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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신설법 추가 발의, 정치권 거센 압박에 의료계 반발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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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신설법 추가 발의, 정치권 거센 압박에 의료계 반발도 확산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8.3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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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국립공주의대법’ 발의...관련 법안만 10건
▲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의대 신설법이 발의됐다.
▲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의대 신설법이 발의됐다.

[의약뉴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의대 신설관련 법안이 추가 발의됐다.

이 같은 소식에 의협을 포함한 의료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지역 표심을 잡는 수단으로 악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인 성일종 의원은 지난 25일 ‘국립공주대 의대 설치특별법’을 발의했다.

성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국립공주대학교에 의과대학을 설치해 전문 의료인력을 양성하고, 의대 설비 및 시설 조성 예산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고 있으며, 의사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 지역 내 공공보건 의료기관이나 10년간 공공보건의료 업무에 의무 복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 의원은 “국립공주대에 의대가 설치되면 충남 지역에 전문 의료인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공주대 의대 신설은 공공의료 체계 구축 및 사회안전망 강화와 내포신도시 내 의료 광역통합 시설 구축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성 의원뿐만 아니라 의대 신설을 골자로 한 개정안은 20대 국회에 여럿 발의된 상태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지난 2020년 6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고, 같은 달에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도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경북 안동과 전북 남원에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전북 남원시에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에게 “성형외과, 피부과 개원의는 넘쳐나지만 공공필수의료, 지역의료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남원 국립의전원 신설을 위한 제정법안이 발의되었고, 부지 매입도 상당히 진행됐고, 활용 가능한 정원도 확보됐는데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활용 가능한 정원’은 지난 2018년 폐교된 서남의대 정원 49명을 말한다.

이어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 전문 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의 의지가 없다면 남원 국립의전원 신설은 또다시 공전될 것이고, 감염병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워지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남원 국립의전원 신설을 위해 정부가 분명한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2020년 8월에는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에 의대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국립창원대 의대 설치 특별법’을 발의했다. 당시 강 의원은 창원은 수도권을 제외한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어 의료체계가 열악한 실정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은 지난 2020년 11월 부산 기장군 동남권방사선의과학일반산업단지에 방사선 의료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의대를 설립하도록 한 ‘한국방사선의과대학 설립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 의원은 방사선의학의 발전과 원자력의학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등이 설립되고 있지만 관련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며 이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김형동 의원은 지난해 3월 23일 공공의대법을 발의했다. 발의하면서 김 의원은 “경북 북부 지역의 의료 인프라를 강화함은 물론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국립 안동대 의대 설치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인 목포에 의대를 신설하는 ‘국립목포대 의대 설치 특별법’을 발의했다. 특히 김 의원은 지난 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대신설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의대 설립 추진을 위해 ‘의ㆍ정협의체 패싱’까지 언급하면서 가장 강경하게 의대설립을 주장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전라남도 의료사각지대해소를 위한 의대유치 방안’ 토론회에서 전남지역 의대 유치를 강하게 지적했다.

김 의원은 “사립이든, 국립이든 의대가 유일하게 없는 지역이 전남이다. 전남권 의대 신설이 국정과제에서 빠졌고, 전남 지역 의료 불균형이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에 지역의료인력 양성 체계를 빨리 구축해야 한다”며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의대 정원 확대와 의대 없는 지역 의대 신설 등 공공의료 확충 정책을 발표해서 기대했는데 2년 지나도록 아무런 진척이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소병철 의원은 ‘전남 의대 설치 및 공공의료인 양성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전남 지역 국립대에 입학정원 150명 이내인 의대를 설치하고 동부와 서부에 각각 캠퍼스를 두거나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의대신설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커지자, 의료계에선 이러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겸대변인은 “의대신설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데, 의사와 같은 전문직은 양성하기 위해선 많은 교육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라며 “기존에 있던 의대의 정원을 늘려도 교육과 관련된 퀄리티 보장이 어려워지는데, 기존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의대를 만들면 얼마나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보장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이를 강제화한다고 해봐야 나중에 헌법소원을 통해 필수의료가 아닌 다른 쪽을 하겠다고 해버리면 막을 권리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특히 필수의료는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환자의 생명이 좌지우지된다. 이런 부분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같고, 정치적인 목적으로만 판단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박 대변인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에 논의하기로 한다’는 9.4 의ㆍ정합의, 의ㆍ당합의를 기억해야 한다”며 “의대신설과 관련해선 9.4 의정합의에 의거, 코로나19 이후에 논의를 해야 한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부분은 의료계에서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고, 젊은 의사들이 행동을 했던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은 코로나19가 다시 변이로 인해 재유행이 현실화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 내에선 큰 혼란이 발생했고, 재유행에 대비해 의료진이 다시 한 번 노력하겠다고 선언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경상남도의사회(회장 최성근)도 최근 성명을 통해 정치권이 국가 의료 체계의 근간인 의과대학 설립과 의사 정원을 지역 표심 잡는 수단으로 악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남도의사회는 “일부 국회의원의 지역구 숙원 사업으로 둔갑한 의과대학 설립 요구가 여기저기서 봇물이 터진 듯 흘러나오고 있다”며 “자신의 임기 중에 구체적인 성과를 원하는 정치인과 지역구 민원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국가 의료인력 구조에 관한 성찰 없이 무턱대고 의과대학 설립을 주장하고 있어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역구에 의과대학이 설립되고 부속병원이 개설되면 지역의료 발전과 유권자에 혜택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의사 증원 이면에 숨어있는 복합적인 문제를 무시하고 제도화에 나선다면 국가와 국민에게 큰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게 경남도의사회의 설명이다.

경남도의사회는 “정치권이 대한민국 의료체계 전반에 관한 세밀한 역할 조정이나 의료전달체계의 구조적인 개편 없이 무작정 규모가 큰 상급병원의 유치와 의사 정원의 확대가 의료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큰 착각이고 오산”이라며 “단순한 셈법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필수의료와 응급의료체계 붕괴 시작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경상남도의사회는 “정치권이 주장하는 의과대학 설립과 의대 정원 증대를 법률로 만들기에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충분히 논의하고 국가 의료 인력의 적정성을 파악, 이에 따른 결론을 바탕으로 국가 의료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정치권이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지 말고 냉정한 판단과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국가 의료 인력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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