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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만 6천 병상 증축···“상급종병 중증 강화 어렵다”
수도권에만 6천 병상 증축···“상급종병 중증 강화 어렵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2.02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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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필수의료 대책에 ‘중증진료 강화 시범사업’ 포함됐지만 개원가는 우려
“지역 중소병원과 경쟁해서 일차 진료를 하겠다는 것“···불필요한 의료비 지출 증가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가 최종 확정‧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관련해 의료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특히 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 쏠림’을 해결해 중증진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전국의 많은 대학병원들이 분원 설립에 나선 상황이어서 소용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달 31일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복지부가 지난해 12월 공청회에서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안)’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여기서 제안받은 의견을 토대로 일부 내용을 추가·보완했다.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복지부는 지역의 각 종별 의료기관 간 협력을 통한 중증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면서 상급종합병원과 각 지역 의료기관과의 연계·협력 체계 구축에 대한 기관단위·성과중심 보상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이 주민들이 각 지역의 병·의원에서 적정 진료를 받도록 네트워크를 구성·운영하여 외래진료를 감축하고, 상급종병의 본연의 기능인 중증진료를 강화하는 성과를 보일 경우 이에 대해 보상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전국의 상급종합병원들이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분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복지부의 계획은 실효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작년 3월에 경기도 광명시에 700병상 규모의 중앙대광명병원이 개원한 데 이어 서울대병원이 800병상 규모의 분원인 ‘배곧서울대병원’을 경기도 시흥에 올해 상반기 중 착공할 계획이고, 연세대도 인천 송도에 비슷한 규모의 세브란스병원 분원 착공 계획을, 서울아산병원은 인천 청라에, 경희대병원은 경기 하남에 분원 설립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밖에 한양대의료원과 아주대병원, 인하대병원 등이 분원 설립 계획을 밝혔고 고려대의료원도 최근 안암, 구로, 안산병원에 이어 경기도 과천과 남양주 두 곳에 오는 2028년 개원을 목표로 분원 설립 계획을 밝혔고 이밖에 전남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지방대학병원들도 분원 설립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등 전국의 대학병원들이 경쟁적으로 분원 설립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수도권에만 10곳의 병원들이 분원 설립에 나섰고 지금 계획대로라면 수도권에만 총 6000개 이상의 병상이 신설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1일 기자와 통화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분원을 설립하겠다는 것은 곧 지역 개원가나 중소병원과 경쟁해서 일차 진료를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본연의 역할인 중증질환 치료와 교육 및 연구에 집중하는 것은 절대 기대할 수 없고 대신 국민의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일본의 경우 이러한 이유로 대학병원들이 지방에 분원을 설립할 수 없다. 정부가 이번 필수의료 지원대책에서 발표한 대로 상급종병 쏠림 현상을 완화해 중증진료 기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대학병원 분원 설립을 제재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지역의 중소병원들도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고, 무조건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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