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 귀 등과 달리 경쟁력 떨어져…지원자 모집 ‘하늘의 별따기’
기피과 문제 ‘가산 수가’로 해결하다보니 불합리한 수가체계 생겨
동일한 ‘갑상선악성종양근치수술’ 하더라도 외과만 20% 가산
이대목동병원 김한수 교수 “의료시스템 변하지 않으면 못 막아”

최고의 테너에게 주어지는 찬사 ‘리리코 스핀토’(Lirico Spinto)를 받은 성악가 배재철 씨에게 2005년 9월은 악몽이었다. 서정적인 섬세함과 심장을 관통하듯 힘 있는 목소리로 최고의 찬사를 받던 그의 목소리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갑상선암’을 진단 받았다. 독일 자르브뤼켄 시립극장의 전속 가수로서 ‘돈 카를로’ 초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직후였다. 다행히 2006년 4월 수술대에 오른 그는 성대 복원 수술을 받고 천상의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가 받은 수술이 바로 ‘갑상연골성형술’이다.

갑상연골성형술은 갑상선암으로 인해 변형된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술이지만 어쩌면 십 수 년 후 우리나라에서는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 중단될지도 모른다.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고난도 수술이지만, 수련하겠다는 전문의들이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의 세부전문과인 두경부외과가 대표적이다. 두경부암과 갑상선암 수술을 하는 두경부외과 의사는 전국에서 154명이 전부다. 15년 내 정년퇴임하는 이들이 30%를 차지한다. 지원자가 1명이거나 전무한 해도 여러번이다.

두경부외과는 이비인후과 세부전문과목 중에서도 ‘기피과’에 속한다. 수련과정이 어렵고 업무강도가 높지만 저수가로 수익에 도움을 주는 진료과가 아니다보니 병원으로부터 인력충원 등 지원을 바라기도 어렵다. 귀나 코 등 이비인후과의 다른 세부전문과목 만큼 개원 후 경쟁력이 좋지 않다보니 전문의 취득 후 두경부외과를 전공하려는 지원자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대한두경부외과학회는 기피과 원인을 ‘가산 수가’로 해결하면서 생긴 불합리한 수가체계 때문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갑상선악성종양근치수술’의 경우 두경부외과와 외과에서 모두 하고 있다. 건강보험 수가는 88만810원. 하지만 이 수술을 외과에서 시행하면 20% 가산이 더해져 105만6,972원을 받을 수 있다. 두경부외과와 외과 간 17만6,162원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여기에 상급종합병원 가산이 더해지면 그 차이는 22만9,011원으로 늘어난다.

동일한 수술이라도 두경부외과가 아닌 외과가 하면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두경부외과가 아닌 외과로 인력들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기피과 문제가 세부전문의제도 안에서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세부전문의제도가 도입됐지만, 이 같은 불합리한 수가구조 안에서는 전문성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15년이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15년간 후학양성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제2의 성악가 배재철’이 나오기는 어려울 거라는 지적이다. 두경부외과 의사가 사라지더라도 갑상선암 수술을 못 받게 되는 환자는 없겠지만 환자의 삶의 질은 지금과 같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두경부외과학회 편집위원장인 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과 김한수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수련 과정이 어려운 경우 모두 기피한다”면서 “그걸 탓할 수는 없지만 의료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전문분야의 몰락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대한두경부외과학회 편집위원장인 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과 김한수 교수는 
대한두경부외과학회 편집위원장인 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과 김한수 교수는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세부전문의제도가 도입됐지만 불합리한 수가구조 안에서는 전문성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 이비인후과 22년도 전공의 지원율은 130.9%였다. 이 정도면 인기과라고 볼 수 있는데 세부전문과목인 두경부외과는 왜 기피과가 된 것인가.

진료과 안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공의 지원율이 높다는 내과가 잘 되느냐. 그렇지 않다. 내과 안에서도 소화기내과는 ‘탑 오브 탑’이다. 내시경을 배워 개업을 할 수 있으니 선호하는 거다. 하지만 감염내과 등 필수과들은 여전히 열악하다. 외과도 힘들다고 하지만 들여다보면 응급환자가 없는 유방과 갑상선 분야는 인기 있다. 두경부외과도 마찬가지다. 이비인후과 안에서 두경부외과는 기피과다. 가산 수가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갑상선암 수술은 두경부외과도 하고 외과도 한다. 그런데 가산 수가가 붙으니 병원 입장에서는 외과가 하는 게 더 나은 거다. 질환은 점점 세분화 돼 가고 있는데 정부 지원은 진료과로 가고 있다 보니 세부전문과목 중에서도 필수과들이 기피과가 돼 가고 있다.

