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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공개 의무는 의료영역 한 축 무너뜨리는 시발점"
"비급여 공개 의무는 의료영역 한 축 무너뜨리는 시발점"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6.16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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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법무법인 의성 이영호 변호사
복지부장관 고시로 적용범위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도
단순 가격으로 '순위화'시켜 국민의 의료 선택권 왜곡

비급여 진료비용의 보고 및 공개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등’에 대한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소에서 다뤄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단체가 헌재에 공동으로 위헌 확인 공동의견서를 제출했고, 지난달 19일에는 공개 변론도 열렸다. 변론 당시 의료계 변호인으로 나섰던 법무법인 의성의 이영호 변호사(서울대 의대卒, 사법연수원 45기)<사진>에게 해당 법률의 문제점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들어봤다.

Q. 변론 당시 법률의 위헌성으로 ‘법률유보와 포괄위임금지’ 등을 지목했다. 무슨 내용인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려면 국민의 위임을 받은 국회가 제정한 법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하위법령에서 법률 근거 없이 갑자기 권리를 제한하거나 부과하면 안됩니다. 포괄위임금지라는 것은 어떠한 법률이 위임하는 사항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지 않고, 특정 행정기관에 입법권을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제한을 정하더라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해서, 제한을 받게 된 사람들이 하위법을 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법의 경우에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 신고를 하고, 신고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대강만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급여 내용을 어디까지 신고해야 하는지, 그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가 불명확합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를 통해 정할 수 있도록 위임했기 때문이지요. 결국 복지부장관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신고할 범위가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3(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현황 조사 등)을 살펴보면, 이 법의 시행 범위 등은 구체적이지 않고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바에 따라 가변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 법은 연 2회 비급여 보고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행규칙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바에 따라 의료기관별 또는 항목별로 보고 횟수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비급여진료 등의 보고와 비급여진료 비용 등의 현황에 대한 조사·분석 및 공개의 범위,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해 필요한 세부 사항 역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의료계가 문제로 삼고 있는 부분 중에 ‘진료내역’ 공개가 있습니다. 이전에는 법에 없었습니다. 현재 시행규칙만 보면 진료내역을 어디까지 공개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단순히 건수를 말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환자의 의료정보 전체를 말하는 것인지가 불명확합니다. 물론 보건복지부측에선 환자의 개인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세세한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하지만, 법률 자체가 포괄위임이 돼 있기 때문에 이후 얼마든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Q. 비급여 진료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나?

“비급여라는 것은 철저하게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사적 계약입니다. 예를 들어서 성형수술을 받은 정보를 전부 국가에 제출하게 되면, 환자 개인이 어디서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 국가가 ‘빅브라더’처럼 속속들이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요양급여가 시행되는 범위에선 그 필요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정보를 제출 받았습니다. 하지만 비급여에는 국가의 어떠한 관여도 필요하지 않은데도 이를 요구하고 있어 환자들의 개인정보 침해 위험성이 있습니다. 또 의료기관 입장에선 영업정보가 노출될 수 있습니다. 환자를 몇 명 보고 있고, 어떤 유형의 환자들이 오는지를 모두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직업수행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는 것입니다. 인력이 부족한 개원가의 경우에는 환자들의 정보를 데이터화시키는 업무부담도 상당히 늘어나게 됩니다”

Q. 국민들의 알 권리 확보 차원에서 필요하지 않나?

“환자들의 알 권리는 총 얼마를 지불해야 되는지가 가장 주요합니다. 비급여에 대한 정보 공개는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습니다. 의원과 병원들이 홈페이지에 가격을 올리도록 돼 있고, 환자 자신도 자신이 받은 비급여 진료비용이 적정한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제도와 방법이 마련돼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가격을 가지고 순위화 시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환자는 가격만 보고 내원하게 됩니다. 국가가 자장면집을 가격만으로 순위화해서 공개하지 않지 않습니까? 의료계에만 이러한 법규를 적용하는 것은 직업 수행의 자유를 상당히 침해하는 것입니다”

Q. 비급여 의료비용은 왜 각 의원마다 차이가 나는 것인가?

“건강보험이 생기며 요양급여가 시행됐습니다. 국민 의료의 질 향상과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가격이 굉장히 낮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가격이 의료기관 사이의 특성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막 의대를 졸업한 분이나, 한 분야에서 최고의 대가가 되신 30년 경력의 교수님의 차이가 생기지 않는 획일화된 가격입니다. 비급여는 건보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의 모습이 남아있는 것입니다. 급여로만 진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으로 존재하는 부분입니다. 어떤 의원은 수 억원짜리 장비를 구비해 놓기도 합니다. 비급여 영역이 남아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의료가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부분들을 급여화로 바꾸게 되면 어느 의원이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겠습니까? 이 법은 비급여가 가지고 있는 의료영역의 역할을 무너뜨리는 하나의 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법안에 관한 심판은 지난달 19일 공개변론을 마쳤다. 헌재는 변론 당시 불충분했던 답변을 보완하는 석명명령을 심판청구인과 이해관계인(보건복지부) 측에 지난 10일 발송했다. 양측은 내달 10일까지 추가 답변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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