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학회 “두경부외과 기피 심각…필수의료 지정 필요”

젊을수록 두경부외과 기피 뚜렷…1989~1991년생에선 1명 그쳐
수술 시간·난이도, 수련 난이도, 업무강도 심각…수가 보전 불가
의원급도 코로나19 영향 타격…일평균 환자수, 기관 매출 급감
“희생만으론 향후 감염병 대응 불가…체계적·지속적 지원 필요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2-08-26 06:07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에 나선 가운데,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필수의료과목 지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25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비인후과 필수의료과목 지정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학회에 따르면, 이비인후과 영역 중 두경부외과는 심각한 기피과로 평가된다.

전국 대학병원·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두경부외과의사는 총 154명으로, 1984년생 이후부터는 출생연도별 의사 수가 3명을 밑돌고 있다. 연간 배출되는 전임의 수가 4명 이하에 그치는 현상이 최근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1989년생과 1990년생은 0명, 1991년생은 1명에 그쳐, 두경부외과 의사 배출 축소 현상은 근래 들어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경부외과가 기피되는 것은 장시간 고난이도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다른 분야에 비해 어려운 수련과정과 높은 업무강도 때문이다.

두경부암은 얼굴, 목, 후두, 구강 등 중요 구조물이 밀집된 부위에 발생해 수술이 어렵지만, ‘말하고 먹고 숨쉬는’ 기능 보존과 재건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하다.

이처럼 수술 중증도와 난이도가 큰 데 반해 수가는 낮은 편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기피되는 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가산 수가’ 제도는 불합리한 수가체계로 변질됐다. 외과에서 시행하면 20% 가산이 더해지다 보니 병원 수익 면에서 두경부외과 지원 동기, 지원자 등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세영 보험이사(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1년에 배출되는 전임의가 전국에 4명도 되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10년만 지나도 국내에서 두경부 부위를 수술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비인후과 전공의 입장에서는 더 쉬운 길을 포기하고 두경부외과를 선택해야하는데, 높은 수술 난이도와 비교적 낮은 수가, 불합리한 가산수가를 고려하면 그럴만한 동기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필수의료를 ‘과’보다는 ‘영역’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의협도 같은 의견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든 과마다 기피가 심한 부분이 조금씩 있다. 과 전체보다는 이런 영역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학회는 일차의료기관인 이비인후과도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만큼, 필수의료를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이비인후과 일평균 환자 수는 지난해 56.3명으로 2019년 87.9명 대비 36% 감소했고, 기관당 매출은 2019년 5억6,100만원에서 지난해 4억2,100만원으로 25% 줄었다.

또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조사 결과, 지난해 2분기를 기준으로 전국 이비인후과 의원 2,570곳 중 약 75%가 방역조치를 경험했다.

김세헌 이사장(신촌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코로나19 사태에서 관련 환자 절반 이상을 이비인후과에서 진료했다”며 “경영 위기 속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국민건강을 위해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주된 역할을 맡은 것이 이비인후과”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에도 제2, 제3의 사태가 올 수도 있는데, 필수의료과목으로 지정되지 못한다면 향후에는 지원을 받지 못해 충분한 대응체계를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향후 감염병에서 국민건강을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과목으로 지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세영 보험이사도 “코로나19 환자가 경증에서 중증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이비인후과가 맡았다. 물론 지원이 있었지만, 현재는 본래대로 돌아가고 있다”며 “1차 의료기관서부터 감염병 확산과 심화를 막을 수 있도록 미리 대책을 세우기 위해선 필수의료로 지정해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만기 홍보이사는 “이비인후과는 장기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상기도감염병 대응 최일선에서 노력해왔고, 낮은 수가와 낮은 지원 상황에서도 중증 두경부암과 기도 관련 응급질환을 해결해왔다”며 “더 이상 자긍심, 희생만으로는 현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필수의료 역할을 인정하고, 체계적·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