- 정부의 ‘가산 수가’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뜻인가.

동일한 갑상선 수술을 하지만 외과는 가산이 붙어 수가에서 차이가 생긴다. 똑같은 수술을 하더라도 차이가 나는 거다. 그러다보니 학회에서 상급종합병원 중 자료를 제출한 37개 병원을 조사한 결과, 외과 가산 제도가 시행된 다음해인 2010년 외과의 갑상선 수술 건수가 1만5,663건으로 2008년(1만1,945건) 대비 크게 늘었다. 이에 비해 이비인후과는 같은 시기 3,797건에서 4,217건으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가산 수가로 수술 건수는 늘었지만 인력을 더 확보할 수 있었을까. 전문의의 경우 외과는 2008년 66명에서 2019년 17.5명(26.5%)이 증가했다. 같은 시기 이비인후과는 16명(22.5%) 늘었다. 결국 가산 수가 정책이 인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이다. 또 외과 안에서도 유방과 갑상선을 보는 의사들은 늘었지만 여전히 어려운 파트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외과뿐만 아니라 내과나 이비인후과도 동일하다.

-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세부전문의가 도입됐지만 이러다가는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게 될 것 같다. 두경부외과 의사가 줄어들면 환자들이 겪게 될 부작용은 무엇이 있나.

두경부외과 의사가 없다고 수술 못 받고 죽는 환자가 발생하진 않을 거다. 지금보다 의료의 질이 떨어질 뿐이다. 이하선종양절제술을 받은 환자가 아무 문제없이 오늘 퇴원 했다. 이하선종양절제술은 종양 절제 시 안면신경이 마비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두경부외과 의사가 없다면 약물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았을 것이다. 두경부외과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수술 받는다면 안면신경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 두경부외과 의사들이 사라지면 성악가 배재철 씨가 받은 갑상연골성형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생길까.

갑상연골성형술은 실리콘으로 깎은 임플란트를 성대에 주입하는 거다. 옛날에는 이 실리콘을 직접 깎아 수술했다. 2001년 전국에서 가장 많이 갑상연골성형술을 한 최홍식 교수님 아래서 2년 동안 배우면서 실력을 닦았다. 그러고 났더니 필러가 나왔다. 그런데 필러의 단점은 오래 못가고 흡수돼 결국 밀어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여러 번 시술하고서도 안 되면 결국 임플란트를 넣어야 한다. 그런데 십 수 년 동안 이 수술을 아무도 안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명맥이 끊길 수 있는 대표적인 수술이다. 그러나 이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외과, 두경부외과 통틀어 전국에 10명 정도 밖에 없다고 들었다.

- 후학양성의 마지노선을 15년 후로 봤다. 해결방안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부도 의료계도 근시안적으로 의료시스템을 바라봤다면 이제는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의료시장 계속해서 왜곡될 수밖에 없다. 두경부외과 세부전문의를 키우려면 10년 이상 걸린다. 이비인후과 트레이닝을 다 받고 세부전문의를 해야 두경부외과 전문의가 될 수 있는 건데 단도직입적으로 공부 잘해 이비인후과에 들어와 두경부외과 하겠다고 결심하는 게 현재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두경부외과를 한다는 프라이드만으로 지원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더욱이 두경부외과 세부전문의를 따더라도 두경부외과가 돈이 안 되니 병원에서 잘 뽑아주질 않는 게 현실이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의료수가 현실화다.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 학회에서도 고민이 클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첫 번째 중점과제가 두경부 알리기다. 두경부외과 의사들을 특수부대인 ‘코만도’라고 부른다. 외과나 흉부외과 수술하다 필요하면 두경부외과가 해결사로 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 기관절제술도 다 이비인후과에서 했다. 두경부수술을 하려면 무조건 마스크를 벗기고 해야한다. 그러다보니 코로나19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환자 최일선에 있던 게 두경부외과 의사들이었다. 이런 부분에 대한 홍보도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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