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심각하다면서‥임산부의 '입덧'과 '조산' 치료는 외면

임산부 대부분 겪는 입덧, 높아진 조산율‥이에 맞춰 치료제 급여도 확대돼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6-17 06:01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1년 국내 합계 출산율은 통계청 추산 0.81명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지난 16년간 약 260조 원을 저출산 정책에 투자했으나 출산율에는 개선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 정작 임신을 한 여성들에게 존재하는 사각지대는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한 예로 임산부의 70~85%가 경험하는 입덧 대응 치료제는 지금까지도 비급여다.

현대약품이 도입한 '디클렉틴(독실아민 10mg + 피리독신 10mg)'의 경우 캐나다, 미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그 외 유럽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유일한 입덧 치료제다.

디클렉틴은 초회 용량으로 1일 1회 2정을 취침 전에 복용한다. 증상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다면 하루 3회에 걸쳐 최대 권장량 4정까지 복용할 수 있다. 

하지만 비급여이기 때문에, 한 달 약값이 평균 10만원 이상 든다.

임산부의 대부분이 입덧을 겪는다는 점에서 치료제의 급여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지금껏 이 부분을 외면하고 있었다.

동시에 '조산 치료'에 대한 부분도 오래도록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고령, 난임 임산부가 늘어난 탓에, 37주 미만 출생아 조산율은 10년간 1.5배나 증가했다.

국내에서 조기진통을 지연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자궁수축 억제제는 '리토드린'과 '아토시반'이 대표적이다.

이 중 리토드린은 국내에서 유일한 1차 치료제다. 베타 교감신경작용제인 리토드린은 자궁수축을 신속히 억제해 분만을 늦추는 데 효과가 있지만, 조기분만 진통은 완벽하게 조절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임산부의 심장 질환과 사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리토드린의 경구용 제제는 2011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뿐만 아니라 리토드린이 빈맥, 호흡기 질환 등 태아의 건강도 위협한다는 근거가 보고되면서, 미국에서는 리토드린이 완전히 퇴출된 상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사용되는 리토드린 주사제는 사용기간을 제한해 '임신 22주에서 37주까지의 임부의 분만 억제로 48시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허가사항이 있다.
 
반면 한국페링제약의 '트랙토실(아토시반)'은 옥시토신 길항제다. 대표적 임신주수 24주부터 33주 6일 사이에 주기적인 자궁 수축이 나타나는 임부의 조산방지를 목적으로 투약된다.

아토시반은 자궁 근육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기전으로 리토드린과 유사한 자궁수축 억제 효과를 보이면서, 부작용면에서는 훨씬 더 우수한 결과를 나타낸다.

문제는 아토시반의 급여 기준이다.

아토시반은 우리나라에서 1차 치료옵션인 리토드린 치료에 실패하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경우에만 급여가 적용된다. 해외에서 이미 표준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를 우리나라는 뒤늦은 선택 옵션으로 막아 놓은 셈이다.

이에 따라 산모 관련 커뮤니티에는 '조산 치료제'가 너무 비싸다는 글들이 꾸준히 게시되고 있고, 급여 기준 때문에 1차로 리토드린 주사제를 사용한 임산부들은 손떨림, 구토, 호흡곤란 등의 부작용을 호소했다.
 
그렇다고 안전성을 이유로 아토시반을 비급여 투여할 경우, 약제비만 1사이클 당 약 50만원이 든다. 조산 예방을 위해 병원을 방문한 뒤 입원비, 재료비 등을 포함하면 전체 의료비는 상당히 늘어난다.

의사들은 정말로 필요한 부분을 우선적으로 투자해 달라고 요청했다. 출산 장려도 중요한 정책이지만, 임산부를 보호하는 의료적 부분에서도 개선이 필요다고 입을 모았다. 저출산이 심각한 와중에 현 임산부들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은 정체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저출산 극복 정책의 일환으로 임산부에 대한 지원을 통해, 모체와 태아 건강을 중심으로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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