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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사에 대한 ‘형벌화’ 경향, 개선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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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사에 대한 ‘형벌화’ 경향, 개선 방안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1.2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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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정책연구소...수사기관 역량 강화 및 의료분쟁조정ㆍ중재 전심적 기능 부여 제안

[의약뉴스] 필수의료에 대한 담론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일부과에 대한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원인인 가운데 하나로 우리나라 의사들에 대한 지나친 형벌화가 꼽히고 있는 가운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경찰청과 검찰청 내 의료행위 전담 공무원의 업무역량을 강화하고 의료분쟁조정ㆍ중재의 전심적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우봉식)는 최근 ‘의료행위의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이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국내외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의료과실로 인한 형벌화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청 ‘범죄통계’ ▲검찰청 ‘범죄분석’ ▲법원행정처 ‘사법연감’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의료분쟁조정ㆍ중재 통계 연보’ 및 연구진 논문을 조사ㆍ분석했다.

검찰청 ‘범죄분석’에 의하면 2011∼2018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 전문직은 8255명(연평균 1032명)이며, 이 중 의사는 6095명(연평균 762명)으로 전문직 대비 의사가 73.8%이고, 매일 약 3명의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고 있다.

▲ 과실범죄 및 의료법 위반 기소 의사 수 현황(2010-2019).
▲ 과실범죄 및 의료법 위반 기소 의사 수 현황(2010-2019).

연구논문에 의하면 2010∼2020년 의료인 및 유사직역종사자가 제1심 형사판결을 받은 건수는 1042건이며, 이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은 425건이고, 의료인은 354건이다. 의료분쟁조정ㆍ중재 제도가 시행된 2012년 29건에서 2013년 34건으로 증가했고, 의료분쟁자동조정제도가 시행된 2017년 81건으로 전년도 대비 153.1% 증가했다.

연구팀은 “기소된 전문직종 중 약 70% 이상이 의사인 것을 보면 다른 직종 전문직보다 의사에 대해 엄중히 처분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며 “경찰과 검사의 과실치사상죄 또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인한 수사와 기소 건수 및 제1심 형사 재판 건수는 의료분쟁조정법이 도입된 2012년과 의료분쟁자동조정제도가 시행된 2017년 이래 증가했으나, 의료과오로 인한 제1심 민사재판은 다소 감소했다”고 전했다.

의료분쟁조정ㆍ중재 제도가 시행된 2012년 전년도 대비 의료분쟁 사례를 살펴보면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인해 기소된 의사는 해당연도 전년도 대비 621명에서 945명(52.2%)으로 증가했다. 제1심 형사공판은 해당연도 전년도 대비 7.3%, 제1심 민사재판 의료과오소송은 15.2%, 한국소비자원 의료분쟁 조정은 21.9% 늘어났다. 

의료분쟁 자동조정제도가 실시된 2017년 전년도 대비 의료분쟁 사례를 살펴보면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인해 기소된 의사는 해당연도 전년도 대비 704명에서 720명(2.3%) 증가했고, 제1심 형사공판은 해당연도 전년도 대비 7.3%, 의료분쟁조정ㆍ중재는 26.9%로 의료분쟁조정ㆍ중재 제도가 도입된 직후 2013년 전년도 대비 177.9% 증가한 이후 제일 높은 26.9%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제1심 민사재판 의료과오소송은 2017년 전년도 대비 1.5%, 한국소비자원 의료분쟁 조정은 2.8%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는 재판의 신속성 및 공정성을 위해 도입된 의료분쟁조정 제도가 의사의 형사책임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키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것”이라며 “이에 반해 의료과실로 인한 민사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적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 의료인의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인한 경찰과 검사의 기소 현황은 어떨까?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의료사고조사제도가 실시된 2015년 이래 의사가 의료사고로 경찰에 신고된 경우는 100건 이하로 감소했으나, 2015년∼2018년 입건송치 건수는 연평균 43.3건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신고 건수 대비 송치 건수로 환산하면 의료사고신고제도 도입 취지인 의료사고 재발 방지 목적이 달성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의사의 기소율이 신고제도 도입전보다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의료관계자의 신고 건수의 감소로 인한 결과로, 의료사고 재발 감소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엔, 법의학감정서에 나타난 비자연적 사망 의심사례를 살펴보면, 1990∼2000년 동안 사망과 같은 중상해(치명적 의료과실)로 인하여 검찰 수사를 받은 경우가 비치명적 의료과실보다 약 10배가량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치명적 의료과오로 인정된 경우는 11년간 189건(평균 17.2건, 4.2%)이다. Boon 지역연구 결과에 의하면 비정상적 사망 신고 및 법의학감정서에 의한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인해 기소된 의사는 대부분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 기각 또는 절차 정지 처분을 받았다.
 
