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첩약 폭탄에 호화 병실…한방병원의 유혹
②심평원 위탁하니 보험금 지출만 5배↑
③기능 상실한 분심위…의결건수 고작 ‘1건’
④국토부 방관에 답보…개선 의지도 ‘상실’

자동차보험에서 한방진료비가 급증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미흡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기준이 지목된다.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는 국민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정한다. 국민건강보험이 보건복지부 소관이듯, 자동차보험은 국토부 담당이다. 그러나 국토부의 수가 기준은 한방의료기관의 과잉진료를 제한할 수 없을 만큼 명확하지 않다.

이는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수가 기준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편두통 치료제인 졸미트립탄(Zolmitriptan)의 수가 기준을 살펴보면 ‘전조증상이 없는 편두통’과 ‘중등 또는 중증 편두통’을 대상으로 사용하도록 한다. 용량은 1일 기준 5mg을 적용하도록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다.

반대로 자동차보험에서 보장하는 한방 첩약의 수가 기준을 보면 ‘환자의 증상 및 질병의 정도에 따라 필요 적절하게 투여하여야 하며, 1회 처방시 10일, 1일 2첩 이내에 한하여 산정한다’라고 기재돼 있다. 이는 어떤 상병이라 해도 환자 1명당 20첩 한도로 처방할 수 있다는 해석으로 사용될 수 있다. 질병의 종류나 용량에 대한 기준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다. 미흡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으로 보험사와 의료기관간 분쟁이 커지자 지난 2013년 7월부터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심평원에 위탁해왔다.

결과만 살펴보면 심평원의 기능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2722억원을 기록했던 한방진료비는 지난해 1조3066억원까지 늘어났다. 심사를 맡겼더니 오히려 4.8배가 급증한 것이다. 2014년부터 연평균 20% 내외의 진료비 증가를 이룬 결과다. 

특히 경상환자에 대한 한방 진료비 상승이 눈에 띈다. 보험연구원 자료를 살펴보면<표 참조> 심평원의 심사위탁 이전까지 상해급수 9급과 11~14급 한방 진료비는 400억~8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심사위탁 이후 2500억원으로 뛰더니 지난해에는 9470억원까지 불어났다. 

심평원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자동차보험 수가 기준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방진료는 대부분 비급여고, 심평원은 건강보험 급여 항목만을 심사해온 조직이라 한방의료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결국 한방의료에 대한 적정성 심사는 미흡한 자동차보험 수가 기준만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심평원이 과잉진료라는 의심이 들어도 현재 수가 기준으로는 ‘환자 1인당 20첩씩’ 일괄로 처방하는 첩약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한방에서는 비급여 항목의 비중이 큰데 심평원은 건강보험의 급여항목만 전문적으로 심사하는 곳”이라며 “당초 위탁했던 취지와 달리 미흡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에 대한 보완장치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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