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8.11 12:24최종 업데이트 22.08.11 12:24

제보

"병원 화재사건에 또다시 규제만...의원급 스프링클러 최소 2000만원·100병상 병원 5억원"

"중소병원 채무비율 높고 공사기간 손실액 매우 커...설치 의무화 전에 재정 지원과 매뉴얼 교육부터 필요"

사진=위키피디아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경기도 이천 투석 전문 의료기관 내 화재를 계기로 다시 의료기관 화재예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해당 의료기관에서 불이 나면서 4명의 환자와 1명의 간호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간호사는 현장에서 거동이 불편한 투석 환자들을 대피시키려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의무설치를 위한 추가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의료계는 4층 의원이 아닌 3층에서 불이나 의료기관에선 화재보다 유독가스에 의한 피해가 컸던 만큼 스프링클러 설치보단 화재대응 매뉴얼 교육 등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관 화재 예방 기준 강화 목소리 다시 수면위

보건의료노조는 9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기관의 화재 예방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의료진 13명이 규정대로 근무를 했는지, 투석을 해야하는 의원에서 이 정도 인력이 과연 적정한 인력인지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환자와 의료진들은 연기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도 투석 조치가 진행 중인 탓에 빠른 대피를 할 수 없었다는 점은 중대한 문제다. 환자안전, 의료인 안전을 위한 의료기관의 인력기준과 시설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노조는 "의료기관의 화재 예방 시설을 재점검하고 스프링클러 등 소방 시설 설치 의무화문제를 전면 재검토해 강화해야 한다"며 "불이 시작된 3층과 4층 투석 전문 의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입원 시설의 경우 2019년 개정된 보호자 시설법에 따라 스프링클러를 의무로 설치해야 하지만, 사고가 난 의원의 경우 장시간 투석 환자가 머물러야하지만 입원실이 없다는 이유로 소방시설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규모가 작은 병원이나 의원은 여전히 화재 예방 시설은 취약하다. 이제라도 정부는 의료기관의 소방 안전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8년 1월 화재로 19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밀양 세종병원 사고 이후 중⋅소규모의 병원에도 스프링클러설비 설치가 의무화해야 하도록 법률이 정비됐다. 

이에 중⋅소규모 의료기관이라도 시설의 바닥 면적의 합계가 600㎡ 이상이면 스프링클러 설비, 자동화재 속보 설비를 갖춰야 한다. 의원급도 간이 스프링클러 설비와 자동화재 속보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다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료기관의 경영악화와 설치 공사가 어려워지면서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설치 기간을 3~5년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고 소방청은 이를 받아들여 의무 설치 사항을 4년 4개월 더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소급 설치 대상 의료기관은 2414개소다. 

중소병원 스프링클러 설치 10억원 이상 필요…국고지원 절실

반면 의료계는 감염관리와 경영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들이 소방시설을 적절히 갖추기 위해선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상당수 의원들이 보유한 병실 4~5개를 기준으로 스프링클러 설치비가 최소 20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비용이 소요된다. 

중소병원협회도 자체조사를 통해 100병상 이상 병원의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을 최소 5억원 이상으로 예상했고 정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 위해선 1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2019년 대한지역병원협의회의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병의원이 임대로 운영되는 경우가 33%,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는 74%에 달했다. 또한 한 건물에 다른 업종과 함께 임대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 병의원 층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은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답도 다수를 차지했다. 

서울에서 투석전문 병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과정에서 임대인과의 마찰뿐만 아니라 공사비용 및 공사기간 동안의 손실 등 그 피해는 의사들에게만 부과된다. 현재 대다수의 중소병원이 채무비율이 높고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손실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의협 관계자도 "신속한 화재예방 시설을 갖추기 위해선 국가의 폭넓은 예산지원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원책이 수반되지 못하면 소급적용의 추가 연장도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현재도 스프링클러 설치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국고 지원이 마련돼 있으나, 인구 50만 이하의 중소도시, 농어촌 소재의 병원급 의료기관 등으로 지원대상이 한정돼 있어 지원 대상 및 규모가 미비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의료기관 아래 층인 3층에서 불이 시작돼 4층인 의원은 불보다 유독가스로 인한 피해가 컸던 만큼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보단 의료기관 화재 대응 매뉴얼 교육 등이 더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 견해다.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이번 이천 화재 사건은 의원 아래 층에서 불이났고 화재 1~2분만에 유독가스가 4층 의원에 가득 찼다. 결국 의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고 해도 전체 건물에 설치돼 있는 것이 아니라면 큰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갑자기 물이 쏟아지면 현장에 투석 관련 의료기기가 많은 상황에서 감전 등의 문제로 상황이 악화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프링클러 설치 보단 투석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의료인들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숙지하도록 하는 교육 등이 중요해 보인다. 관련 교육과 대피 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