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1.17 04:56최종 업데이트 22.11.17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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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재정 상태 악화 가속화하는데...국고지원 확대 논의 이뤄질까

올해 12월 일몰제 폐지, 국고보조율 20% 등 다수 입법 발의 상태…“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로 개정안 통과 필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건강보험재정 국고지원 일몰제가 올해 12월 유효기간이 만료될 예정인 가운데, 건보재정 국고의 안정적 지원을 위한 논의가 국회 주요 안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건보재정 국고지원 안정화 주장은 그동안 의료계와 정치권에서 있긴 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추이가 주목된다.
 
기준은 있지만 연례적으로 지원율 미달 사태 지속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보 국고지원에 대한 법률적 근거는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이다.
 
정부는 각 법률에 따라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건보재정으로 충당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상 국고 지원분(일반회계)은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또한 국민건강증진법 상 국민건강증진 기금 지원분은 예상수입액의 6%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하되, 해당 연도 부담금 예상수입액의 65%는 초과할 수 없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그러나 문제는 실제 국고지원은 위 법에 따른 기준보다 과소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5월 기준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일반회계를 통한 국고지원은 연례적으로 법정지원율인 14%에 미달하고 있다.
 
2021년도 지원액 7조 6423억원은 보험료 예상수입액 66조 4901억원의 11.5%이었고, 실제 수입액 69조 2270억원 기준으로는 11.0%에 해당했다.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는 정부지원금 또한 실제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6%에 미달하고 있다. 담배부담금 예상수입액의 65% 상한을 규정하고 있는 단서조항의 적용에 따라 매년 지원금 규모를 축소시킨 결과다.
 
2021년 기준 동 기금에서 건보재정에 지원된 금액은 약 1조 9167억원으로, 건보료 수입의 2.8%, 담배부담금 수입의 64.7%를 차지했다.
 
건보 당기수지 적자 전환…향후 재정 전망도 '적신호'
 
더 큰 문제는 지속적으로 건보재정이 악화하면서 주요 지출까지 증가할 예정이라는 데 있다.
 
건보공단 재정관리실이 작성한 해당 자료에 따르면, 당장 내년부터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지난해(2021년) 20조2000억원이던 준비금(누적수지)은 2026년 9조4000억원으로 5년 만에 53.5% 감소할 전망이다. 2026년 준비금 9조4000억원은 정확히 한 달분(1.0개월) 급여비에 해당한다.
 
재정전망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건보공단은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급여비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봤다.
 
2025년 고령자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둔화된 급여비 증가가 만성·중증질환 증가, 의료이용 회복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추계인 셈이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 부칙에 따른 국고지원 일몰제가 올해 유효기간을 다한다는 점도 향후 국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국고 지원 일몰제는 법정기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국가재정 여건을 고려해 지원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함으로써,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시작됐다. 유효기간은 2022년 12월 31일까지다.
 
그러나 고령화 등에 따른 건보재정 지출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국고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일몰제를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의료계와 국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위원장은 올해 국감에서 "당장 내년이면 건보 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지난해 기준 20조2000억원이던 준비금은 2026년 9조40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난다"며 " 정부지원이 중단되면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국민 부담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건강보험 정부지원 확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다.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정부·여당도 정부지원 일몰규정 폐지에 조속히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고지원 일몰제를 폐지하고 전전년도 보험료 수입액의 최소 20%를 국고지원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은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건보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일몰조항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정운영에 큰 혼란이 온다"며 "시급한 법 개정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전했다.
 
2년 넘게 복지위 계류 중…명확한 법률 해석‧국고지원 확대가 핵심
 
법률 개정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21대 국회에서만 관련 법안이 총 6건이 발의돼 있지만 아직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보건복지위원회에 2년 넘게 계류돼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발의된 관련 법안들을 보면 국고지원에 대한 법률 해석을 명확히하고 국고지원 범위도 대폭 늘어난 점이 특징이다.
 
2021년 11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안은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전전년도 건강보험 지출액'와 '상당하는 금액→해당하는 금액' 문구를 명확히했다. 또한 한시적 일몰제 부칙 내용도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과 김원이 의원의 안은 건보 재정 국고지원률을 '100분의 14'에서 '100분의 17'로 확대했다.
 
이에 더해 2022년 11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기존에 '상당하는 금액'이라는 문구 역시 '해당하는 금액'으로 명확히 했다. 일부에서 "국가가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의 근거가 될 수 있어, 논란을 없애겠다는 목적이다.
 
같은 취지로 제108조 2항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증진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기금에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수정해 의무화하도록 했다.
 
지난 14일 발의된 신현영 의원안도 국고보조율을 20% 이상으로 확대하고 일몰조항을 삭제해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안정적 재정지원을 가능하도록 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문심명 사회문화조사실 입법조사관은 "국고의 법정지원율과 지속성을 법적으로 담보하기 위해선 관련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며 "현재 다수 입법 발의안이 계류돼 있는데 개정 취지에 부합하는 대안이 속히 마련돼 처리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입법조사관은 "건보재정 대한 정부지원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국고의 법정지원율을 준수해야 하고, 일몰제는 폐지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 건보재정 건정성 강화 가장 우선 해결해야…“하반기 논의 본격 논의 예상”
 
의료계도 일몰제 폐지에 찬성하면서 정부지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건보재정이 일시적 흑자를 기록했지만 20조원에 이르는 건보 누적 적립금이 향수 수년 안에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건보 재정 건정성 강화는 현재 어떤 의료정책 보다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불명확한 규정을 이용한 보험료 예상수입의 과소추계로 관행적으로 법정비율보다 부족하게 지원해왔다"며 "이제는 법 개정을 통해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 안정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고 일몰제 폐지를 통해 재정 건정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조계도 건보재정 국고지원 확대에 대한 큰 이견이 없기 때문에 하반기부터 법안 논의가 활성화될 것으로 봤다.
 
에이치비 법률사무소 노희범 변호사는 "우리나라 인구구조나 고령화 등으로 건보재정이 조금식 줄어들고 있다"며 "과도기적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보험료를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은 국고지원 비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점엔 이견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노 변호사는 "일몰제 폐지 부분도 여야 이견이 없다면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며 "특히 국고지원도 중요하지만 재정 건정성을 위해 과잉진료 등으로 흘러나가는 비용을 자체적으로 점검하는 부분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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