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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로 떠넘겨진 ‘난임시술 지원’ 책임…지역별 혜택도 제각각?

이재혁 기자 / 기사승인 : 2022-11-23 08: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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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지방 이양…일부 국비 부담 중단
복지부 “지방소비세 교부율 높여 지역 특색에 맞게 활용하라는 취지”
▲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체계도 (자료=보건복지부 제공)

 

[메디컬투데이=이재혁 기자] 정부의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사업이 올해부터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지역별로 제공되는 난임시술 지원 혜택의 격차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국민관심진료행위 통계에 따르면 난임환자의 임신을 위한 보조생식술 시술 환자 수는 2018년 11만6462명에서 2021년 14만3999명으로 23.64% 늘어났다. 같은 기간 보조생식술 진료비는 1436억7207만원에서 2404억2134만원으로 67.34% 증가하며 더욱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난임부부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난임에 대한 사회‧국가의 책임 요구가 증대됨에 따라 정부는 2017년 10월부터 난임시술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중위소득 기준 이하 가구에는 건강보험 본인부담 및 비급여 일부를 보충적으로 지원해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 왔다.

올해 기준 지원 대상은 법적 혼인상태에 있거나, 신청일 기준 최근 1년간 사실상 혼인관계를 유지했다고 관할 보건소로부터 확인된 난임부부다.

이들 부부 중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 고지금액 기준으로 건강보험료 기준 중위소득 대비 180%(2022년 2인 가구 기준 586만8000원) 이하인 가구가 지원 대상이다.

체외수정의 경우 신선배아는 최대 9회 지원되며 만 44세 이하는 최대 110만원, 45세 이상은 최대 90만원 지원된다. 최대 7회까지 지원되는 동결 배아는 만 44세 이하의 경우 최대 50만 원, 45세 이상 환자의 경우 최대 40만 원 지원된다.

그 외 인공수정은 최대 5회까지 지원되며 만 44세 이하는 최대 30만원, 만 45세 이상은 최대 20만원 지원된다.

다만 한정된 예산을 고려해 각 시술비에 최대 지원 제한 금액을 산정하고 있음에도 그간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예산은 자녀를 갖기를 희망하는 난임부부들에게는 충분치 못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최종윤의원실에 따르면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의 예산은 2019년 184억4400만원, 2020년, 205억300만원, 2021년 227억2100만원으로 꾸준히 늘어났지만 매년 100% 집행된 것으로 확인된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지난해 2단계 재정분권 시행으로 지방소비세율을 4.3%포인트 인상하며 지방재정을 연 4조1000억원 확충했다. 그러면서 난임부부 지원사업은 2022년도 지방이양사업으로 확정돼 올해부터 정부예산이 따로 책정되지 않았다.

이에 서울 30%, 기타 지역 50%의 비율로 일부 지원되던 국비 지원이 중단되고 각 지자체별로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예산내역을 조정하게 된 것.

그러면서 정부는 최소‧최대 지원범위를 준수하되 지자체별로 지역 상황을 고려해 지원범위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지역별로 제공되는 난임시술 지원 혜택 격차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아이를 갖고 싶은 난임부부의 난임지원 횟수 제한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현재 난임지원은 신선 9회, 냉동 7회로 제한돼 있다”며 “정부지원 횟수가 다 끝나면 같은 대한민국 안에서도 어느 지역에서는 추가로 난임지원을 해주는 반면, 어느 지역은 난임지원을 해주지 않는 지역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서울은 지원횟수가 끝나면 추가로 1회, 광주는 연내 최대 4회까지 추가지원된다”며 “지역마다 지원이 달라 지원을 많이 해주는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비 지원을 없앴다기 보다는 지방소비세 교부율을 높여 지자체에 그만큼의 예산을 늘림으로써 자체적으로 지역 특색에 맞게 활용하라는 취지”라며 “사업의 지방이양 기본 방향은 기존에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던 사업보다 축소가 되면 안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대신에 지자체별로 얼마나 사업을 잘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에서 지방이양사업들에 대한 평가를 따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술 의료기관 평가나 통계 관리를 통한 여성 건강 지원 및 시술의 질 관리 등은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올해 난임시술 의료기관 평가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난임지원사업에 대한 책임의 무게 추가 지자체로 기운 상황에서 아직은 지자체별 준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의료계에서는 수년 째 예산 부족을 핑계로 지원금 지급을 미납하는 무책임한 행정관행을 비판해 왔다.

이달 9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는 성명서를 통해 산부인과 난임 전문병원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장기 미지원금에 대한 정부의 책임감 있고 신속한 조치를 요구했다.

직선제 산의회는 “지역의 대표 난임 전문병원 한곳만 봐도 2022년 3월부터 현재까지 총 외상 10억 원 금액이 발생해 해당 병원은 은행 빚을 내 어렵게 운영하고 있고 정상적인 경영 재무제표를 만들지 못한 지가 여러 해 된다”며 “또한 현 상황에서 난임시술 외상 수익에 대한 세금 고지까지 가중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자체 보건소에 지원금 지급을 요청하면 담당자들은 나 몰라라 하기 일쑤”라며 “어차피 받을 돈이니 적금으로 간주하라는 무책임한 언행과 예산 문제를 핑계로 어물쩍 넘어가는 실망스러운 처사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일선 병원에서 직접 난임시술을 하고 있는 한 직선제 산의회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얘기를 하면 추경에 반영하겠다고 대답은 하지만, 사실 중앙에서 하는 일을 지자체로 내려버린 것”이라고 꼬집으며 “아직 지자체별로 준비가 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일선의 병원들이 문제를 제기, 해결하는 것도 이전에는 복지부 단일 창구를 통해 이뤄졌지만 이제는 수많은 지자체로 나뉘어져 어려워졌다”며 “미지급액 총액의 파악도 수많은 병원별로, 여러 지자체에서 미지급된 내역을 취합해야 해 어려워진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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