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15 07:03최종 업데이트 23.06.1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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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법, 불가항력 한정 아닌 '필수의료에서 발생한 모든 의료사고' 처벌 면제·경감 담아야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하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14일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관련기사=무엇이 필수의료인가...신현영 의원, '필수의료 국가책임법' 발의]

법안에 따르면 필수의료의 정의를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분야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 또는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영역’ 또는 ‘지리적 문제 또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하여 의료 공백이 발생되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의료영역’ 으로 규정했다. 

법안은 필수의료에 대한 모호한 정의를 명확히하는 동시에 위험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의 책임을 국가가 분담하면서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필수 의료 분야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치료하는데, 중증환자를 치료할수록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처벌의 위험에 놓일 수 있는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소송의 부담을 줄여 소신 진료가 가능하게 하고자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감경·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 보상비용은 국가가 지원하도록 해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해 국가가 나서 필수의료체계의 대대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시행하기 위해서 마련한 법안이 제13조(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담겼다.  
 
제13조(불가항력 의료사고) ①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의 형사적 처벌은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② 불가항력 의료사고와 관련한 피해자 보상 비용은 국가가 지원하여야 한다. 지원에 대한 구체적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불가항력 의료사고는 지금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있고 민사도 불가항력 사고는 보상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의 형사적 처벌'은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라고 법령에 세우면 입법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불가항력 의료사고도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점을 명문화하는 꼴이다. 

또한 민사적인 의료사고 보상에서도 불가항력 사고는 보상하지 않고 있어 예외적으로 이를 불가항력 의료사고와 관련한 피해자 보상 비용은 국가가 지원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의료사고 발생시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것인지, 불가항력 의료사고로 발생한 것인지부터 면밀히 조사할 수 밖에 없다. 

조사과정은 피해자와 필수 의료종사자 모두에게 힘든 과정이 될 뿐이다. 과실과 무과실의 판단을 하기 위해 소요되는 많은 시간과  비용으로 신속한 의사배상보험의 재원과 국가 보상원칙 마련이 시급하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대신 ‘응급환자의 진료에 해당하는 필수의료의 진료로 발생한 모든 의료사고에 대해 처벌을 감경하거나 면제할수 있다’로 개정해야 한다. 

최근 필수의료 분야 전공 기피 심화 현상이 급격히 악화 되기 시작한것은 지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 관련된 의료진을 사법당국이 구속함으로써, 의료인의 의료과실에 대해 과도한 형벌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공개한 ‘의료행위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에서 검사가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한 건수는 연평균 754.8건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입건 송치 건수가 연평균 51.5건인 일본보다 14.7배나 많다. 독일의 의료과실 인정 건수인 연평균 28.4건과 비교하면 26.6배 많았다. 특히 영국은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는 건수가 연평균 1.3건에 불과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형사처벌을 받는 비율도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1심 형사재판을 받은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은 354명이며 이중 67.5%인 239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양형은 벌금형이 71%로 가장 많았으며 금고형 20%, 징역형 5% 등이었다. 

반면 일본은 지난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형사재판을 받은 의사 202명 중 15.8%인 32명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영국은 형사재판까지 넘어가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동안 과실치사죄로 형사재판을 받은 의사는 7명이었으며 이중 4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의료인이 국민의 생명 보호와 건강 증진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 진료환경을 조성을 위해서라면 응급환자의 진료로 발생되는 필수 의료의 진료로 발생한 모든 의료사고에 대해 감경하거나 면제해야 한다. 모든 필수의료와 관련된 의료사고 발생시 국가가  신속하게 보상하는 것이어야 한다. 

의료소송 부담은 높은 업무강도, 낮은 수가와 함께 소아청소년과·내과·외과·산부인과·흉부외과 등 필수의료분야 기피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필수의료 분야는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업무의 특성상 의료사고 위험이 높아 소송 부담이 크다.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필수의료를 위한 핵심 내용을 잘 반영해 가장 빠른 시일내에 국회 통과를 통해서 응급환자와 필수의료 국가책임 강화가 실현되기를 기원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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