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저지 가능 단계 지나"…의료계 대응전략 변경해야

정확한 수요·공급 추계 어려운데 정치권 의지·사회적 요구 높은 상황
"확대 전제로 우려점 최소화할 방안 고민할 시점"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6-19 06:07

(왼쪽부터) 연세대 장성인 교수, 서울시립대 임준 도시보건대학원장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정부와 국회 의지 사회적 요구를 고려할 때, 정원 확대 여부를 두고 저지 가능한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정원 확대 여부를 가를만한 정확한 수요·공급 추계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이를 통한 추진이나 저지에 집착하는 것은 부차적 논쟁이라는 것.

따라서 의료계와 전문가들이 정원 확대를 전제로 어떤 방식으로 확대하고 관리해야 우려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의료포럼은 17일 '미래세대를 위한 의사인력정책 무엇이 정답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먼저 발제에 나선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장성인 교수는 필수의료 등 분포 문제를 배제하고 의료이용량 대비 필요 의사 수를 숫자로만 따져볼 때, 오는 2042년까지는 부족하지 않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고령화로 향후 외래는 1.2배, 입원은 2.25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 2042년 이후에는 의료이용량과 전체 의사수라는 절대적 숫자로만 놓고 봐도 역전이 발생한다는 전망이다.

만약 단순히 해당 추계를 바탕으로 한다면 2042년 의대 정원을 4000명으로 늘리고, 2059년 3100명으로 감원한다면 의료이용에 따른 필요 의사 수와 전체 의사 수 그래프를 일치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따라서 당장은 숫자로만 본다면 의사가 부족하지 않으며, 결핍된 필수의료 분야에 인력을 적극 배분하는 방안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절대적 의사수도 부족해지는 시기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필수의료 등 의료 수요가 발생하는 각 분야로 의사를 분배할 수 있는 유인과 연동한 단계적 공급 조정, 즉 '증감' 계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단, 제시한 추계는 현 의료이용량 적절성에 대한 판단이나 의료기술 발전으로 인한 변화 등에 대한 고려는 없이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의사 수와 관련해 부족하다는 연구도 충분하다는 연구도 제시되지만, 설정하는 시나리오와 방법론, 가정 등에 따라 달라진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근거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임준 도시보건대학원장 역시 의사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데 공감했다.

그러나 지역이나 필수의료 등 분포 불균형 등으로 국민이 부족하다고 보고 느끼고 있는 만큼 의료인력 공급량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인력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보건의료 시스템 구조개혁도 패키지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증가하는 급성기 병상 수 감축 노력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병원 구조조정을 통한 종합병원과 전문병원 등 내실화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 정책이 보건의료 시스템 구조개혁에 더 중요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의대 정원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지만, 행위별 수가제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박건희 평창군 보건의료원장은 의료행위를 많이 제공할수록 보상이 많아지는 행위별 수가제의 유용성을 재검토할 시기가 왔다고 진단했다.

박 원장은 경험적 관점에서 의사가 일을 구할 때는 급여와 리스크, 사회적 시선, 흥미 등을 고려한다고 봤다. 그러나 필수의료는 행위가 많이 발생하지 않으니 급여는 낮고, 리스크는 높으며, 사회적 존경은 사라진 상태라는 것.

행위별 수가제로 인해 공장을 돌리듯 환자를 짧게 보고 많은 의료행위를 해야 하니, 필연적으로 실수도 많아지고 환자와 의사 사이에 신뢰 관계도 형성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의료사고특례법만이 해결책이 아닌 지불제도 개편을 통해 환자를 많이 보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만드는 게 경제적으로도 좋은 상황이 조성돼야 한다고 봤다. 이 경우 환자와 의사 신뢰, 사회적 존경도 회복되면서 의사의 실수에 대해 환자도 이해하고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환경이 조성되면 필수의료에 흥미를 느끼고 뜻이 있는 의사들이 돌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조민우 교수도 행위와 결과가 함께 포함된 지불제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960년대 의사가 부족하던 시절 많은 의료행위를 할수록 보상이 많아지도록 설정된 행위별 수가제가 현 상황에서도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의대 증원은 피할 수 없는 아젠다로 떠오른 만큼, 의료계가 대응 전략을 새로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의료수석전문위원은 의대 증원에 대한 정부 의지가 전 정권에 비해 더 확고해진 데다, 국회에서는 여야 입장차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이슈라고 정치권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는 해당 사안과 무관하지 않은 담당 공무원 직위해제가 이뤄지는 등 정책에 속도를 더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그는 절대적인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데 동의할 수 있지만, 필요한 곳에 의사가 없다는 사실도 의료계가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의사가 부족할수록 의사가 힘들어진다는 데에도 동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사 수에 대한 추계 등이 정책을 논의할 때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정확한 계량화가 어려운 만큼 이를 추진 여부에 적용하기 위한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은 부차적일 것 같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 수석전문위원은 "전문가분들이 논의를 확장시켜 늘린다는 전제 아래 다음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해야 우려되는 지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러 정책이 함께 제안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강청희 한국보건의료포럼 대표는 "건강보험 공급자를 양성하는 문제는 늘어나는 비용을 지불하게 될 국민이 규모에 대해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증원은 피할 수 없는 당면 과제"라며 "시점과 방식, 기술적 문제 등에 대한 토론도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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