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법안소위 안건으로… 보험개발원 중계기관 유력소액 지급률 늘겠지만 고액 청구 거절 등 부작용 우려 건보 재정 '빨간불' 실손 기능 재정립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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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이 나올지 보건의료계 촉각이 곤두서있는 가운데 '실손보험청구 간소화' 관련 국회 논의가 진행된다. 직역 갈등의 혼란을 틈타 강행 처리될 가능성이 있어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15일 의료계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6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법안소위에서 논의됐으나 청구 간소화를 처리할 중계기관 지정 문제로 결론을 내지 못해 '계속심사'로 남은 상태였다.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있지만 현재로선 기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아닌 보험개발원에서 관련 서류를 처리하도록 하는 방향에 중지가 모아진 상태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당장 16일 국무회의에 이어 17일 범의료계 총파업이 예고된 상황에서 의료계 반대가 극심한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소위 통과가 점쳐져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 청구 간소화 시 '고가 보험금 지급' 축소 우려 

    국민편의 향상 측면에서 실손청구 간소화는 표면적으로 유리하게 해석되지만 소액 청구건이 아닌 고액 보험료 지급 등 영역에서는 오히려 역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도 백내장에 이어 하지정맥류 등 의료행위에 대한 실손보험 지급기준이 강화돼 분쟁이 많아진 상황에서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면 고가의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 대한 미지급 및 보류 건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즉, 만원대 또는 그 이하의 소액 지급은 늘어나겠지만 수백만원대 이상의 금액을 청구할 때는 보험금을 받기 어려워지는 구조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날 김승진 대한흉부외과의사회장은 "보험사들은 국민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청구 간소화를 요구하며 자기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보험금심사에 관여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러한 보험사의 로비에 국회가 이용당하는 것은 아닐지 심히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중계기관으로 거론되는 보험개발원은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는다고는 하나 보험사의 이익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며 "환자의 보험금 지급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임이 불 보듯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단체 역시 동일한 문제를 지적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장은 "실손청구 간소화가 시작되면 소액청구가 늘어나 보험사의 지급률은 올라가겠지만 여기엔 허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1만원짜리 소액 보험 청구 '1만건'을 청구 간소화로 처리하면 1억이 지급되지만 고액에 해당하는 보험금은 몇 건만 거절해도 이보다 더 큰 이득이 발생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보험사 선택 시 보험사가 공개하는 단순 지급률만 보고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될 것이라고 믿게 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가입자의 편익을 위함보다는 보험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이라고 역설했다. 

    ◆ 건보 역할 한계… 실손 보장 강화 필요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인구절벽이 위험요인으로 작용해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어 정부는 보장의 범위를 늘리는 대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손보험의 역할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부분을 커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실손청구 간소화가 이뤄지면 경증 환자의 청구에 있어서는 긍정적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생사의 영역에서 고가의 치료를 받야야 하는 중증 환자들의 보장이 줄어들어 의료비 폭탄이 가계 부채로 이어진다면 사보험의 본질적 기능 결여로 해석된다.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손해율이 높아 힘들다는 민간 보험사가 굳이 청구 간소화를 통해 지급률을 올리겠다고 하는 이율배반적 논리에 숨겨진 의도가 있다"며 "건강보험의 한계를 극복하는 형태로 실손보험이 작동해야 하는 데 그 반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자단체 대표는 "개인 의료정보 누출로 인해 보험금 지급 거절과 보험료 상승이라는 악재를 가입자인 국민과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할 것"며 "실손보험을 단순한 금융상품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공공재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대한개원의협의회 포함 산하 23개 의사회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4개 환자단체는 각각 실손청구 간소화 관련 국회 법안소위 통과 반대를 위한 성명서 발표 등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