연구팀은 “영미법계의 경우 의료과오 관련 민사소송의 남용으로 인한 경제손실, 나아가 국가 의료체계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는데, 이는 영미법계의 중간불법행위와 징벌적 손해배상에서 연유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과실로 인하여 검찰에 기소된 의사는 매우 적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륙법계의 법체계와 비교해보면 중과실을 제외하고 의료과실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이는 의료과실과 같은 전문 영역은 특수 전담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사법제도의 특수성, 의료인 면허관리의 독립성 및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한 신뢰 문화로부터 연유된 것으로 추측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여기에 연구팀은 우리나라 의료과오에 대한 소송에서 현사소송이 민사소송을 위한 전단계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짚었다.

연구팀은 “과실치사상죄로 조사 및 기소된 피해정도는 전치 2주 이하의 상해가 약 50% 이상의 경상해이나, 선행연구에 의하면 형사재판은 중상해와 사망이 대부분인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의료과실 민사재판의 경우 다른 인명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보다 고가의 소송에 속하나, 신청금액 대비 성립금액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과오의 경우 다른 손해배상 소송과는 달리 피해자의 손해배상액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형사소송이 민사소송을 위한 전단계로서 활용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영미법계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인해 국가 의료체계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고, 경제적 손실에 대한 대응방안이, 대륙법계는 피의자의 회복적 정의 차원에서 경찰 수사 및 검사의 기소를 자제하고 있고, 신속한 재판 절차에 대한 개선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의료과실로 인해 민ㆍ형사책임의 대상이 되는 진료과목 중에서도 외과계와 내과가 국내외 모두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데, 이는 기피 진료과목과 일치한다”며 “의료행위 유형별로 살펴보면 수술과 술기상의 의료행위가 제일 많은 의료과실 유형에 속하는 것과도 일치성을 보이고 있다. 주의의무와 관련하여서는 의료행위의 부적절한 이행 또는 부작위로 인한 의료과실 유형이 많은 것도 공통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우리나라의 법체계를 고려한 개선방안으로 “경찰청과 검찰청의 의료행위 전담 공무원의 업무역량 강화 및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며 “고의 또는 중과실을 제외하고 의료과실로 신체 침해가 발생한 경우 당사자간 합의 또는 조정 성립 여부와 상관없이 원칙적으로 불기소 또는 행정처분으로 규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분쟁조정ㆍ중재의 전심적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며 “당사자는 민사소송 제기 전 의료분쟁조정ㆍ중재를 신청하고, 당사자간 불합의로 인해 고소가 진행된 경우 의료분쟁조정ㆍ중재 결과를 근거로 기소여부가 판단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정 또는 중재가 불성립 한 경우 경찰 및 검찰 단계에서 의료분쟁조정 결과 및 행정처분을 근거로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의사들에 대한 형벌화 경향이 과하다고 하고 입법자 및 언론 등은 의료인의 범죄 통계 자료와 보건복지부의 면허 제재 자료를 근거로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왜곡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 없이 불가능한 의료행위에 불신을 초래하고, 결국 국민의 건강권 침해 및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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