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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비동행하면 응급환자 아니다?···119법 시행령, 국감서 다뤄지나
의사 비동행하면 응급환자 아니다?···119법 시행령, 국감서 다뤄지나
  • 조은 기자
  • 승인 2022.09.3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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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준호 의원 “10월 국감 자료 취합, 소방청과 협의”
박명하 회장 “응급구조사 상시 동행, 의사 동행의무 없어”
소방청 “의원급 응급환자는 의사 비동행해도 출동”
병원 간 응급환자 전원을 위한 119구급대 출동 시 의사 동승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국회 지적이 나왔다.(사진=뉴스1)

병원 간 응급환자 전원 시 의사가 동승하지 않으면 119구급대 출동이 거부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에서도 나왔다.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계기로 법령 개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세종시 소방청, 서울시의회를 방문해 관련 질의서를 제출하는 등 법령 개정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는 박 회장이 취임 초기부터 내세웠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박 회장은 “의사가 동승하면 응급환자고 비동승하면 비응급환자라는 이분법적 평가는 부당하며, 119구급대는 1급 응급구조사와 간호사가 상시 동행하므로 응급의료법 제48조에 따라 ‘의사의 동행의무’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당장 환자가 위급한데 응급환자라는 걸 증명하느라 시간이 더 지체된다”며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 행안위 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 전원 시 의사 동행을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오는 10월 국정감사 질의 자료를 취합하고, 소방청과 관련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천 의원은 “소방청은 올해 8월부터 12월까지 국정과제인 ‘중환자용 특별 구급대 운영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의사 탑승이 원칙”이라며 “유관 부처와 함께 제도 개선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알렸다.

서울시의회 복지위 윤영희 의원도 “소방법이 서울시 관할은 아니지만, 그 취지를 공감하기 때문에 관련자들에게 문제를 전하고 복지위 상임위에 자료를 요청하는 등 법령 개정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 “119법 ‘의사 동행의무’ 조항 삭제해야”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소방청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질의서를 냈다. 

문제의 발단은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이하 119법) 시행령이다. 119법 제20조제2항은 비응급 환자에 대한 출동 요청 거부 사유를 규정하면서 ‘병원 간 이송 또는 자택으로의 이송 요청자’를 그중 하나로 뒀다.

이때 구급대원은 구급대상자의 병력·증상·주변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출동 여부를 결정하는데, 응급환자로서 의사가 동승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부가 가능하도록 했다. 

실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해당 조항을 근거로 119구급대 출동이 거부되는 사례가 빈번하고, 이로 인해 시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나 보호자는 직접 구급대를 부른 뒤 병원 밖 도로에서 홀로 기다려야 간신히 대학병원에 이송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작년 6월과 올해 3월 소방청에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특히 박명하 회장은 지난해부터 국민신문고와 권익위원회에 소방청 유권해석을 요청하며 개정 활동을 주도해 왔다.

이후 박 회장은 근본적 해결을 위해 법령 정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소방청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에 “119법 시행령 제20조제2항 제7호에서 병원 간 응급환자 이송 시 의사 동행의무를 제하고, 응급여부 판단 시 의사 의견을 들을 수 있음을 명시해달라”는 내용의 질의서를 냈다. 

대부분 의사 1인으로 운영되는 의원급 의료기관 특성상, 원내 응급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구급대 동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게 다수 개원의의 입장이다. 대안으로 언급되는 사설구급대는 즉각 출동이 어렵고, 특수구급차를 구비하지 않고 있거나 응급구조인력의 숙련도도 부족하다. 더구나 응급환자가 고가의 비용까지 부담해야 해 이 대안은 적절치 않다.

◆소방청 “의원급 응급환자는 장소 불문 출동”

한편 소방청은 법령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의사 동행의무’ 조항 삭제가 무분별한 119구급대 이용과 사설 구급업체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사가 동승하는 경우 그만큼 중증 응급환자로 볼 여지가 크고, 이 조항이 삭제되면 비응급 환자 이용이 크게 늘어 응급환자 이송에 차질이 생긴다는 게 소방청 입장이다.

소방청 김승현 구급정책계장은 “‘의사 동승’ 네 자가 내포한 의미가 크다. 이것이 삭제되면 대학병원 간 입원환자 전원에도 무분별하게 119구급대를 요청하는 등 업무가 가중될 수 있다”며 “사설구급대가 연간 50~60만 건의 이송을 맡고 있는데, 상당수가 119구급대로 넘어오면 감당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송은 허용하되, 대학병원 간 입원환자 이송은 허용하지 않는 절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의원급 응급환자는 (의사가 동행하지 않아도)119구급대 출동을 시행토록 하는 공문을 내부적으로 공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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