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오늘 분수령] 본회의 앞둔 의료법 개정안, 비대면진료 시장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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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입력 2023-04-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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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소아·응급·비대면 진료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비대면진료가 합법적 상설화 여부 기로에 섰다.  

25일 의료법 개정안 심의 결과가 분수령이다. 비대면 진료는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지만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그러나 엔데믹이 본격화하면서 비대면진료의 한시 허용도 중단됐다.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와 의료계 간 찬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해왔다. 국회가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개최하고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 5건을 심사한다. 개정안들은 초진 및 재진, 도심과 지방, 만성질환 여부 등 허용 대상을 규정하는 세부 사항에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비대면진료를 상시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성원·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강병원·최혜영·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각각 대표로 발의해 여권과 야권에서 모두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 의지를 표명한 만큼, 비대면 진료 합법화의 기반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3년간 진료비 ‘1조5893억원’… 성업 중인 비대면진료

국내 비대면진료 시장은 코로나19가 성장동력이 됐다. 감염을 우려해 병원 방문을 꺼리는 이들의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결과다.
2020년 2월 24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건강보험 청구 내역에 따르면, 총 2만5697개 의료기관에서 1379만명을 대상으로 3661만건의 비대면 진료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 재택치료는 2925만건, 나머지 736만건은 만성·경증 질환 진료다. 총이용자는 1379만명, 진료비는 환자 본인 부담금을 포함해 1조5893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재택치료라는 변수를 제외해도 시장은 성장세를 보였다. 만성·경증 질환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20년 이용자 수 84만명·진료비 2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2021년 111만명·351억원, 지난해 205만명·662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3년간 만성·경증 질환 비대면진료 이용자는 총 329만명으로, 진료비는 1227억원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글로벌 비대면진료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18.8%로 전망했다. 오는 2030년 전 세계 비대면진료 시장은 총 224억8000만 달러(약 30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법 개정 없이는 ‘시한부 서비스’… 30개 기업 운명 불투명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비대면진료는 어디까지나 ‘시한부’ 서비스다. 현행 의료법이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서다.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는 의료업은 반드시 의료기관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의약품 배송 서비스도 지속 가능 여부가 불투명하다. 약사법 제50조 제1항은 약국 개설자와 의약품 판매업자는 약국 및 허가된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팔 수 없다. 의료법과 약사법에 따르면 집이나 직장에 있는 환자와 영상 통화로 진료하고, 약을 배달하는 현재 비대면 의료 서비스는 원칙적으로 금지된 행위다.

비대면 의료서비스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일시적으로 규제가 풀렸지만 엔데믹에 다시 빗장이 걸릴 위기다. 복지부는 2020년 2월부터 ‘전화상담 또는 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 공고를 내고 비대면진료·조제를 허용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의료인·환자 및 의료기관 보호를 위해 복지부 장관이 지역·기간 등을 정해 비대면진료를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감염병예방법 제49조의3이 신설됐다. 이에 ‘닥터나우’, ‘쓰리제이’, ‘엠디스퀘어’ 등 다수 기업들이 비대면진료 관련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기준 비대면진료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총 30곳에 달했다. 이들은 복지부가 ‘한시적 허용 종료’를 선언하면 일제히 사업을 접어야 한다.
 
의료계, 안전성·필요성 의문…“법안 손질 성급해” 지적

의료계는 대면진료·조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감염병 확산 초기와 같이 외출이 어렵거나, 실시간으로 다수의 환자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비대면진료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을 수렴해 정부는 지난 2월 9일 대한의사협회와 제2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대면 진료 원칙 △보조적 수단으로서 비대면진료 △재진환자·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비대면진료 전담 의료기관 금지 등의 합의사항을 도출한 바 있다. 

비대면진료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의사와 약사들은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병원과 약국을 좌지우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배달앱, 숙박예약앱 등이 식당이나 숙박업소 대신 주도권을 쥐었던 사례에서 기인한다. 의료계는 플랫폼간 과열경쟁으로 의료기관과 약국들이 무리한 환자 유치에 나서고 저가 경쟁이 이어지면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회 회장은 “비대면진료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의료계와 정부의 협의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산업계, 이동 약자·만성질환자 여전히 유용… “안전성 우려는 기우”

산업계는 팬데믹 위기를 차치해도 비대면진료의 효용성이 크다고 강조한다. 노인과 장애인 등 이동 약자의 수요가 지속적이라는 것이다. 같은 진료를 받거나, 단순히 약을 처방 받기 위해 반복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들의 편의도 제고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3년 동안 코로나19 재택치료 이외의 비대면진료 이용 사례 가운데 이용자 연령은 60세 이상(39.2%), 질환은 고혈압(15.8%)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플랫폼 기업들이 기존의 의료 체계를 해칠 것이라는 주장이 기우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심의를 앞둔 의료법 개정안들은 비대면진료를 상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내용일 뿐, 기존의 의료법이 규제하는 의료기관 광고 관련 원칙을 건드리지 않는다. 플랫폼 기업들이 서비스를 지속해도 병원과 약국의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악영향은 없다는 것이 산업계 주장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의료기관과 약국 등은 요식업 등 타 산업군과 달리 광고 및 수수료 부과 등이 엄격히 규제되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이 의료체계를 왜곡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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