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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7)
[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7)
  • 의사신문
  • 승인 2022.08.0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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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석 서울시의사회 총무·법제부회장(옴므앤팜므 성형외과의원 원장)
‘비급여 보고제도’

※우리나라 공보험 제도의 역사는 한 마디로 규제의 강화라는 도전과 자율성을 지키려는 의료계 응전의 역사이다.

쉬운 건보 이야기 7번째 이야기로 이번에는 ‘비급여 보고제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의원급 의료기관 비급여 보고 의무화를 담은 ‘비급여 보고제도’는 지난 2020년 의료법 개정(정춘숙 의원의 대표 발의)에 따라 신설된 제도로써, 2020년 12월 29일 공포되어 2021년 6월 30일 시행 예정이었습니다.

제45조의2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현황조사 등) 
① 의료기관의 장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45조 제2항에 따른 제 증명수수료(이하 이 조에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이라 한다)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본 개정안은 의료기관의 장이 비급여 진료비용(제 증명수수료 포함)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자료 미제출 등의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까지 부과토록 하고 있으며, 비급여 의무보고 시 ‘진료내역 등’을 추가 보고하는 것이 주요 내용 입니다.

본 개정안은 의료기관의 장이 비급여 진료비용(제증명수수료 포함)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자료 미제출 등의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까지 부과토록 하고 있으며, 비급여 의무보고 시 ‘진료내역 등’을 추가 보고하는 것이 주요 내용 입니다.

이러한 ‘비급여 보고제도’는 하위법령 개정 및 세부시행계획안 마련 중, 2021년 의료계의 반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유행 등으로 지난해 6월 이후 유예되고 있었는데, 최근 복지부에서 공급자와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비급여협의체를 통한 논의 후 8월 행정예고 및 연내 시행을 목표로 재추진한다고 발표함으로써 또다시 논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의료계가 본 ‘비급여 보고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에서 정부의 재추진 배경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하여 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 강준 과장은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유예이기 때문에 무한정 유예할 수는 없으며, 법이 이미 시행됐으니 복지부는 헌법소원과 별도로 법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 비급여협의체 논의를 거쳐 고시 개정안을 만들고 연내 시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는 2021년 4월 28일 오후 7시 서울시의사회관 대강당에서 ‘의료의 질을 저하하는 비급여 진료비 강제 공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본 제도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대상이 아닌 비급여 진료에 대한 정부의 적극 통제를 위한 법으로 입법 목적이 너무나도 부당하며, ‘과잉규제금지 원칙’에 위반되고, 의료인의 행복 추구권, 직업 선택의 자유, 평등권, 의료인과 환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급여 진료비용이나 진료비 등에 대한 범위와 내용, 절차 등 모든 내용을 복지부령으로 규정하지 않고 복지부 고시로 재위임하는 것은 고시 개정을 통해 비급여 진료 내용 조사와 공개를 제한 없이 다룰 수 있게 되어 있어서 본 제도에 대하여 더욱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지난 2002년과 2014년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에서 헌법재판소는 '비급여라는 영역이 존재해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와 평등권, 의료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지 않고 있다'라며 당연지정제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한 바 있습니다. 

즉, ‘비급여 보고제도’는 비급여에 대한 통제를 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로써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비급여 제도를 통한 시장기제의 담보’라는 의료기관 당연지정제의 전제 조건을 훼손하고 있으며, 공급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전형적인 규제법으로, 정부가 또다시 이러한 불합리한 ‘비급여 보고제도’를 강행하고자 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헌재의 당연지정제 합헌 결정의 근거를 부정하고, 의료인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 등 환자와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발상이자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자유시장 경제를 부정하는 처사라고 생각됩니다.

비급여는 한정된 재원으로 필수의료 중심의 보험 혜택을 부여할 수밖에 없는 공보험의 한계에서 의사의 숙련도, 치료 방식, 사용 장비 및 재료 등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질적 차이를 인정하고 신의료기술 개발 등 의료발전을 견인하는 등의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또한, 의료보장제도의 모범사례라고 일컬어지는 영국에서도 국가 의료보장 제도 밖의 의료를 ‘민간의료’(Private Care)라 하고, 독일은 ‘개인 의료’(Individual Health Services, IGeL, Individuelle Gesundheitsleistungen)라는 형태로 정당하게 인정되어 운용되고 있습니다. 그런 또 다른 형태의 의료를 국가적으로 인정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국가 의료보장 제도의 의료보장 재정에는 한계가 있고 개인의 선택권 보장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우리나라의 비급여 제도를 국민의 의료비 부담 가중의 원인으로 규정하고, 그 책임을 의료계에 전가하고 있으며, 일방적인 급진적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야기된 의료 이용량 증가 및 의료비 증가에 대한 해결책으로 엉뚱하게 비급여의 전면적 관리와 통제를 내세우고자 이러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또한, 이는 자율에 의한 가격 형성이라는 시장의 기능을 왜곡하고, 의료서비스에 따른 질적 차이를 왜곡하는 가격 정보를 제공하여 오히려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함과 동시에 의료기관에 대해 불신과 의료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게 될 것이 자명합니다.

본 제도가 시행되는 경우 의료기관에서 제출해야 하는 자료가 방대하고 이로 인한 추가적인 행정업무에 대한 부담 이외에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비급여 진료 자체를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 한 일이며, 이를 본 제도를 이용하여 강제로 축소시키는 것은 국민의 건강한 삶의 질 및 의료의 질을 극도로 하락시킬 것이 불 보듯 자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비급여 의료행위의 합리적인 관리정책은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정책적인 수단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급여항목 수가 정상화와 병행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전문가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전문가 주의(professionalism)에 입각하여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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