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신설법’ 국회 검토보고서, 형평성 문제 지적
교육·기재부 “특정 대학 의대 설치 특별법, 신중해야”
특정 지역에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법안이 줄줄이 발의되고 있지만 교육부나 기획재정부는 이에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이유로 학비 등을 국고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형평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의대 신설법’ 11건 중 6건이 특정 대학이나 지역을 명시한 법안으로 대부분 법안을 발의한 의원의 지역구가 의대 신설 지역이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경남 창원성산)이 발의한 ‘국립창원의대 설치 특별법’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인천 서구갑)의 ‘인천의대 신설법’(국립대학법인 인천대 설치법 개정안)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부산 수영구)의 ‘한국방사선의대 설립·운영법’ ▲민주당 김원이 의원(전남 목포)의 ‘국립목포의대 설치 특별법’ ▲민주당 소병철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의 ‘전남 의대 설치 특별법’ ▲국힘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의 ‘국립공주의대 설치 특별법’이 그것이다.
이들 법안 중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심사를 시작한 4건에 대해서는 해당 상임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가 나왔다.
김원이 의원이 발의한 목포의대 신설법에 대한 교육위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와 기재부는 “특정 대학 의대 설치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법 제정은 특별법 취지나 대학 간 형평성에 맞지 않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또 국립대에 의대를 설치하는 경우 교수 정원 배정과 관련해 행정안전부와 협의해야 하며 국립대병원 설치에 소요되는 예산은 기재부와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도 “의사 인력 확충 방안은 의료계와 사전 협의 및 국회에서 논의 등을 통해 결정할 사항으로 특정 지역과 입학정원 등을 법률에 명시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수석전문위원은 의대 설립과 운영비 등을 정부에서 지원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도 “상당한 재정 소요를 발생시킬 뿐 아니라 다른 의대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재부는 특정 학교나 지자체에 한정해 시설·설비 조성, 운영, 학비 지원 등을 위한 재정 지원을 법률로 규정하는 방안은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인천대에 의대를 설치하도록 한 김교흥 의원 법안(국립대학법인 인천대 설치법 개정안)에 대해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지역 간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인천시에는 인하의대, 가천의대가 있어 의대 정원 89명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전남, 세종시와 같이 의대가 없는 지역도 있다”며 “인천시 내에서 공공보건의료에 종사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비를 투입해 학비를 지원하는 게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맞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재부도 “공공의대 도입과 관련해 정원 규모와 정부 지원 범위 등에 관한 내용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할 사안”이라며 “특정 지자체에 한정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원 양성을 위한 국고 지원은 지역 간 형평성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 의원이 발의한 ‘창원의대 설치법’에 대해서도 교육부와 복지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교육위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와 복지부는 “해당 지역의 의료취약 여부는 인구 수, 의료 인력 양성·배치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의료인력 배치 상황, 의료기관 수, 지역별 편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교육부는 특히 “대학별 의대 정원은 복지부가 전체 의료인력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한 총 정원 범위 내에서 배정돼야 하므로 특정 규모를 법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기재부도 “공공의대 도입 관련해 정원 규모에 대한 사항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의대 설치·운영 비용 국고 지원 규정에 대해 수석전문위원은 “상당한 재정 소요를 발생시킬 뿐 아니라 다른 의대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형평성 차원에서 다른 의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경우 재정부담이 클 수 있어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이 발의한 방사선의대 설립법에 대해서는 방사선 분야 의사 인력 수급·추계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방사선 분야 의사 인력의 구체적 수급·추계에 관한 객관적 연구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도 “전문과목의 정원은 구체적인 의료수요를 바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현재 정원에 미달된다고 하여 해당 과목 의사가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대한방사선종양학회는 “현재 전문의 공급과잉 상황으로 상당수의 전문의가 비전문분야에 종사하고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2020년 기준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3,904명,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319명, 핵의학과 전문의 24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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