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초의사가 바라본 대권후보들의 보건의료 정책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이무열 교수(前대한의사협회 부회장)

박민욱 기자 (hop***@medi****.com)2022-03-07 16:42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법적으로 지지율 조사도 불가능한 기간이라 깜깜하기까지 하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에서 직을 맡아 의사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다가 소위 민초의사가 돼 일개회원으로 의무만 다하면 되는 입장이 돼 보니, 세상은 변한 게 없지만 나 자신과 주변은 많이 변한 걸 느낀다.

평소 정책·행정에 관심이 많아 정통학회 관계자들과 함께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중심으로 분석하는 일에 나서게 됐고, 주효진 가톨릭관동의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모시고 보건 및 의료분야의 위원으로 잠시 일을 했다. 각 후보들의 공약내용을 분석한 내용은 이미 일부 언론에 자세하게 소개됐으니, 따로 언급하진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중심으로 몇 가지 소회를 적어보려 한다.  

의협의 직을 그만 둔 게 작년 11월 초다. 이에 의협, 특히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만든 보건의료 관련 제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각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분석하면서 답답함이 먼저 밀려왔다. 

우선 의료계의 역량 내지는 능력 그리고 의료계의 요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약이 아닌 것 같다. 물론 보건의료 정책이 의료계에 의해서만 좌지우지되는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적어도 이 전문가 집단이 현재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 가에 대한 파악은 정확히 이뤄져야 한다. 타인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편인 필자의 경우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말을 종종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 반드시 '제가 할 수 있는 일만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덧붙인다.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의료계에서 당장 이루기 어려운 일들을 정치적 욕심에서 먼저 제안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둘째, 최근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또는 메타버스(metaverse)의 시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의료계도 이를 피해갈 수는 없다. 의료계 또한 이에 대한 내용에 적극 참여할 사명이 있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IT 분야에서 세계 최고임을 자랑하는 현재의 국내 인프라에서 의료계가 이를 선도해 나가긴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차기 정부에서 구체적 대책 내지는 지원방향이 있는가에 대한 내용과 설명이 부족하다. 

물론 의사들은 매우 똑똑한 집단이다. 요즘 의과대학을 입학하는 학생들을 보면 때론 소름이 끼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거기까지다. 의과대학을 입학한 이후에는 의학공부만 가지고도 시간이 부족하고 벅차다. 특정 분야에산 천재 또는 전문가 소리를 들을지 몰라도 디테일에 의외로 취약할 수 있다. 이 점이 전제됐으면 좋겠다. 시키면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는 시기는 우리들의 고등학생 시기에서 끝났다는 걸 이 사회 내지는 정부에서 알아줬으면 한다. 

셋째로 '보건', '복지부'의 분리. 명칭에서 보듯 보건(보건의료가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과 복지 분야는 분리되는 게 바람직하다. 향후 복지에 너무 많은 예산이 소모되고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건의료 분야는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현재의 2차관 시스템으로는 부족함이 있다. 새 정부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꼼꼼한 보건의료 정책 수행을 위해선 두 분야를 분리해야 한다. 여러 후보들의 공약에 이 내용이 담겨 있으니 기대감을 가져본다. 

네 번째,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대 관련 공약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또 의료계 내에서도 관련 발언을 매우 조심스러워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큰 기대를 가지고 만들어진 의학전문대학원제도는 아직 우리 사회에 적합하지 않는 제도임이 입증됐다. 그 때 정부에 협조하는 발언을 했던 교수님들은 작게나마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셔야 할 것이다. '아님 말고'식의 문화는 전문가 집단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 중 하나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교육관련 정책을 기획 내지는 집행할 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주길 차기 정부에서 일하실 분들께 요청 드린다. 

이외에도 일부 디테일한 내용들이 마음에 걸리고 걱정도 되지만 이 정도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일개 민초의사에겐 과분한 일이다. 곧 구성될 차기 정부는 의료계 의견을 경청하는 건 물론 건전한 보건의료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적극 힘써주길 바란다. 세계 수준의 대한민국 국격에 맞는 의료계가 되기 위해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기고] 중앙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이무열 교수(前대한의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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