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해법에 쏟아지는 의료계 목소리… 비포함 과목 풍선효과 우려도

필수의료 정의 모호·한정된 재원 추진, 비포함 과목에 기피 현상 옮겨갈라
복지부 "필수의료 정의·대상 의견수렴 단계… 간담회 비포함 과목도 의견수렴 해나갈 것"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2-08-29 06:06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정부가 필수의료 문제 해법 찾기에 나선 가운데 의료계는 기대와 우려 속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와 직접적인 간담회를 갖지 못한 과를 중심으로 필수의료 정의가 모호한 데다 한정된 재원으로 추진된다면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과로 기피 현상이 옮겨가는 풍선효과도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보건복지부는 아직 필수의료 정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며, 명확한 범위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의료계 의견수렴을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필수의료 문제 해법 찾기에 나섰다.

지난 8일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보건사회연구원 등과 서울아산병원 관련 정책 간담회를 갖고 필수의료 논의를 시작했다.

이어 9일부터 주요 필수의료로 꼽히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대한중환자학회 ▲대한감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5개 분야 7개 단체와 릴레이 간담회를 가졌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19일에는 대통령 업무보고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필수의료 기반 강화를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기피 분야와 수요감소 분야 등에 공공정책수가 도입과 고위험·고난도 수술과 응급수술을 중심으로 정책가산 수가 인상 추진, 적자 발생시 평가를 통한 보상 강화 등 개괄적인 방향이 담겼다. 

업무보고에서는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를 '긴급하게 제공되지 못하면 국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주거나, 의료수요 감소 등으로 제대로 제공되기 어려운 서비스'라고 내렸다.

발표 이후 의료계에서는 릴레이 간담회에 포함되지 않은 과를 중심으로 대책 포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응급의료도 필수의료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수의료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정의가 우선 필요한데, 응급의료법상 응급환자 개념이 필수의료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응급의료법에는 '즉시 필요한 응급처리를 받지 않으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중증 응급환자가 제대로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과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당장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25일에는 이비인후과학회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피과로 전락한 두경부외과 현실을 들어 이비인후과 필수의료과목 지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1984년생 이후 출생연도별 의사 수가 3명을 밑돌고 있다는 것이다. 1989년생과 1990년생은 0명, 1991년생은 1명에 그치는 등 연간 배출되는 전임의 수가 4명 이하인 현상이 수년간 지속되는 실정이다.

두경부외과 기피 현상 원인으로는 장시간 고난도 수술이 많고 수련 과정이 어려우며 업무강도가 높다는 점을 들었다. 수술 중증도와 난이도는 높은데 수가는 낮다는 것.

특히 기피과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한 가산 수가 제도가 도리어 두경부외과 기피 현상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외과에서 시행하면 20% 가산이 더해지다 보니 병원 수익 면에서 두경부외과 지원 동기와 지원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비인후과학회 이세영 보험이사는 "이비인후과 전공의 입장에서는 더 쉬운 길을 포기하고 두경부외과를 선택해야 하는데, 높은 수술 난이도와 비교적 낮은 수가, 불합리한 가산 수가를 고려하면 그럴만한 동기가 없는 상황"이라며 "모든 과에는 기피가 심한 부분이 있는 만큼 필수의료는 과보다 영역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2일에는 대한외과의사회도 기자간담회를 마련해 필수의료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재정 확충 방안 없이 건강보험 지출개혁을 통해서만 필수의료 대책을 마련한다면 실효성이 우려된다는 것.

외과의사회 이세라 총무부회장은 "이국종 교수가 필수의료 살리기 토론회에서 수술실 바닥이 피바다가 된 것을 보여줬음에도 여전히 병원에서 수익을 낼 수 없는, 매년 10억가량 적자를 내는 상황"이라며 "정책적 자금 지원책을 먼저 마련하고 행위료 증액과 필수의료 분야에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않고는 결국 공염불"이라고 지적했다.

한정된 재원 속 조정이 이뤄진다면 필수의료과별 갈등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구진 학술부회장은  "100이라는 예산으로 한 곳 예산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된다면, 의도하지 않더라도 각 과목 사이에 갈등의 여지를 안고 있다"며 "그런 부분도 필수의료 대책 마련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의견을 인지하고 있으며 필수의료 범위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임아람 필수의료지원팀장은 "릴레이 간담회는 아산병원 사건 이후 급하게 잡은 것으로, 필수의료 범위를 명확히 하고 대상을 정한 것은 아니었다"며 "내부에서도 필수의료 범위에 대해 과목 단위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의정협의나 기존에 내부에서는 공공의료 종합계획, 연구자료 등에서는 필수의료를 어떻게 봤는지 보며 범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정된 재원에서 기피과에 지원이 이뤄지면 다른 과에서 기피 현상이 발생하거나 간접적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풍선효과 우려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팀장은 "26일 대한병원협회와 간담회에서도 그런 부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방향은 크게 잡았지만 아직은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릴레이 간담회에서 나왔던 학회 및 의사회를 다시 만나 검토 사항을 공유하고 범위와 수가 문제, 인력 쏠림 우려 등을 재논의하며 대안을 들어볼 예정"이라며 "간담회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과목이나 학회도 추가적으로 의견수렴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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