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 응급실 '마비'…"이미 예견된 일"

소송 우려로 '소청과' 기피현상 극심…인력 부족해 소아 환자 사망 사례도
수익모델 될 수 없는 소아 응급실…"충분한 인력과 시설 지원 '절실'" 촉구

조운 기자 (good****@medi****.com)2022-03-23 12: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중 소아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어가며, 인력도 병상도 부족한 소아 응급의료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작은 증상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부모들의 응급실행으로 응급실이 과밀화되면서, 실제로 응급처치가 필요한 소아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으로 인한 인력 부족과, 성인 환자 위주의 코로나19 정책에서 찾으며, 소아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에 대한 인력 및 시설 지원을 간곡히 요청했다.
23일 대한의사협회가 소아 확진자자 현황 진단과 대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KMA-TV 유튜브에 공개했다.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 대한소아응급의학회 류정민 부회장(서울아산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교수), 대한소아응급의학회 이지숙 수련이사(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참여한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확진 소아의 사망 문제에 대한 진단과 개선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이지숙 교수는 "최근 영유아들의 사망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발열만으로도 응급실로 전화 문의가 빗발쳐 진료에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단순 발열만으로 불안해하는 보호자들의 응급실 방문이 늘며 정말 상태가 위중한 환자들이 응급실에 진입하지 못해 문 앞에서 상태가 더 악화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실제로 영유아의 경우 증상이 대부분 가볍게 지나가지만, 부모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응급실 과밀화가 더욱 심각하다는 전언이다.

특히 발열 시 수액을 맞아야한다는 풍문으로 응급실이나 의료기관을 찾으려는 사례가 많아지는 데 대해 "탈수가 심하거나 쇼크 증후가 있는 환자라면 당연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액을 놓기 위한 정맥로 확보라는 술기 자체가 어렵고, 자칫 소아환자에게 굉장히 큰 부담을 줄 수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선별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소아가 사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지숙 교수<왼쪽 사진>는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기 이전에는 소아 코로나 감염 환자가 적어, 응급실 소아 환자 수가 급감했고, 코로나19 정책들이 성인 환자 위주로 추진되면서 소아 응급실 의료진이 성인 환자를 담당하거나 소아 응급실의 병상을 줄이기도 했던 점을 지적했다.

소아환자가 감소하면서 규모를 줄인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이와 함께 소아환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현장에서 격리 침상이나 소아전문인력이 준비된 응급센터가 많지 않아 제때 응급실 처치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불거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사례들은 코로나 시국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이전에도 있었던 문제이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소아 중환자에 대한 대비는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인력 부족'이었다. 류정민 교수는 "소아 응급의료체계는 곧 소아 응급 의료인력과 같은 말"이라며, "소아를 진료할 의사와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시스템을 유지하기 어렵고 소아 중환자의 전문의 역시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숙 교수는 "성인 환자를 진료하던 의료진의 경우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시술들이 체구가 작은 소아에게는 익숙치 않아 어렵기 때문에 다른과 의료인의 지원을 받기에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소아 진료의 경우 행여나 소송에 휘말릴 경우 기대여명이 길어 보상책임도 크기 때문에 의사 뿐만이 아닌 간호인력까지 모두가 기피하는 환자군이 됐다. 이로 인해 소아 진료 인력 부족 현상은 심화되고 소아 응급 및 중환자에 대한 경험이 단절되는 것은 물론 의료기관 역시 수익 모델이 되지 않아 인력이나 장비 등의 지원이 소극적이어서 개선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현 문제를 타개할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류정민 교수<왼쪽 사진>는 "단기간 내 소아 응급 의료 개선을 위해서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코로나 진료 의료기관이나 거점 병원 지정과 같이 전국의 개원가, 봉직의, 아동병원 등 소아과 전문의를 잘 활용해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간호인력의 경우 소아 진료 경험이 있으나 다른 부서로 전근 또는 은퇴한 유휴 간호사를 활용해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진료 자체가 어렵고 힘든 소아 응급의 경우 야간과 심야 근무 또한 많아 다들 기피하고 있다. 여기에 충분한 보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장기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숙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소아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발열이나 가벼운 증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훨씬 많으니 너무 불안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아이의 발열 체크 등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고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응급실에 방문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모두가 기피하는 소아 진료와 야간 및 심야 진료 이 두 개가 합쳐진 것이 바로 소아 응급이다. 지금까지는 소아청소년과나 응급의학과 의사가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다. 하지만 빠르면 향후 1, 2년 이내 소아 중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응급센터가 없어져 아이를 치료하지 못해 사망률이 증가하고 출산율이 감소하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에서 심각하게 바라보고 즉각적으로 대처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소아응급센터를 지역별로 설치하고 절대로 수익모델이 될 수 없는 소아 응급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적극적으로 충분한 인력과 시설 등을 지원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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