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와 소비자 모두가 바라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14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대다수 여야 의원은 통과에 합의했지만 중계기관 선정을 놓고 이견이 나오면서 처리가 불발됐다.

5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가입자 대신 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에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은 가입자가 종이 서류를 의료기관에서 발급받아 보험사에 전달해야 한다. 절차가 번거로운 탓에 보험사에 청구하지 않는 보험금이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까지 이 법안에 찬성한다. 현행 방식을 따르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늘어날 보험금 못지않게 크다고 판단해서다. 보험사는 전달받은 종이 서류를 심사한 뒤 전산으로 다시 입력하는 등 소모적인 업무를 하고 있다.

법안의 쟁점은 어느 기관이 정보 중계를 맡을지다. 국회에선 보험개발원이 중계기관을 맡도록 규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열린 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대다수 의원이 이 방안에 찬성했지만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아닌) 제3기관을 거친다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심평원이 중계기관을 맡아 비급여 진료비 통제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해 선정하는 중계기관과 비급여 진료비 통제는 별개 사안”이라는 반박이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소위에서 “지금 논의하는 개정안의 목적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지 의료비 통제가 아니다”며 “비급여 통제 목적을 달성하려면 발의돼 있는 다른 법을 통과시켜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도 “보험 청구를 간소화하면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낙전(落錢) 보험금이 국민에게 주어진다”며 일단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통과가 불발되면서 정무위는 오는 16일 소위를 열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만큼 올 상반기에 처리되지 않으면 상임위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