성표(재석 178명, 찬성 171명, 기권 7명)를 얻어 가결됐다. 


의료계는 이번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필수의료 회생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하며 향후 의료인 소송 및 형사처벌 감경·면제의 법제화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지난 본회의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이번 법 개정을 효시로 삼아 필수의료에 대한 정부와 국회 육성 및 지원과 함께 ‘의료사고처리특례법’도 속히 제정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산부인과를 필두로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고의 과실이 아닌 업무상 의료사고로 의사를 구속하지 않도록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를 정하고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  


산부인과 뿐 아니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 의료소송 등의 부담으로 전공의 씨가 말라가는 진료과들은 더욱 절실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과거 신생아 사망사건 책임자로 지목된 전공의들 구속 및 응급환자를 받지 못해 ‘응급실 뺑뺑이’ 병원으로 지목된 곳의 행정처분 등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고 있어 인력 이탈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이와 관련해 “분만 진료 10년만 하면 모두가 전과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없어야 한다. 형사책임이라도 면제해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을 높여야 한다”고 피력해왔다. 


김재유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최근 대한개원의협의회 기자간담회에서 “의사가 선의로 진료를 하다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법적 책임을 면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이 필요한데,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료 위기는 상수도 배관이 터져 누수가 생긴 상태인데, 정부는 파이프를 수리하기 보단 의사 정원 확대라는 조치로 물을 더 붓는 대책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착한 사마리아인법 계류→의사 조건부 면책 ‘필수의료지원법’ 관심 


지난해 6월 신현영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응급 처치로 환자가 사망할 경우 처벌을 면제하는 취지의 착한사마리아인 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계류 중이다.   


최근에도 비슷한 취지 법안이 지난달 발의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는 필수의료 시행 중 발생한 의료사고 시 의료진 형사처벌을 감경·면제하는 게 목적인데, 구체적인 조건을 명시했기 때문에 충족 여부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필수의료 시행이 불가피했고 ▲사전·사후 설명의무를 성실히 이행했고 ▲의료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 형법 제268조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다. 


구제적으로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의료진은 환자 또는 환자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고 서면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설명 및 동의 절차를 밟느라 수술 등이 지체되면 환자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는 이 방식을 적용하지 않는다. 


의무 설명 사항으로는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진단명 ▲수술 등 필요성과 방법·내용 ▲설명하는 필수의료 종사자 및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필수의료종사자 성명 ▲수술 등 전후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부작용 ▲수술 등 전후 환자 준수사항 등으로 규정됐다. 


소송 면제=‘의사 특혜’ 인식 존재···환자단체 “의료인 입증책임 강화가 먼저”


다만 이러한 의료인 책임을 덜어주는 제도에 대해 환자단체측이 우려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의사와 환자 중 의사에게만 특혜를 주는 법이라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관련 내용이 담기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의료사고 피해자, 유족은 의료과실과 의료사고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고 의료분쟁에 있어 절대적 약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인 책임 면제에 앞서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의 충분한 설명, 애도, 예방을 위한 환자안전사고 보고 등 의료사고 입증책임을 입법화하는 게 먼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동석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前 회장도 “국회 보건복지위워노히 의원들을 모두 찾아갔는데, 법안 발의가 힘든 사유로 ‘의사에게 특혜를 주는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필수의료가 화두가 되면서 국민 마음도 바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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