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모형 도입했으나 의·병협 등 공급자단체 '실망'
개선모형 적용됐지만 협상 방식 등 영향 미미…SGR 유통기한 임박설 제기
2023.06.12 05:37 댓글쓰기



최근 5년간 환산지수 결정 현황(2020~2024)


2024년도 수가협상(요양급여계약)이 끝난 가운데 올해 가장 큰 관심사였던 SGR 모형 개선에 따른 단체별 인상률 순위와 환산지수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전은 없었다.


협상 전부터 예상됐던 유형별 순위에서 달라진 게 없었던 탓이다. 개선모형에 따른 환산지수가 나오기 이전부터 약세로 평가되던 직역들은 모두 똑같은 성적표를 받았다. 


반전없이 의원(1.6%) 유형과 약국(1.7%)은 최하위를 나란히 기록했다. 한의원(3.6%)의 최고 인상률 치과(3.2%) 병원(1.9%) 등 기타 유형도 순위도 마찬가지였다. 


내년 수가협상 결과, 2024년도 평균인상률은 1.98%(추가소요재정 1조1975억 원)으로 결정됐다. 국민건강보험 재정당기수지가 3조 6291억원의 흑자로 기록한 데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쉽게 말해 개선된 수가모형 영향력이 미미했다는 것이다.


협상에 참여했던 협상 대표들도 “모형 도입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 “개선에 포함되지 않은 것 같다”,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등 부정적 의견을 쏟아냈다.


한정된 추가소요재정 천장 속에서 진행되는 치킨게임(Chicken game)과 유사한 형식 때문에 누구 하나 만족한 결과를 도출하기 힘든 방식 때문인 셈이다. 


수가모형 개선은 꾸준히 이전부터 제기됐지만 2023년도 수가협상에서 도입이 본격화됐고 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SGR 개선모형 ▲GDP 증가율 모형 ▲의료물가지수(MEI) 증가율 모형 ▲GDP 증가율과 MEI 증가율 연계모형 등이 24년도 협상에 추가됐다. 


하지만 인상률 1위를 기록한 대한한의사협회 협상단장인 안덕근 부회장은 “수가협상 과정에서 개선모형이 반영됐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며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가장 낮은 인상률을 받은 대한의사협회 김봉천 대외협력부회장은 합리적 근거 없이 정한 밴딩 내에서 SGR 연구결과 순위로 인상률을 통보받았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부회장은 “거시적 지표 반영은 느끼지 못했으며 인건비, 관리비, 재료비 등 비용지출 증가에 따른 원가인상 자료 제출도 포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1위부터 7위까지 그 누구도 효용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효과성에 대한 의문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상 합리적인 추론이다. 


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에 따르면 재정운영위원회에 변화된 수가모형을 포함한 환산지수를 전달했고, 밴드 산출에 이용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했다. 


이상일 수가협상단장(공단 급여상임이사)은 “연구를 통해 산출된 환산지수들을 재정위원회에 제공했고, 그런데도 단체들이 미미함을 호소한 것은 기대치보다 낮은 인상률 결과에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2023년 수가협상 SGR 모형 부대의견


SGR 모형 유통기한 임박?


수가협상 이후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인 이상일 상임이사를 통해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 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 유통기한이 임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SGR모형은 매년 수가협상 때마다 공급자의 비난을 받는 주범 중 하나로 과거부터 공급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개선이 꾸준히 요청된 사항이다.


수가협상을 주도한 이상일 이사도 미국에서 SGR 모형을 폐지하게 된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분명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 이사는 수가협상만 3년 연속으로 맡아 온 잔뼈 굵은 전문가로 상당한 신빙성을 갖고 있다. 


이는 올해 SGR 모형 개선이 예고되면서 공급자단체의 기대를 한껏 높였지만,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수가모형의 개선에 힘을 싣는 발언이다. 


올해 임기 내 마지막 협상을 끝낸 이 이사는 현재의 SGR 모형을 유지하고는 공급자단체의 개선 요구를 해결할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도 SGR 모형의 사용을 중단했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이 이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SGR 모형이 수년째 마이너스 수치를 도출하면서 법에 따라 수가를 25% 인하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고,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어 폐기에 이르렀다. 


이에 행위별 수가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 지불제도가 시범사업 형태로 논의되고 있는 상태다. 


2025년 환산지수 대변화 감지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는 2025년 요양급여비용 계약 시 환산지수 인상분 중 일부 재정은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수술, 처치 등 원가 보상이 낮은 행위유형 상대가치점수와 진찰료 등 기본진료비 조정에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간 수가 계약 시, 원가 대비 보상이 과다한 검체·영상검사 등의 수가도 함께 일괄 인상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재정위는 “재정위는 차년도 환산지수 인상분 중 일부는 수술·처치· 기본진료비 등 원가 대비 보상이 낮은 분야의 수가 조정을 통해 소아 진료 등 필수의료 확충에 활용하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상일 급여이사는 이에 대해 “지난해 부대의견 중에도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를 연계해 상대적으로 원가보존율이 낮은 부분인 기본수술과 처치를 인상하자는 제언이 있었다”며 “올해부터 5월 15일 시점까지는 논의 진행했지만 주로 관계될 유형은 의원과 병원 유형”이라고 말했다.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 연계 시 전체 밴드 상향 문제, 균형점 도출 등으로 밴드가 출소될 우려가 있어 향후 대응 방향은 더욱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다만 고착화된 밴드 산출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는 만큼 공급자의 불만을 해결할 새로운 개선책의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