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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PRP 급여화 고시' 유감
[기고] 'PRP 급여화 고시' 유감
  • 의사신문
  • 승인 2023.03.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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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라 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

지난 15일 보건복지부는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 치료술(platelet rich plasma, PRP)'에도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한다고 고시를 하였다. 고시의 시행일은 다음 달 1일이다.

하지만 이 고시를 그대로 시행하게 되면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는 많은 병원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대부분의 병원들은 PRP 시술 비용으로 평균 30만~50만원에 달하는 관행수가를 인정 비급여 비용으로 산정해왔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급여화가 되면 1회 시술당 7만1000원만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별도의 재료비도 받을 수 없다. 6개월 사이에 2차례까지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며, 나머지는 환자 본인 부담금이 90%인 선별 급여로 지정되었다.

의사단체가 이 고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은 단 16일뿐이다. 

이 사태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등은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하였다. 이 자리에서 알 수 있었던 사실은 '7만1000원'이라는 1회 시술(주사) 비용이 약 10여 년 전 신의료기술평가를 위해 산정된 비용이라는 점이었다. 한마디로, '연구'를 위해 산정했던 비용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현재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을 알아야 한다. 현행법상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급여에 해당하는 질병을 치료할 때 치료비를 받아야 한다. 이때 그 비용을 산정할 경우 급여 혹은 비급여(인정, 법정)로 분류한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최신 의료행위'는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허가받아야 한다. 

PRP는 2009년경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다양한 부위에 이 치료술을 시도하였으나, 유효성·안정성 등에 대한 신의료기술 평가본부의 검토를 거쳐 승인을 받은 것은 주관절 부위에 발생한 외상과염을 치료한 것이 처음이다.

2015년에도 '테니스엘보(tennis elbow, 외상과염)' 치료를 위해 도입되었으나 당시 신의료기술로는 인정되지 않았다. 이후 수년간의 연구와 논란 끝에 2019년 10월 15일 상과염을 치료하는 경우에만 신의료기술 평가 인증을 받았다.

현재 다른 부위 관절이나 근골격계 통증·질환 치료에는 인증을 받지 않았으므로 PRP를 사용하는 것은 법률 위반이다.

주관절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PRP처럼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고 유효성이 인정된 다음에는 건강보험 급여 혹은 비급여로 분류되어야 한다. 다시 이야기하면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급여화된 상과염 치료 목적의 PRP가 급여화되는 과정에서 복지부의 고시가 의료계를 들끓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고시를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40여 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일방적인 의료(건강)보험 수가 산정 과정을 지금 다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들이 주목하는 것은, 외과계 필수의료 분야가 몰락한 이유가 바로 이런 과정을 거치며 건강보험 수가가 산정되었다는 점이다. 의사들의 업무량(의사의 행위료)이 '애완견 치료비'보다 낮다는 사실은 언급하기도 부끄럽다. 

보건복지부에 제안하는 것은, 관행수가를 적절히 반영해 달라는 것과 치료재료 구입을 신고하는 제도가 있으므로 '기본 재료비'만이라도 구입 비용을 별도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아울러 의사들에게도 제안하고 싶다. 이제라도 의사들 스스로 비급여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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