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촉탁의 지시 하 이뤄지는 단순처치…고도행위는 병원 전원”
홍승묵 병원장 “보호자, 치료 필요한 환자를 요양시설로 보낼 수도”
김동석 회장 “지역사회 전문의들의 요양시설 진료 유인책 필요”

노인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 확대를 놓고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료계는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 조장'이라고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하는 촉탁의의 ‘전문요양실 간호지시서’에 따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의료행위를 하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요양실은 요양시설 내 간호서비스가 필요한 장기요양 1~4등급 입소자에게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의료·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노인요양시설 입소자의 건강관리와 의료·간호서비스 강화를 위해 노인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20개소에서 25개소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 관계자는 지난 16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은 단순 처치를 위해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입소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요양시설 내 효과적인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요하는 의료행위들이 요양시설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 의해 이뤄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은데 이런 케이스들은 병원으로 전원된다”며 “그래서 요양시설에는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하는 촉탁의의 지시 하에 이뤄지는 간호서비스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사람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범사업 기관이 20개 기관에서 25개 기관으로 5개 기관 늘었을 뿐이다”라면서 “아무래도 간호법 때문에 (전문요양실 시범사업 확대) 이슈가 된 것 같은데, 최종 시범사업 결과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제도화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의료계와 요양병원계의 생각은 다르다. 전문요양실 간호처치만으로도 ‘의료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현재 전문요양실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는 ▲영양(중심정맥영양, 경관영양, L-tube, G-tube) ▲배설관리(Foley, 요루관리, 방광세척, 인공항문, 인공방광) ▲호흡관리(산소투여, 기관리절개관 교체, 인공호흡기, 석션) ▲상처관리(외과적 상처 드레싱, 봉합사 제거, 욕창 드레싱, 당뇨발 간호) ▲기타(암성통증간호, 투석간호) 등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사지마비, 연하장애, 합병증을 동반한 당뇨병, 항응고제, 인슐린, 마약성 진통제 투여는 전문적 투약관리가 필요한 의료행위들이다. 이는 대학병원 중환자실이나 요양병원 집중치료실에서 의사가 직접 하거나 의사의 처방에 따라 간호사가 시행하는 것들”이라며 “요양시설에서 의사의 직접적인 지도감독도 받지 않고 이런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노인요양시설을 함께 운영하는 성미카엘요양병원 홍승묵 병원장도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역할·기능 정립이 명확히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요양원 같은 비의료시설에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 의한 의료행위를 끌어들이면 입소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 병원장은 “지금도 요양병원에 가야 하는 환자들이 비용이나 보호자 사정 등을 따져서 요양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함께 운영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이번 사업 확대로 요양원들이 ‘우리 시설에서도 기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홍보해서 자칫 여기에 혹한 보호자들이 요양병원이 아닌 요양시설로 환자를 보내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홍 병원장은 “요양시설 의료 지원이나 자문이 가능한 지역 일차의료기관들이 충분히 있는데도 이를 적극적으로 연계하는 것보다 사업 참여기관 확대를 택한 것은 옳지 않다”고도 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사업 참여기관 확대 이전에 지역사회 병·의원 의사가 요양시설에 방문해 환자를 진료하도록 유인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요즘 의사 2~3명씩 동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돌아가며 지역사회 요양시설 입소자를 보는 게 더 옳은 방법”이라며 “촉탁의 대신 지역사회 일차의료기관 전문의들이 진료 외 시간에 요양시설 환자를 보게 하는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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