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檢 소환 때마다 법안 직회부
여당 방탄국회 비판에 공감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여야 간사 합의가 안됐고, (상임위원들간) 이의가 있는 만큼 무기명 투표하겠다"
이달 9일 오후 5시25분께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간호법 제정안을 포함한 7개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 안건에 대한 표결을 기습적으로 알렸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의 업부보고와 의원들의 질의가 모두 끝난 직후였다. 하필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두고서다. 이날 복지위는 7개의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안을 민주당 주도로 처리했다.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에 오랫동안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했다는 입장이지만, 기시감을 떨치수가 없다.
지난해 12월28일 민주당은 국회 농림수산해양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안을 단독 처리했는데,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소환조사한 날이다. 법사위에 회부된 법안을 60일 이상 처리하지 않을 경우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에 직회부가 가능하도록 한 개정된 국회법 86조를 처음 적용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20일 농해수위에서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60일을 훨씬 넘기고 본회의 직회부 카드를 꺼낸 것이다.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상정 여부를 표결로 밀어부친 지난달 31일은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3차 소환을 통보한 직후다. 민주당이 입법 밀어부치기를 할 때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있었다. 이쯤되면 '이재명 방탄국회'라는 여당의 비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문제는 본회의 직회부된 법안의 부작용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경우 과잉생산된 쌀의 시장격리(정부 매입)를 의무화하는 내용인데 초과된 쌀의 의무매입이 오히려 쌀값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 인력 확보와 장기근속 방안 마련, 육아휴직 보장 등 처우 개선을 위한 내용이 골자이며, 특정 직군에게만 특혜를 주는 법이라고 간호사를 제외한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와 필수 의료 분야 지원 강화와 의료체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2년여 만에 재가동한 의료현안 협의체의 참여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또 13개 보건의료 직역단체로 구성된 '간호법 제정저지를 위한 보건복지의료연대'(연대)는 총파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의료공백이 우려되는데, 밥그릇 싸움'으로 몰기에는 민주당의 책임이 너무 크다.
현재 60일 이상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총 116개다. 민주당은 이중 6개월 이상 된 법안을 장기 계류 법안으로 분류하고 본회의에 직회부할 법안으로 우선 고려하고 있다. 상임위 차원의 강행처리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하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상정·처리한 뒤 곧바로 21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법사위에 넘긴 뒤 60일 내 처리되지 않으면 앞서 양곡관리법 강행 처리 때와 마찬가지로 상임위에서 본회의로 직회부하는 절차를 밟아나가는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을 압박하는 전략이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입법독주를 우려하는 이유다. 이들 법안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필수적이고, 국민의 생활을 풍족하게 만드는 민생법안이라면 21대 총선에서 169석을 확보한 이후 왜 곧바로 처리하지 않았을까.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해 민생을 볼보로 한 입법 독주를 멈춰야 한다.
지연진 정치부장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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